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공상과학영화 실현 가능성은

불가능은 없다

미치오 카쿠 지음 |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만3000원

“사람이 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죠. 로이스 레인은 초당 9.8m의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요. 슈퍼맨이 날아가 강철 같은 팔을 뻗어서 그녀를 구하죠. 하지만 (과학적으로 따진다면) 슈퍼맨의 팔에 부딪힐 경우 그녀의 몸은 세 동강이 날 거예요.”

대학원에서 이론물리학을 공부하는 청년 4명의 좌충우돌을 그린 미국 시트콤 <빅뱅이론>에 나오는 대사다. 보통 사람에게 ‘슈퍼맨’은 오락의 대상일 뿐이지만 이론물리학으로 단련된 정신의 눈에는 과학적 오류의 덩어리로 비칠 수도 있다. 물론 아무리 저명한 물리학자라 하더라도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과학적 검증의 강박증을 드러낸다면 이처럼 시트콤의 소재로 활용되기에 딱 좋다.

뉴욕시립대 석좌교수이자 초끈 이론 분야의 석학으로 알려져 있는 미치오 카쿠는 어떤 면에서 <빅뱅이론>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만든다. 194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인 저자는 어린 시절 공상과학 드라마 <플래시 고든>이 방영될 때마다 화면 속으로 몰입했다. 청소년 시절 공상과학물의 서사에 매료됐던 저자는 본격적인 학문의 길을 걷게 된 뒤에도 그것들을 황당무계한 상상으로 치부하는 대신 물리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연료로 삼은 듯하다. <불가능은 없다>는 공간이동, 텔레파시, 외계인, 시간여행, 평행우주 등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로 등장한 주제들의 실현 가능성을 이론물리학의 시선으로 조명한 책이다.

외계인은 존재할까.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물리학, 화학, 생물학의 이론적 성과를 토대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들을 유추하는 것은 가능하다.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적어도 물과 탄화수소화합물, 자기복제가 가능한 DNA 같은 분자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몇 가지 조건을 상정한 드레이크 방정식에 따르면 우리 은하계 내100~1000개에 이르는 행성에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수학적 확률과는 달리 천체 법칙을 고려하면 이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목성과 토성은 거대한 중력으로 태양계에 진입하는 혜성이나 소행성들을 바깥으로 퉁겨 낸다. 또한 화성의 위성들과는 달리 지구의 위성인 달은 덩치가 큰 편이어서 지구의 자전축을 일정한 각도로 유지시켜 준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행성은 드물다. 외계인이 존재하더라도 거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는 스케일 법칙(scale law) 때문인데, 어느 생명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모든 부분을 10배로 확대하면 몸무게는 1000배로 커진다. 이렇게 되면 몸의 강도가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결론은? 지구인과 비슷한 체격일 것이다.

책은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어서 100~200년 안에 실현 가능한 것을 ‘제1부류 불가능’, 물리법칙에 위배되는지 불확실하지만 위배되지 않는다면 수백만년 뒤에라도 반드시 실현 가능한 것을 ‘제2부류 불가능’으로 각각 정의한다. 놀랍게도 저자에 따르면 공간이동은 1부류 불가능, 시간여행은 2부류 불가능에 속한다.

신간 탐색

“불가능은 없다”고 말하는 이 책은 다소 황당해 보이는 주제들을 진지하게 파고듦으로써, 독자들에게 우주와 시간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흥미진진한 사색의 체험을 선사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