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경제가 어려울수록 문화산업 육성해야

위기가 기회다

예술인들이 상상력을 펼치고, 문화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 사진은 여러 뮤지컬 작품들.

여기저기 비명 소리가 들린다. 경제위기가 문화계에까지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공중파 TV에 나타나는 여러 징조만 봐도 그렇다. 프리랜서 전문가들이 점차 제외되고, 내부 인력들로 대체되는 변화가 감지된다. 문화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씩 사라진 자리에 예능 오락물만 넘실댄다. 새롭게 돈을 들여 교양물을 제작하느니 차라리 예전의 인기 드라마를 ‘시간 떼우기’ 식으로 조악하게 편성하는 게 낫다는 꼼수들만 늘고 있다. 급격하게 줄어든 광고 판매율에 ‘시청률’을 높여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다양성이나 시청자의 선택권은 이미 외면한 지 오래다.

공연 예술계도 다를 바 없다. 일단 막만 올리면 어느 수준 이상 돈벌이가 됐다던 유명 창작 뮤지컬이 큰 손실을 기록하더니, 급기야 공연 도중 제작자가 사라진 경우마저 등장했다. 이리저리 돌려막던 여러 작품의 제작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발생한 ‘사건’이다. 중국에서 바다 건너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참여했던 외국 배우가 뜻하지 않던 어려움에 취하자,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이 협력해 겨우 귀국 경비를 마련해줬다는 뒷이야기도 들린다. 뮤지컬 제작자들 사이에선 흥행은 고사하고 경제위기의 폭풍 속에서 살아남기나 했으면 좋겠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공공연히 오간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지갑을 닫는 사람들이 늘게 마련이다. 특히 문화산업은 경기에 민감한 분야 중 하나다. 일반인들의 문화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탓도 있고, 기업들의 문화 마케팅이 빠르게 위축되는 것도 큰 몫을 한다. 우선 먹고사는 일이 더 급하다는 위기의식이 필요 이상으로 소비심리를 얼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물론 빈곤의 악순환처럼 이는 다시 시장의 탄력성을 저해하는 악조건을 낳게 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도 된다. 이럴 때일수록 분위기의 반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 가장 쉽게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곳도 다름 아닌 문화산업이다. 지친 일상을 위로하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돌파구를 제공해주는 것이 바로 문화산업이 해야 할 일들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문화산업을 진흥하고 육성하는 정책적 배려를 고민해야 한다. 효율성보다 가치에 무게를 두고, 숫자 계산보다 의미를 찾는 여유와 지혜가 지금 우리에겐 절실하다.

시사와 문화

특단의 지원이 필요한 것은 금융계나 건설업계뿐 아니다.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며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에도 정치적 배려와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예술인들이 좀 더 쉽게 그들의 상상력을 펼치고, 문화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세제 혜택이나 세금 감면을 고민해야 한다. 될성부른 떡잎에는 비료도 주는 적극적인 대안의 모색도 있어야 한다. 말로만 문화산업의 부가가치를 논할 게 아니라 실제 그러한 사례가 늘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배려하는 인식의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원종원<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