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인물]‘확신하지 않은 죄’로 낙마한 사나이

2월 9일 8개월을 끌어온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2011년 6월 28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지 227일 만이다. 재석 의원 252명 중 찬성 115명, 반대 129명, 기권 8명이었다. 헌법재판관 선출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1988년 헌법재판소 창립 이후 처음이다.

조용환 변호사

조 후보자의 선출안이 좌초된 배경에는 조 후보자의 ‘천안함 소신 발언’이 있다.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과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 등은 조 후보자에게 ‘천안함 폭침을 누구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가’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몇 퍼센트(%) 확신하는가’ 등의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당시 조 후보자는 “제가 법률가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보고 경험을 하면 확신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 발표를 신뢰하나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에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몇몇 보수언론들은 조 후보자의 발언을 “북한 소행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이냐”며 ‘천안함 발언 파문’이라는 사상검증으로 몰고 갔다. 당시 법 전문가들은 “법률가에게 실체적 진실에 대한 확신을 강요할 수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주장을 맹신하는 것이 법률가로서의 자질 부족”이라며 사상검증으로 일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을 비판했다.

조 후보자의 선출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1명인 야당 추천 몫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서 당의 전략이 부재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한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 89명 가운데 12명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내부 단속의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민주당 첫 작품이 겨우 이거냐. 전략전술도 없는 나이브함. 새누리 완전 극우”라며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을 함께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새누리당 심볼로 엎어진 요강 채택하더니 이 나라 들어엎을 건가요”라며 “스스로 추천해놓고 관철 못 시킨 쪽의 정치력도 참 한심합니다”라고 비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이) 9명 중 1명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라고 해서 부결시켰는데 이건 정말 놀부 심보”라면서도 “이건 (민주통합당의) 정말 원내 전술이 똑발랐던 것인가, 이런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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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환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창립 멤버로 인권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민변에서는 국제연대위 담당 간사로 활동하며 UN자유권위원회 등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한국의 인권상황을 알려 UN자유권위원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를 받아오는 등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이어왔다. 인권변호사로서 국가폭력이 연루된 사건의 재심청구에 앞장섰다.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으로 알려진 ‘함주명 사건’으로 1983년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함주명씨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