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미국 토플리스 여성시위, 한국 누리꾼 반응은?

뉴욕 ‘GOTOPLESS’ 행사 포스터. |www.gotopless.org

“여성들도 공공장소에서 상반신을 노출할 권리가 있다!”
지난 8월23일 미국 뉴욕센트럴파크에서 열린 한 행사 소식이 바다 건너 한국 누리꾼의 관심을 끌었다.(정확히 말하면 남성 누리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행합일(知行合一). 이런 주장을 하려면 당연히 ‘행동’에 옮겨야 한다. 즉 상반신을 노출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시위를 벌여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국내 언론은 뉴욕 지역 한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짤막하게 보도했다. 결정적으로 보도사진 속 여성들의 상반신은 노출되지 않았다.

사실 이 행사는 뉴욕에서만 열린 것이 아니다. 8월23일을 기점으로 마이애미비치, 하와이, 시카고, 포틀랜드 등 미국 전역에서 열린 행사다. 뉴욕에서 열린 행사의 포스터를 보면 ‘여성평등의 날’이라는 제목 아래 자유의 여신상이 가슴을 노출한 채로 횃불을 들고 있다. 뉴욕 ‘저항’의 구호는 “우드스톡에서 부브(여성의 가슴이라는 뜻의 미국 속어)스톡으로!”다. 히피 남녀들이 너나할 것 없이 벌거벗고 샤워하는 사진으로 기억되는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이리라.

누리꾼들은 전제된 보도에서 ‘상반신 노출’을 주장하는 여성들의 어깨에 란제리 같은 끈이 보이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진짜 상반신을 노출한 게 맞느냐는 거다. 보도되지 않았지만 주최 측의 공식 사진을 보면 이들이 입은 옷은 란제리나 브래지어가 아니라 시위용품으로 천사의 날개를 만들어 어깨에 걸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반신·가슴은 당당하게 노출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이런 행사는 어떤 의미일까. 이 단체는 “여성들이 자신의 가슴이 고귀할 뿐 아니라 다리나 팔과 마찬가지로 신체의 자연스런 부분이기 때문에 수유를 하든 하지 않든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결코 창피하거나 감춰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남성들도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상반신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면 누드와 성욕을 좀 더 잘 분별할 수 있게 되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나 ‘가슴계곡’을 보더라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이 단체는 밝히고 있다. 그냥 들으면 그럴듯한 논리이지만 전통적인 페미니즘(과거 비슷한 이유로 자유주의 계열의 페미니스트들이 브래지어 착용 거부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과는 어딘가 살짝 다르다.

언더그라운드 넷

답은 주최 측 공식사이트에 쉽게 나온다. 공식사이트에서는 이 운동을 창시한 이의 ‘말씀’이 인용돼 있다. “남성이 웃통을 벗을 수 있는 한 법적으로 여성도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 아니면 남성들이 그들의 가슴을 감출 수 있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거나.” 그리고 이 ‘창시자’의 이름은? 마이트레야 라엘이다. 라엘리안무브먼트의 창시자 라엘. 언론 보도가 그다지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어찌됐든 그럼에도 한국 남성 누리꾼의 반응은 이 시위에 대체로 호의적이다. 다음 닉네임 차돌이는 댓글에서 “국내 도입을 적극 찬성한다. 입법 통과하면 세금도 더 내고, 딴나라·쥐박이 이딴 욕 안 할 것이다”고 적고 있다. 물론 성평등 ‘떡밥’과는 별개 의견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