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야기]미성년 주주 ‘배당 대박’

최근 대다수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지급할 배당금을 확정했다.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여 배당금도 어느 해보다 두둑할 전망이다.

실제 재벌닷컴이 상장사 7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억원이 넘는 배당 부자(富者)가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보유만으로 억대 연봉자 못지 않은 대박을 터트린 배당부자들이 대거 탄생한 셈이다.

여느해처럼 올해도 억대 배당부자 중에서 눈길을 끈 주인공은 재벌가의 어린 자녀들이었다. 조사 결과 올해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 억대 배당부자는 20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이 많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억대 미성년 배당부자들은 모두 쟁쟁한 재벌가 출신이었다는 점과 특정 재벌가 자녀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가문별로 보면 GS가(家) 자녀가 6명으로 가장 많았고, KCC가 출신이 3명, LG가와 풍산가 출신이 2명씩이었다. 이외에도 태평양, 동서, 오뚜기, 삼양사, 고려아연, 성보화학 출신도 1명씩 차지했다. 특히 GS가의 경우 올해 10살도 안된 초등학생 2명이 9억원과 3억원의 고액 배당금을 각각 받는 등 상위권을 휩쓸었다.

배당금은 자본을 투자한 주주들에게 위험 감수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회사의 이익을 되돌려주는 자본주의 기업제도의 핵심 중 하나다.

때문에 회사는 많은 이익을 남겨 주주들에게 가급적 많은 배당금을 돌려주는 게 최선이다. 회사가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고액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며,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재벌가 자녀들의 고액 배당금은 주식 취득과정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물론 대다수 해당 재벌에서는 증여세를 내고 합법적으로 주식을 취득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일부 재벌가 자녀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부나 부친이 타계하면서 회사주식을 상속받은 사례도 적지 않아 나무랄 수만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실례로 올해 미성년 배당부자 1위를 차지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조카는 2001년에 태어난 초등학생이다.

그는 만 3세의 젖먹이 때이던 2004년에 GS의 주식 12만여주를 증여받은 뒤 해마다 보유주식이 불어나 지난해에는 76만여주를 기록했다. 회사측이 밝힌 아이의 주식증가 사유는 ‘배당소득 및 근로소득’. 초등학생이니만큼 ‘근로소득’은 없을 터이고, 당연히 ‘배당소득’이 소득원이라는 얘기다.

이러니 국세청도 처음 주식보유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물리지만, 나중에 불어난 주식에 대해서는 정당한 소득원이 있는 만큼 어쩌지 못한다. ‘절세’ 수법으로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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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회장은 올해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33대 회장을 맡아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이 됐다. 허 회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재계”를 내세웠다.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chaebul@chae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