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편물류 전국 네트워크 완성

새로 개설된 울산우편집중국의 자동화 기계.

1990년 중반 인터넷이 일상생활에 쓰이기 시작할 때, 미래예측가들은 말했다. “이제 종이(paper) 산업은 끝났다.” 지금 생각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종이산업의 대표적 상품인 신문을 보자. 인터넷이 신문 독자를 잠식해가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었지만, 신문산업이 끝장날 정도는 아니었다. 발행 규모가 줄긴 했어도 신문의 영향력은 큰 변함이 없다.

사무실에서 종이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도 비슷하다. 컴퓨터 화면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모든 것을 프린트해 읽으려 했다. 그 때문에 종이 사용량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사무실도 많았다. 전자결재시스템을 만들어놓아도 공무원들은 종이서류를 들고 상급자 방에 들어가 말로 설명하고 보고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곳에서 구두로 사실상 결재를 받고 전자시스템에 들어가 다시 클릭하는 식이다. 지금은 전자시스템에 많이 익숙해졌지만, 아예 종이 없이 지내는 사무실은 지금도 찾기 어렵다. 전자정보와 종이가 자연스러운 공생관계가 된 것이다.

전자시대 우편산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활발해지면서 우편산업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종이에 사연 써서 보내는 편지는 이메일이 보편화되면서 급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우편산업은 성장모드를 되찾았다. 개인이 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거의 사라졌어도 기업이나 단체에서 고객에게 보내는 다량 우편물은 크게 늘었고,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택배 물량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편지와 같은 통상우편물은 2004년과 2005년 전년 대비 5.8%, 4.5% 감소하다 2006년 들어 겨우 0.8% 증가로 돌아선 반면, 소포는 2004년 13.5%, 2005년 16.3%, 지난해는 25.9% 증가율을 기록했다. 홈쇼핑·인터넷쇼핑에서 주문하는 소포 물량이 우체국으로 쏟아진 것이다. 점점 기존 시설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지난주 우정사업본부가 인천 국제물류센터를 비롯해 울산·영암·포항에 우편집중국을 개설한 것은 이런 미래의 불안을 말끔히 씻어주는 역사다. 정부 차원에선 1985년부터 총 사업비 1조2500억 원을 들여 추진해온 전국 28개 우편물류네트워크 사업이 일단락됐다는 의미가 있다. 우편운송체계의 전국 자동화·선진화의 틀이 갖춰진 것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그런 수치와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 우편집중국이 문을 엶으로써 우편서비스가 얼마나 더 좋아질 것인지만 따지면 된다.

우편집중국은 어떤 곳인가. 쉽게 말해 우편물의 중간기착장이다. 모든 우편물은 집중국에서 집중국으로 전해진다. 서울 서대문에 사는 사람이 경북 상주의 부모님에게 선물을 부치면 그 소포는 서대문 우체국에 접수돼 서울우편집중국-대전교환센터-안동우편집중국-상주우체국을 거쳐 받는 사람의 손에 배달된다. 이 모든 과정을 D+1일, 그러니까 접수 다음 날까지 완료해야 한다.

여기서 신속배달의 성패를 좌우하는 곳이 바로 우편집중국이다. 우편물이 가야 할 곳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분류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를 우체국에서 수작업으로 했다. 겉봉의 주소를 읽고 시·도별로, 또 시·군·구, 읍·면·동별로 나누느라 며칠씩 걸렸다. 우편집중국이 생기고 나선 이런 분류를 기계가 한다. 우편물 겉봉에 쓰인 주소와 우편번호를 기계가 판독해 배송지역별로 나누는 것이다. 통상우편물은 한 시간에 3만 통, 소포는 1만 통씩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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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본의 김상원 물류기획팀장은 “물류가 돈이고 경쟁력인 시대, 우편물류의 최적 인프라를 완성한 셈”이라며 “신속 정확한 배달을 통해 국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편집중국 개설 이후 등기소포우편물의 익일 배달률은 종전 85%에서 92%로 단숨에 올라갔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종탁 jt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