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진휴의 눈] 화이부동의 2009년을 보내며

화이부동(和而不同)은 교수신문이 선정한 2009년의 사자성어이다. 공자의 <논어> ‘자로(子路)’편에 있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不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의 부분으로, 군자와 소인배의 사람 대함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한다. 화이부동은 군자는 조화로운 어울림을 추구하지만 서로 다름을 굽혀 가면서까지 조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2008년 내내 논란과 혼란을 초래한 광우병 사태에서 극심한 불신을 경험한 우리 사회가 2009년에는 설령 다른 점이 있더라도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찾자는 희망의 표현이었다.

시간의 흐름은 유수와 같다. 2009년의 화두를 찾는 설문조사에 응한 것이 벌써 1년 전이다. 며칠 전에는 2010년의 사자성어를 찾기 위한 교수신문의 설문을 받았다. 2010년을 그려보기 전에 교수신문 독자들이 희망한 화이부동이 어느 정도나 2009년의 우리를 묘사했는지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과거를 돌이켜 봄은 내일의 모습에서 과거의 흔적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건대 2009년은 화이부동이 아니라 오히려 공자가 걱정한 동이불화(同而不和)의 한 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조화를 추구하지 못하고, 힘에 의한 지배와 강요로 타인을 억압해 자신과 같이 만들려는 못난이들의 난무가 보통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힘들게 만들었다고 본다.

먼 훗날의 역사가 우리의 2009년을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한다면 이는 단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일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전 대통령의 서거이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자살사건이었다. 그동안 온갖 추측이 난무했고, 사실 확인의 노력도 백방으로 경주됐지만 아직도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남아 있다. 역사가 그 이유를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에 대한 추측도 해 본다.

동이불화의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 2009년의 정치권을 들 수 있다. 방송시장의 경쟁력과 선진화를 추구한다는 소위 미디어법이 결국 여야간에 간극만 넓혀 놓았다. 반대할 것이 두려워 회의장의 출입을 봉쇄하는가 하면 전기톱과 망치가 동원된 돌파극도 있었다. 무리하게 의사 진행을 시도하던 집단과 이를 저지하던 집단 사이의 난투극은 외국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기도 했다. 외국 언론은 2009년 10대 국제 황당 집단으로 대한민국의 정치권을 포함할 것이다. 입만 열면 절차와 원칙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하면서도 실상은 난투극을 문제 해결의 핵심 수단으로 삼는 정치권이 한순간의 반성도 없이 매월 세비를 꼬빡꼬빡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목진휴의 눈

진정한 민주주의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조화를 찾아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름이 없으면 조화의 필요성이나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름과 조화는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하나에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2010년에는 어떤 사자성어가 선정될지 모르겠지만 2009년의 화이부동을 잊지 말고 실현해 보자고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제안하고 싶다.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