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늬우스]사회적 지탄 크면 법은 봐준다?

‘맷값 폭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물류업체 M&M 전 대표 최철원씨(42)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돼 풀려났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한 점, 이 사건으로 이미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

최씨의 폭행을 풍자한 장도리.(2011년 4월 8일자)

이 분이다. 사회적 지탄을 받은 만큼 당당해 보이는 최씨의 경찰 출두 모습. |경향신문 자료

놀라운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재벌국가에 사는 네티즌들 애초 “곧 풀려나겠군”이라며 덤덤. ‘재벌 구속-집행유예’, 이건 족집게 예측이 아니라 통계과학. 최씨의 사촌인 최태원 회장, 박용성 회장, 정몽구 회장, 이건희 회장, 한결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이게 우연의 일치로 보이는가. 최철원씨에게 ‘사면’이 내릴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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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양형 이유로 설명한 “이미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지탄받았으면 더 엄중 처벌해야 하는 거 아닌가. 판사님들의 상상력!. ‘링거 주사 꽂고’, ‘마스크 쓰고’, ‘휠체어 타고’의 3박자 법정 출두를 선보인 이 환자 분은 현대 정몽구 회장. 2006년 7월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참석했을 때 모습이다.

그리고 나흘 뒤인 14일 서울 양재동 현대 본사에서 보브 라일리 미국 앨라배마 주지사와 면담(아래 사진)하는 정 회장. 며칠 전 링거 주사에, 휠체어에 의지한 분이라곤 보기 힘들 정도.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분했던 버벌이 보였던 반전의 경지. 대한민국 경제성장, 괜히 이뤄진 게 아니다. 다 죽어가는 환자를 환생시킨 의료진의 노고도 경하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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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부유층에다 여야 정치인들까지. 기득권층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 또 지탄받은 만큼 집유에 석방되는 구조는 오랜 역사.

다음은 1991년 10월 5일자 경향신문.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이 상습적으로 히로뽕을 복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청담동 신경정신과 의사와 재벌 2세에게 각각 1년6월·집행유예 3년, 징역 1년6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는 내용.

그런데 왼쪽 하단 기사 제목 ‘현대중, 노조 간부 무더기 징계’. 당시의 ‘법과 원칙’이 누구를 위해 존재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신문 자료.

당시의 법과 원칙은 지속됐다. 2006년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2002년 1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서울중앙지법의 횡령사건 판결문 461건을 분석한 결과, 배달원·종업원의 44.1%가 실형을 살았지만 기업체 대표이사급 임원들이 실형을 사는 비율은 33.7%.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기업체의 전·현직 CEO 69명 중 41명(59.4%)이 집행유예로 실제 징역을 살지 않았지만, 배달원·종업원들은 24명 중 9명(37.5%)만이 집행유예 처분. 수십만원 횡령에도 징역 10월이 현실.

정동늬우스

그러니 법원으로부터 집유받고 사면받으려면 제대로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짓을 하라는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