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46년 전 산리즈카에서 강정마을을 보다

<우리마을 이야기> 1~3 오제 아키라 지음·이기진 옮김 길찾기·8800원

1966년 일본 정부는 도쿄 근처 지바현 나리타시의 작은 마을 산리즈카에 국제공항(현재의 나리타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애초 국제공항 건설 예정지는 다른 곳이었지만,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고, 일본 정부는 예정지를 산리즈카로 급히 변경했다. 변경 과정에서 주민과의 협상은 없었다. 주민들은 방송과 신문을 통해 공항 건설 예정지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민설명회는 그 다음이었다. 곧이어 평화로운 농촌마을 산리즈카에서도 강력한 공항 건설 반대투쟁이 전개된다.

<우리마을 이야기>는 당시 산리즈카에서 전개된 나리타 공항 반대투쟁 초기 상황을 그린 만화다. 일본술을 소재로 한 작품 <나쓰코의 술>로 알려진 오제 아키라가 1991년 ‘나리타 공항 문제 심포지엄’ 참석을 계기로 이 문제를 취재해 만화잡지 <모닝>에 1992~1993년에 연재한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어판은 전체 7권 중 1~3권이다.

일방적인 공항 예정지 선정 통보 후 주민설명회에 나타난 시장은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국제화를 위해 부디 여러분의 이해와 협력을 부탁한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반문한다. “국제적인 공항이 필요하단 것은 잘 알겠소. 하지만, 정부는 우리에게 아직 그 어떤 양해도 구한 바 없소. 이해도, 협력도, 이제 막 시작해야 되는 것 아뇨?” 시장은 ‘충분한 보상’을 약속하지만, 주민들에게 산리즈카는 “이 땅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린 땅이다. 산리즈카는 메이지 시대부터 천황이 사유지로 삼았던 곳으로 오랫동안 일본 목축 생산의 중심지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농지해방 정책으로 목축 면적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으나 이주민들이 땅을 일구어 옥토로 만들어냈다.

정부가 보상을 약속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분열되기 시작한다. 정부는 주민 갈등에는 아랑곳없이 측량과 철거에 돌입한다.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시위에 나선다. 경찰력이 투입되고 전국에서 대학생들과 사회단체 사람들이 달려온다. 일본 현대사에서 가장 격렬했던 민중저항으로 기록되는 ‘산리즈카 투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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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과정이 비상한 기시감을 주는 것은 46년 전 산리즈카에서 일어난 일들이 2005년 평택 대추리와 2012년 제주 강정마을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제 아키라는 1권 서문에서 투쟁에 참여했던 한 주민의 말을 옮겨적는다. “나는 헌법의 서문을 좋아한다. 거기에는 민주주의가 우리들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획득되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평화와 민주주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