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눈]민주통합당의 자책골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 기적은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구도를 만드는 데도 실패했고, 문제가 닥쳤을 때 대응하는 것도 미숙했다. 그러니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구도만 봐도 그렇다. 정권 심판론으로 시작한 선거가 민주당의 ‘일조로’ 중간에 이념 구도로 바뀌었고, 다시 불법사찰 문제가 튀어나왔지만 이를 정권 심판론 구도로 정착시키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김용민 막말 발언이 나왔으니 민주당의 입장에선 자책골이 연속으로 터진 셈이 됐다. 또 김용민 발언 파문이나 이정희 대표 여론조사 조작문제, 그리고 공천에 대한 잡음에 제때 대응만 했어도 파장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연대도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야권연대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야권이 선거구도를 주도해야 하는데 이번엔 거꾸로 새누리당의 구도에 휘말리는 상황에서 연대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야권연대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면 과연 앞으로 민주당의 운명과 정국은 어떻게 돌아갈까? 먼저 새누리당을 보면 박근혜 위원장의 위상 강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여권 내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명실상부한 미래권력으로 등장한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친이계들은 이제 사라질 위기에 처해졌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미래권력의 위상 강화는 곧바로 현재 권력의 위상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인데, 이제 여권 인사들은 박근혜 위원장의 입만 바라보게 생겼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차라리 야권이 승리하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한 지붕 세 가족의 균열구조가 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인물은 바로 문재인 당선자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적진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에서 당선은 됐지만 27세의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와 불과 11.2% 차이밖에 나질 않았을 뿐 아니라, 조경태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두 낙선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권구도를 향한 부산발 쓰나미는 상당히 약해지고,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내의 균열까지 심화되니 문재인 당선자의 위상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상태에선 친노그룹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데, 친노의 수장격인 문재인 당선자는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대안론’이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못한 상황이고 본인 자신도 민주당에 입당할 뜻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에 안 교수 대안론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오히려 혼란과 균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두관 대안론’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인다. 영남에 지역적 기반을 두고 있는 데다 비록 친노의 핵심은 아니지만 친노그룹과 관계도 있고 온건 합리주의자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율의 눈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새누리당의 승리는 ‘실패한 승리’라는 점이다. 새누리당이 비록 원내 과반을 달성했지만 승리의 원인은 박근혜 위원장의 지역기반인 영남과 충청에서의 몰표에다 강원도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반면 서울·수도권에서는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현상인 박근혜 위원장의 영향력 축소가 다시 한 번 재현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승리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로 보인다.

신율<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