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늬우스]‘공약 뒤집기’ 한판 더!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 대선 공약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을 백지화하자 여권과 영남이 시끌.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개발계획의 취소는 마땅한 측면도 있지만, 이 백지화 과정에 원칙도 소통도 없는 말 바꾸기, 공약 뒤집기에 대한 지적들이 이어진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갈등 촉발자. 대선 공약에다 2009년 10월까지도 부산·대구 양쪽 지역을 오가며 신공항을 약속, 지역갈등과 대립을 조장한 장본인. 혹 4대강에 예산을 다 쏟아부어 남은 돈이 없는 건 아닐까. 그런데 국민을 정부산 로봇 물고기로 아나.

이 대통령의 공약 뒤집기를 풍자한 ‘장도리’(2011년 3월 31일자)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 행정부 등의 공약 뒤집기 기술은 현란하기 그지없다. 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추억의 공약’으로 만드는 신공.

경향신문 자료

회의장 벽면 가득한 저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 문구는 통일신라시대 화가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렸다는 ‘노송도(老松圖)’의 텍스트 버전 같은 걸까. 새들은 그림에 죽고, 대학생들은 등록금에 죽어나는 암울한 풍경.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한국대학생연합 회원들이 2011년 2월 24일 서울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이명박 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 미이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때문에 자살한 대학생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한 이 대통령의 해명? 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일 ‘어륀지’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등록금이 비싸다”는 한 대학생의 말에 “등록금 싸면 좋겠지. 그런데 너무 싸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2008년 9월에는 “내 자신이 반값으로 공약을 한 적은 없다”며 한나라당에까지 ‘남탓’. 괜히 분열하나.
아, 저 벽화 다시 보니 반값 아파트 공약도 있었네.

‘또 하나의 대선 공약’인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 공약 뒤집기엔 ‘또 하나의 가족’ ‘행님’도.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3월 20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과 관련해 “과학벨트는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할 수 있는 곳에 줘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중략) 이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과학벨트 전부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지만 대구·경북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와야 한다”(2011년 1월 21일자, 이상득 “과학벨트 할 수 있는 곳에 줘야”)

공약 뒤집기에다 이행 저조에, 미이행은 수두룩. 경실련은 이 대통령 집권 3주년을 맞아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내세운 10대 공약 중 민생과 직결된 6개의 이행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2월 23일 발표하면서 이행 정도에 따라 A부터 F까지 등급을 매겼다. 공약 미이행에 가까운 F등급이 2개, 목표의 절반에 못 미친 D등급이 2개, 절반 정도를 이행한 C등급이 2개로 전반적으로 낙제점.

그래도 추억의 공약 1위는 747. 덧붙여 “내가 취임하면 주가가 5000까지 간다.” 그런데 취임 직후 주가는 900선으로. 2009년 국민소득은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만7175 달러. 경제성장률은 2008년 2.3%, 2009년 0.2%.

그래도 아쉬운대로 끝내 실현한 747이 있었으니.

대통령 집권 1년차의 경제 난맥을 풍자한 김용민의 그림마당(2008년 7월 4일자)

대통령 전용기 ‘코드원(공군 1호기)’이 모습을 드러낸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민간 항공기를 이용했으나 다음달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순방부터 대한항공 보인 747-700기종(2001년식)을 임대해 운항하게 된다.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담당한 ‘코드원’의 외관은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색 바탕에 태극문양의 적색·청색을 가로선으로 배치해 ‘미래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을 형상화했다.(2010년 3월 27일자, 새 대통령 전용기 보잉 747 내달 뜬다)

그런데 이 747마저 미래는커녕 아랍에미리트조차도 못 가고 회항.

정동늬우스

이명박 대통령과 수행단을 태운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가 12일 오전 8시 10분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이륙한 지 1시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단을 찾아 회항 소식을 알렸다. 이륙 30여분이 지나 서해상에 접어들 시점에 기체 아랫부분에 진동과 함께 소음이 감지됐기 때문이다.…대통령 전용기의 회항은 역대 정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2011년 3월 14일자, 李 대통령 전용기 ‘기체 결함’으로 회항 사태)

<김종목 경향신문 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