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이주노동자 수입경쟁 시대 온다?

<투스카니의 태양>

재정위기를 겪는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7%를 넘어섰다. 국제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7%를 넘어서면 채권을 발행해 자금조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탈리아인들은 낭만 있고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낭만적이고 여유가 있을까.

오드리 웰스 감독의 <투스카니의 태양>(2003)이 떠오른다. 해바라기의 천국, 이탈리아 투스카니가 배경인 로멘틱 코미디다. 이 영화의 원작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인 프란시스 메이어스의 소설 ‘언더 더 투스칸 선’이다.

베스트 셀러 작가인 프란시스(다이안 레인 분)는 남편에게 이혼을 당한다. 캘리포니아 주법은 이혼의 사유를 따지지 않는다. 바람을 핀 남편은 위자료로 집을 요구한다. 프란시스는 한순간에 집을 잃고 홀로 됐다. 친구 패티가 기분 전환을 하라며 여행 티켓을 준다. 게이들과 함께 가는 이탈리아 여행이다. 프란시스는 투스카니의 코르토나 시장을 거닐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내건 한 전원주택 광고와 마주친다. 주택의 이름은 ‘브라마솔레’. 태양을 그리워한다는 뜻이다. 300년이 된 이 전원주택이 왠지 끌린다. 운명처럼 그는 새 주인이 된다.

집수리에 나섰다. 그가 꼼꼼하게 고른 인부는 4명의 폴란드인들이다. 그런데 일하는 게 영 어쭙잖다. 벽을 무너뜨리고 전등을 매달다 합선을 일으킨다. 자격증은 있다는데 아무리 봐도 미덥지 못하다. 심지어 그 중 한 사람은 문학교수란다.

2004년 5월 동구권 10개국이 EU에 가입하면서 동유럽 노동자들이 대거 서유럽으로 밀려들어왔다. 서유럽은 동유럽 이주노동자들을 ‘폴란드인 배관공’(polish plumber)이라 불렀다. 이 단어에는 가난한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와 사회복지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와 조롱이 섞여 있다.

EU 가입국가끼리는 이동의 자유를 가진다. 회원국 어디서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신흥 동유럽 가입국가에 제한 없이 노동시장을 연 나라는 영국, 스웨덴, 아일랜드 정도였다. 프랑스, 독일 등은 일부만 이주를 허용하거나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상당수의 동유럽 노동자들은 불법노동자로 전락했다. 유럽집행위원회의 2008년 자료를 보면 당시 서유럽 회원국에서 일하고 있는 동유럽 노동자의 절반이 폴란드인이었다. <투스카니의 태양>에서 이주노동자를 폴란드인으로 설정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어느 나라든 이민정책은 정치적·경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자국민 노동자를 쉽게 구할 수 없는 3D직종에 이주노동자를 투입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자국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데다 저소득층의 임금상승을 막아 빈부격차를 확대시킨다는 반대논리도 만만찮다.

<10년후의 미래>를 펴낸 대니얼 앨트먼 교수는 이민정책을 인적자본 수입이라는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민정책은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라면 이주노동자 문제는 단순히 노동력 대체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이주자들이 많아지면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고, 이들로 인해 인구 고령화에 따른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일본의 고령화가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심각해진 것은 폐쇄적인 이민정책 때문이라고 앨트먼 교수는 분석했다. 고급 전문직 노동자 수입도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

영화 속 경제

반면 인적자본을 유출시키는 나라는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 특히 전문직들이 떠나버리면 중산층이 엷어져 안정적인 경제성장은 더 어려워진다. 세계화로 인해 상품뿐 아니라 인구의 이동도 자유로워진다. 거주 선택권이 훨씬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머지않아 인적자본 유치를 위해 국가들이 경쟁을 벌이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