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일본 총선 ‘진짜 돌풍’ 주인공의 운명은?

지난 7월 말 기자회견에서. “‘작은 돌풍’ 을 일으켜 보겠다” 고 발언하고 있는 미야케 유키코(사진 위). 기자회견 당일 그녀의 지역구에 진짜 ‘돌풍’이 붙었다. <사진출처=뽐뿌>

총선 압승. 예견된 결과였다. 일본 이야기다. 54년 만의 정권교체는 숱한 화제를 뿌렸다.

총선이 끝난 며칠 후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의 부인 하토야마 미유키가 지난해 저술한 책 내용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잠을 자다가 외계인을 만나 금성까지 미확인비행물체(UFO)를 타고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UFO의 모양은 세모꼴이었으며, 여행을 다녀온 것은 그녀의 육신이 아니라 영혼이다. 외모 때문에 ET라는 별명을 얻은 하토야마 대표와는 왠지 어울리는 후일담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유키가 자신의 남편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호기심을 갖고 적극 지지하는 태도다.

“군마 지역에 돌풍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의 바람을 일으켜 보겠습니다.” 지난 8월 초, 일본과 한국의 누리꾼 사이에는 또 다른 여성의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민주당 후보로 군마현 4구에 출마한 미야케 유키코다. 앞에 인용한 발언은 7월27일 오후 1시에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로서 각오를 밝힌 출사표쯤의 언급이다. 그런데 이게 선거도 치러지기 전, 아니 1시간만에 실현됐다. 오후 2시10분경 군마현 지역에 진짜 ‘돌풍’이 분 것이다. 누리꾼들이 캡처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돌풍으로 경찰자전거가 공중에 날아다니고 경차가 구르며 20여 명 중상, 2000여 가구 정전 등 피해가 발생했다. 한국 누리꾼들은 “일본 국회에서도 마법을 볼 수 있는 것인가”, “허경영 여성 버전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허씨가 “내가 구속된 날 남대문이 전소했고, 출소하던 날 일식이 벌어졌다”며 의미부여(?)한 것을 빗댄 댓글이리라.

사실 군마현 지역은 이번 일본총선의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였다. 입후보한 미야케의 상대후보는 후쿠다 야스오. 전직 총리다. 미야케는 일본언론들이 총선을 지휘하고 있는 오자와 이치로가 보낸 ‘미녀자객’들로 묘사한 대표적인 여성후보다. 그녀의 경력도 만만치 않다. 미야케의 할아버지는 1950년에 관방장관과 노동상을 지낸 이시다 히로히데이며, 그녀 아버지도 외교관 출신이다. 미야케 자신은 후지TV 정치부 기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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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차지한 중의원 의석수는 모두 308석. ‘작은 돌풍’을 일으키겠다던 미야케는 어떻게 됐을까. 일본 위키피디아의 자료에 따르면 그녀가 얻은 지지는 9만1904표. 경쟁후보인 자민당 후쿠다는 10만3852표다. 석패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동시에 비례대표에도 등록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비록 지역구에서는 졌지만 비례대표선거에서 미야케는 당선됐다. 일본 국회에서 다른 의미의 진짜 ‘마법’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