[문화내시경]유쾌한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뮤지컬 감상법을 묻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작을 찾아보거나 노래 가사에 귀 기울여도 되고, 미리 시대상이나 역사적 배경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시도다. 하지만 굳이 딱 하나만 고르라면 역시 음악이다. 뮤지컬은 음악을 통해 주제를 전달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선율을 미리 알고 보면 재미는 배가될 수 있다. 멜로디를 조금이라도 흥얼거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반대로 공연을 본 직후 바로 음악을 다시 들어보는 것도 좋다. 방금 봤던 무대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펼쳐지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좋은 뮤지컬엔 음악적 매력이 가득하다. 서양에선 아예 공연 전에 미리 콘셉트 앨범을 발표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로 하여금 주요 선율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미리 배려하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공연 못지않게 음반이 높은 인기를 누리며 큰 매출을 기록하는 경우도 많고, 음반이 단순히 음악 감상뿐 아니라 일종의 기념품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사정이 이렇다보니 만드는 작품마다 메가 히트를 기록하는 전설적인 뮤지컬 작곡가들도 등장한다. 영국 태생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그렇다. ‘아이 돈 노우 하우 투 러브 힘’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메모리’의 ‘캣츠’, ‘돈 크라이 포미 아르헨티나’의 ‘에비타’ 등은 굳이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그의 히트 뮤지컬 넘버들이다.

국내 관객들에겐 다소 낯설지 모르지만 뮤지컬 ‘죠셉과 어메이징 테크니칼라 드림코트’ 역시 그가 만든 손꼽히는 메가 히트 뮤지컬 중 하나다. 90년대 초반 국내 지상파 방송의 한 대학생 소재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자주 만나는 카페 장면이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노래 ‘애니 드림 윌 두’는 바로 이 뮤지컬의 메인 테마곡으로 몇 소절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잘 알려진 노래다.

작품 소재는 구약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죠셉은 성서 속 인물인 요셉의 영어식 발음이기 때문이다. 너무 긴 제목이 부담스러웠는지 요즘 시작된 우리말 무대에선 ‘요셉 어메이징’이라 줄여 부른다. 야곱의 열한 명 아들 중 하나였던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해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이를 못마땅히 여긴 형제들에 의해 이집트 노예로 팔려버린다. 그러나 이곳에서 신통한 해몽 능력으로 유명해지고, 마침내 악몽에 시달리던 이집트 왕 파라오의 악몽 속에 담긴 이집트 미래의 환난을 읽어낸다. 예언대로 꿈은 현실이 되고 요셉은 파라오의 재상이 된다. 한편, 끼니를 연명치 못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 요셉의 형제들은 노예로 팔아버린 형제 요셉이 재상이 되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이집트로 식량을 구하러 떠난다.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뮤지컬의 재미는 단순히 잘 알려진 성서 속 이야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에는 당시 19살이었던 천재 뮤지컬 작곡가의 장난스러움과 유머가 가득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의 왕 파라오는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록앤롤을 부르고, 요셉을 노예로 팔기 위해 작당을 하는 장면에서 형제들은 느닷없이 안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쑥덕공론을 펼친다. 옛날 이야기가 엉뚱하지만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발한 무대로 재연된 셈이다.

문화내시경

90년대 초반에는 가수 유열과 신효범이 등장했던 우리말 버전이 짧게 무대에 올려진 적도 있다. 하지만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았던 해적 버전이라 정식 버전은 올해 무대가 처음이다. 작품의 명성에 비해 정식 버전의 국내 소개는 오히려 뒤늦은 감이 많다. 아이들과의 문화 나들이로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