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참신하고 다양한 소재 실험장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

호주 뮤지컬 메트로 스트리트 공연 장면.

이혼을 앞두고 암에 걸린 엄마는 대학생 아들에게 발병 사실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한다.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던 아들은 항암치료를 시작한 엄마를 떠날 수 없어 결국 외국 유학을 포기한다. 이 와중에 할머니는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딸의 곁을 담담한 자세로 함께 한다.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DIMF)에 개막작으로 선정된 호주산 창작 뮤지컬 <메트로 스트리트>의 줄거리다.

이 뮤지컬은 작사와 작곡을 맡고 직접 아들 역할로 무대에 선 젊은 배우 매튜 로빈슨이 완성했다. 국내 초연 다음날 필자와 인터뷰에서 그는 “친구의 아픈 엄마를 보고 처음 줄거리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경험할 만한 일상의 사건을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해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호주의 대표적인 공연상인 프라트상을 차지하는 영광도 누렸다. 호주의 국민 여배우 데브라 번즈가 엄마로 나오고, 역시 호주 무대의 전설이라는 낸시 헤이즈 앰이 할머니로 등장한 것도 큰 보탬이 됐지만, 무엇보다 남들과 달리 보편적인 소재를 극화해 다양한 관객층에게 폭 넓은 공감대를 얻어낸 것이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 예술가들이 자유로운 상상을 펼칠 수 있도록 공개된 ‘장(場)’을 마련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설명해준다.

공연 페스티벌을 찾아가면 다양한 이야기들과 마주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상업적인 대형 공연가에서는 늘 이윤만 추구하고, 그래서 ‘돈벌이’를 위해 고려해야 하는 조건과 제약들에 자유로울 수 없지만, 참신한 소재를 개발하고 작품을 성장시키는 것이 주목적인 공연 페스티벌에서는 새롭고 실험적인 소재와 이야기들이 폭 넓게 시도되게 마련이다. 올해로 3회째인 딤프도 마찬가지다. 올해 소개될 뮤지컬 작품 중에는 신분을 넘는 애틋하지만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인 러시아 뮤지컬 <가련한 리사>도 있고, 군대에 간 남학생이 선임자의 집요한 요구에 못 이겨 여자 이름을 가진 대학친구를 소개해 벌어지는 요절복통 코미디 <스페셜 레터>도 있다. 또 오염된 강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10대 소년 소녀의 애틋한 성장 스토리인 <문 리버>는 NYU 출신의 미국 신예 극작가가 쓴 뮤지컬이다.

시사와 문화

딤프가 소개하는 대부분 작품에는 충격적인 반전이나 감춰둔 출생의 비밀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대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생동감과 현장감, 그리고 다양한 소재가 있는 재미는 감히 다른 장르와 비교할 수 없는 그만의 특징이자 매력을 선사해준다.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 문화 콘텐츠 개발은 예술가들이 얼마나 마음껏 참신하고 다양한 소재를 실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기왕이면 딤프가 우리 뮤지컬계에 그런 열린 실험 공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콘텐츠 강국을 꿈꾸는 예술가들의 노력이 지역 페스티벌을 통해 결실로 맺어진다면 얼마나 멋질까.

원종원<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