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진짜 배후를 알려드립니다

1980년대에 널리 알려진 운동권 유머가 기억납니다. 시위 대열 앞에 서면 주동자, 가운데 있으면 핵심 세력, 뒤에 있으면 배후조종 세력이라는 유머입니다. 앞이든, 뒤든, 중간이든 시위 대열에 끼기만 하면 온갖 죄목을 갖다대면서 중요 인물로 만들어버린 공안당국을 꼬집고 있습니다.

1980년대도 아니건만 얼마전 때 아니게 배후조종이란 말이 등장했습니다. 보수 언론에서 통합진보당의 배후로 경기동부연합을 거론했기 때문입니다.
배후조종 기사를 읽으면서 슬그머니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보수 언론에서 통합진보당의 배후가 있다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게 하는 배후는 과연 무엇일까? 어떤 분들은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다 알고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궁금증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요즘 배후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디도스로 공격해 무력화시킨 범죄행위의 진짜 배후도 궁금합니다. 민간인을 사찰한 사람들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고 축소하려고 했던 배후도 정말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두 사건은 민주주의 뿌리를 흔드는 수준을 넘어 통째로 뒤집어 엎는 ‘상식 밖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온 국민이 궁금해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인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기관에서는 속시원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합니다. 그래서 온갖 음모설만이 떠돕니다.

민간인들을 사찰한 공무원들은 마치 보수 언론이 통합진보당의 배후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것처럼 민간인의 배후에 누가 있는가 궁금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남의 배후는 궁금해하면서 정작 자신의 배후를 밝히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것보다 큰 문제는 배후에 있는 ‘몸통’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민주주의 뿌리를 뒤흔드는 사건의 배후 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엄중한 심판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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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 사찰의 배후를 심판하는 총선의 배후에는 누가 있을까요? 바로 유권자 여러분입니다.

<윤호우 편집장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