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인물]법관 재임용과 맞바꾼 ‘국민판사’

2월 17일 서기호 판사가 퇴임했다. 서 판사가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한 배경으로는 그가 SNS 등에서 ‘가카의 빅엿’ 등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날 서 판사가 근무했던 서울북부지법 정문에서는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주최로 퇴임식이 진행됐다. 법원 직원들과 서 판사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판사님, 사랑해요” “판사님, 꼭 돌아오세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퇴임식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서 판사는 “형식적 법치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알게 됐다”며 “겉으로는 나름대로 구색을 갖추어 재임용심사를 통보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쫓겨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10년 단임제 임기를 마치고 잠시 퇴직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원의 근무평정 결과는 비공개로 이의제기 절차도 없어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서기호

서 판사의 퇴임사가 끝나자 트위터 모임 ‘국민의 눈’에서 준비한 ‘국민판사 임용식’이 이어졌다. 국민판사 임명장에는 “당신은 촛불시민에 대한 대법관의 부당한 재판 개입에 항거하고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강력한 쫑코를 먹였으며”라는 문구와 함께 국민판사로 임명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임명장과 함께 法(법)대신 正(정)자가 새겨진 법복을 서 판사에게 선물했다. 법보다 상위의 개념인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판사라는 의미에서다.

논란 끝에 서 판사는 퇴임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무엇보다 판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근무평정제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연임문제와 결부되면서 사법파동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법원은 물론 지방법원에서도 판사회의 개최가 확산되고 있다. 서 판사가 퇴임하던 2월 17일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에 반발해 서울중앙지법·서울 남부·서부지법의 판사들이 단독판사회의를 열었다. 3개 법원은 이날 회의 의제로 ‘연임심사제도와 근무평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의’를 상정했다. 지방법원 최초로 광주법원에서도 2월 21일 판사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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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판사 측의 법적 대응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기호 판사를 위해 변호사 8명과 비법률가 12명으로 구성된 법률지원단이 꾸려졌다. 법률지원단의 구성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 판사는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재임용 탈락 무효화를 위한) 행정소송을 이달 안에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다. 그의 재임용 탈락은 해외 언론에까지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서 판사는 “지난 2월 16일 영국 BBC와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며 “비합리적이고 불투명한 인사제도가 국제적 이슈까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