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눈]한나라당 전당대회 선택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 경쟁에 나설 후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홍준표 의원과 ‘탈계파’를 자처하는 나경원 의원, 친박계 단일후보 유승민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중립 성향의 권영세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친이계 대표주자로 부상한 원희룡 의원은 다음 총선 불출마를 외치며 당권경쟁에 가세했다. 먼저 출마 선언을 한 박진 의원과 남경필 의원까지 합하면 모두 7명이 이번 당권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렇듯 출마자 숫자는 상당하지만, 과연 누가 되느냐는 당내 역학관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27 재·보선 이후 친박이 신주류로 등장했지만, 수적 열세는 아직 극복 못하고 있기 때문에 친박의 입장에선 이번 당권 경쟁이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그러니까 당권 경쟁을 통해 다른 계파와의 연대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친박은 현재의 권력과도 척을 질 수 없는 상황이다. 보수세력을 보다 안정적으로 결집시키기 위해서인데, 이런 차원에서 덧붙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한나라당의 ‘민주당화’를 막는 부분이다. 당은 집토끼를, 대선후보는 산토끼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종합해보면 이번 당권 경쟁의 승자는 이런 현실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당의 노선을 분명히 하고, 친박과 친이의 거부감이 적고, 친박에 수적 열세를 극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인물, 그리고 현재 살아있는 권력인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지금 언론에서는 홍준표, 원희룡, 나경원, 유승민, 남경필 의원을 유력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이 앞서 열거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의원은 독립군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어떤 의원은 한 계파의 대표주자임은 분명하지만 다른 계파의 동의를 얻기 힘들고, 어떤 의원은 보수의 입장에서 볼 때 지나치게 진보적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이런 와중에 원희룡 의원이 범친이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와 관련해서 친이계 인사들이 서울 모 호텔에 모여 결의를 했다는 오보 소동도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의 상황에서 친이계들은 원희룡 의원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다른 대안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만일 친이계가 원희룡 의원을 선택했다면, 이젠 친박이 선택할 차례임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친이계는 일단 공을 던졌으니 이제 그 공을 받을지 친박이 결정할 차례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친박계의 선택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친박계의 입장에서 가장 우선시할 대목은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측면일 것이다.

신율의 눈

왜냐하면 이번 당 대표는 한나라당 전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즉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최소한 패배를 안겨주지 말아야 할 임무가 있을 뿐 아니라, 공천을 통한 친박계의 세(勢) 확산에 기여해야 할 위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또 다른 고민은 과연 현재 친이가 미는 후보가 현 정권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인지의 여부라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친이가 공을 던졌다 하더라도 친박의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친박이 꼭 생각해야 할 부분은 지나치게 현상유지를 바라면 현상유지 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쪽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