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친북’과는 거리가 먼 북한학 연구의 석학

왼쪽 _ 서동만저작집간행위원회 엮음·창비·2만9000원, 오른쪽 _ 서동만추모집발간위원회 엮음·삶과꿈·2만원

지난해 6월 4일 북한학자 서동만 교수(53)가 폐암으로 투병 중에 세상을 떠났다. 사망 1주기를 맞아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북조선 연구>(창비)와 <서동만: 죽은 건 네가 아니다>(삶과 꿈)다.

서 전 교수는 방대한 자료수집과 엄격한 학문적 태도로 북한학 연구에서 일가를 이뤘다. 1995년 일본 도쿄대 박사 학위 논문을 번역한 <북조선사회주의 체제 성립사 1945~1961>(선인 2005)는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과 자료에 대한 치밀한 고증으로 북한학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나온 <북조선 연구>는 지난해 10월 서 전 교수의 선후배들로 구성된 ‘서동만저작집간행위원회’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발표된 고인의 학술논문과 칼럼들을 묶어 펴낸 책이다. 단행본 저술로는 <북조선사회주의 체제 성립사>가 유일한 가운데 서 전 교수의 연구 성과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보태진 셈이다.

책의 1부에는 ‘50년대 북한의 곡물생산량 통계에 관한 연구’(1996) ‘북한 사회주의에서 근대와 전통’(1996) ‘1950년대 북한의 정치갈등과 이데올로기 상황’(1998) 등 북한 정치에 관한 10편의 논문들이 실려 있다. 주로 북한 사회주의 수립 초기의 정치적 역학 관계와 인물들을 조명했다. 2부는 서 전 교수가 학술지 등 일반 매체에 기고한 글들이다. 현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글은 2007년에 발표한 ‘남북이 함께하는 2008년 체제’다. 서 전 교수는 이 글에서 1987년 체제 이후 남한을 ‘안보비대화의 안보취약국가’로 규정했다. 60만 대군을 거느리며 국가예산에 비추어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하면서도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행사해야 할 전시작전지휘권을 ‘안보 불안’을 이유로 받지 못하는 보수정권의 행태를 꼬집었다.

서 전 교수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지만 보수 진영으로부터 ‘친북좌파’라는 공격을 받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 책에 묶인 글들에서 드러나듯이 북한 정치에 대한 그의 접근은 ‘친북’과 거리가 멀다. 그는 북한의 핵 무장에 대해 “북조선의 핵무장은 동아시아지역에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고, 이들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북조선 입장에서 그것이 국가발전에 질곡으로 작용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서 전 교수와 인연을 맺은 이들이 고인을 회고하며 쓴 글과 짤막한 추도사를 묶은 <서동만>에는 ‘학자’ 서동만이 아닌 ‘인간’ 서동만의 모습이 질박하게 드러나 있다. 오랜 친구이자 참여정부에 함께 몸담았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그는 정치 앞에서 너무나 순결하였다”고 회고했다. 서울대 동문인 반병률 한국외대 교수는 “어설픈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자네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자네의 사심 없는 진정성에 감동받았을 것”이라면서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안타까워했다.

신간 탐색

서 전 교수는 이 땅에서 53년을 살았다. 자연인으로서는 이른 죽음이다. 꽁꽁 얼어붙은 지금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