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미 우정청 ‘오늘의 우정’

새 슬로건을 홍보하는 미 우정청 홈페이지.

"오늘의 우정’(Today’s Mail).
미 우정청(USPS)이 최근 우정청의 새로운 이미지로 선정한 슬로건이다. 1988년의 슬로건 ‘우리는 당신을 위해 배달합니다’(We deliver for you), 1998년 이후 써온 ‘독수리처럼 날아라’(Fly like an eagle)를 10여 년 만에 바꾸는 것이다. 과거 두 슬로건은 스티브 밀러밴드가 부른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어 여기에 편승했지만, 이번엔 그런 배경없이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우정청 내 전문가 그룹이 몇 달을 연구한 끝에 내놓은 작품이다.

‘Today’s Mail’, 우리 말로 해석하면 이게 무슨 슬로건인가, 싶을 정도로 단순하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이 단어는 다른 무엇보다 친숙하면서 강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올프 올린스의 딘 크러치필드 부사장은 “메일은 미국인들에게 굉장히 강력한 단어”라고 말한다. 미국인은 누구나 친구의 편지, 생일카드, 크리스마스 카드를 기다리기 때문에 ‘편지’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설렌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우편함에 꽂히는 것은 광고물 아니면 대금청구서다. 그 바람에 우체국에 대해서도 고객들은 ‘정감은 있으나 지금 시대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곳’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새 슬로건은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정감 있는 단어를 끄집어낸 뒤 ‘어제’가 아니라 ‘오늘’, 다시 말해 현대화된 우정(郵政)의 이미지를 고객에게 심어주자는 발상이다.

미 우정청은 그동안 IT(정보기술) 기술을 이용해 여러 가지 신종 우편 서비스를 개발, 제공해왔다. 나만의 우표 사용하기, 휴가 시 우편물 우체국에 보관하기, 인터넷으로 해외물건 보내기, 우체국 가지 않고 가정에서 소포 수령하기 등이다. 미 우정청의 마케팅 매니저는 “우리는 끊임없이 새 서비스를 개발해 열심히 제공했는데, 막상 고객에게 물어보니 그런 게 있는 줄 모른다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이번에 슬로건을 만들면서 신종 서비스에 대한 고객 인지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슬로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섰다. 미 전국지인 USA 투데이에 새 슬로건을 담은 광고를 실은 데 이어 인쇄매체, 온라인 등을 통해서도 광고에 나섰다. 신문 광고는 ‘오늘 당신은 ~을 할 수 있다’는 문구에 우정청의 다양한 서비스 품목을 클릭하는 모양으로 돼 있다. 여기에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우표를 만들어보세요’와 같은 문안을 우정청 홈페이지 주소(www.usps.com/household)에 함께 제시했다. 우정청 홈피에 쉽고 편리한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다고 선전하는 것이다. 또 미 전역의 모든 가정과 사업장에 광고엽서를 보내기도 했다. 모두 1억3600만 통에 이르는 엽서에는 ‘오늘의 휴일에는 오늘의 편지가 필요하다’(Today’s holidays need today’s mail)는 문구를 넣었다. 오늘날 새로운 우편 서비스를 이용하면 휴일을 보내는 데 필요한 정보와 쇼핑 및 전자상거래 뉴스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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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우정청이 ‘오늘날 우체국 서비스에는 이런 게 있다’고 광고하는 것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우체국에서도 서비스하는 것이다. 우정 기술에서 우리가 미국에 별반 뒤질 게 없는 것이다. 그럼 우리 국민들은 그런 신종 서비스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조사한 자료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주변을 둘러보면 나만의 우표도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고객에게 사랑과 신뢰받는 선진우정기업’이란 우정사업본부의 슬로건은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신종 서비스를 국민에게 알리려는 광고기법은 미 우정청에서 배워와도 좋을 것 같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종탁 jt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