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정두원 한나라당 의원

“정치 기본도 몰라 같이 못해 먹겠다”
이명박 대리인으로 경선룰 협상 지원 “경선과정이 검증, 지지율이 검증 성적표”

한나라당 내에서 경선룰을 둘러싸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의 가파른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시장의 대리인으로 경선룰 협상의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3월 29일 이재오 최고위원을 거명하면서 줄 세우기를 비판한 데 대해 “강 대표가 최고위원을 지목한 것은 잘못이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을 3월 30일 의원회관에서 만나 경선룰 협상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과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한·미FTA 협상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사인 안희정씨가 지난해 10월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다고 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좋은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문제다. 북핵문제에 대한 확실한 담보를 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어떻든 정치적 이용은 안 된다.”

- 2·13합의 기초이행 조건이 충족된다면 연내 추진도 수용한다는 뜻인가.

“북한의 핵 불능화 입장은 기존 핵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그것을 우리가 용납할 수 있는가. 지금 정부가 용납하는 것을 전제로 남북관계를 끌고 간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 미국은 기존 핵을 인정하는 파키스탄 모델로 북핵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 부분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우려할 만하다.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남북은 물론 한미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 제네바 회담이나 기존 6자회담이 실패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문제를 덮다가 상황이 악화되면 크게 잘못되는 것이다.”

- 한나라당은 이미 대북정책의 수정을 예고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는 다른 입장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 다만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가는 것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상황에 맞춰서 전향적으로 가야지 우리만 앞서 나가서야 되겠는가.”

-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미FTA와 관련 ‘FTA 찬반전선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한·미 FTA 협상국면을 활용해서 지지자를 확보해보겠다는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 김 전 의장이 그렇게 나오니 실망스럽다. 그분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의장일 때는 해야 한다고 하다가 단식농성까지 하니 실망스럽다.”

- 한나라당이 경선 규칙을 정한 뒤에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경선룰 협상’은 일단락되지 않았다. 경선준비위원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올렸지만 결론을 못 내고 다시 당헌개정소위에서 만들어서 최고위원회에 올리라고 지시해놓은 상태다. (경선룰이) 결론이 안 났는데도 났다고 (박 전 대표 측이) 우기는 것인데 참으로 답답하다.”

- 지나치게 이해득실을 따지기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기본적인 원칙과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타협안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양보를 해도 원칙을 정해놓고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선룰의 기본 원칙은 당심과 민심을 똑같이 반영하는 5 대 5 정신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주장했던 것이다. 2002년 1월에 국민참여 경선이 수용되지 않아서 탈당한다고 했다. 혁신위에서 그 정신을 살린 것이다. 당헌대로 하자고 하는데 경선룰 논의 자체가 당헌을 바꾸는 논의다. 논리의 앞뒤가 안 맞는다. 지방선거에 시도지사 경선 결과를 보면 당심과 민심이 7 대 3, 8 대 2로 반영됐다. 5 대 5 정신에 맞지 않는다.”

- 강재섭 대표가 이재오 최고위원을 지목해서 당 인사의 줄서기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강 대표는 원칙을 얘기했지만 최고위원을 언급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도 이재오 최고위원이 경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는데 정치의 기본을 모르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집단지도체제를 갖고 있다. 최고위원은 지분을 갖고 있다. 최고위원 회의는 이런 지분을 토대로 의견을 절충하는 자리다. 최고위원은 중립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물론 임명당직자들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 (정치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어 답답하다. 정치인에게 지지세 확장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은 정치를 그만두라는 것이다. 정치적 기본을 알아야지, 짜증이 나서 같이 정치를 못해 먹겠다.”

- 검증위의 검증방법과 절차에 동의하는가.

“어떤 검증도 피할 생각이 없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에서 검증이 아니라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는 게 안타깝다. 검증은 국민과 당원 그리고 언론이 하는 것이다. 경선과정이 곧 검증이다. 지지율은 검증 성적표다. 후보는 검증의 대상이다. 대상이 검증 주체로 나서니 민망스럽다. 어찌 됐든 같은 당 후보를 흠집내서 경선에 이긴다는 게…. 성공도 못하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해당행위다.”

- 그렇게 자신 있으면 검증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동전의 앞뒤와 같은 얘기인데, 네거티브 캠페인은 지지율이 현저히 떨어질 때, 콘텐츠가 없을 때 나온다. ‘반전시킬 자신이 없다’ ‘콘텐츠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꼴이다. 상대방만이 아니라 자신을 더 당차게 하는 아름다운 경선으로 경쟁하자는 얘기다.”

- 여권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같다.

“후보 단일화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 가능성은 반반이다. 범여권의 분위기는 ‘후보 단일화를 하면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가 아니라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 범여권 일각에선 독자 출마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구도 재편과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애드벌룬도 나오는 측면으로 봐야 한다.”

-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이 여권세력 재편에 도움이 되나.

직격인터뷰

“현재로선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나가면 범여권 후보로 가시화될 것으로 봤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 범여권 후보가 가시화되는 게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겐 좋다. ‘아무나 나가도 (당선)된다’고 하니 경선체제가 불안정한 것이다. 여권 후보가 가시화되고 본선 경쟁력이 드러나면 대선의 본선구도가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사진 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