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심상정 의원 “국민 원하는 거 따르는 게 진보”

대선출마 선언 당내 경쟁 돌입, “서민 먹을거리 해결하는 민주주의시대 열어야”

심상정 의원은 3월 6일 “강한 민주노동당을 통해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 시대를 열겠다”며 대선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2004년 심 의원은 당원 투표로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았다. 그에 대한 진보진영의 평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는 “후발주자여서 지지도는 높지 않다”면서도 “대선을 주도하기 위한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말로 출마의 각오를 다졌다. 이런 심 의원을 지난 3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보았다.

- 대선출마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5·31지방선거 이후 당 안팎에서 민노당이 이번 대선에서 대안정당으로의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 대의와 조직의 요구에 복무한 사람으로서 당을 위해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시대정신과 자질은.

“우선 시대인식과 시대정신이 정확해야 한다. 세계사적으로나 한반도 주변정세로 보아 광복 이후 한국사의 새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시기이다. 지난 수십 년 간 부자들과 기득권층을 위한 정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다. 그 결과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국론분열의 위기에 처해지게 됐다. 이젠 보통국민을 위한 민주주의, 서민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한반도 정세도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냉전과 탈냉전의 정치적 조정기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 시대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지난 수십 년 간 행해진 보수정치를 끝장내고 진보정치의 시대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

- 2002년 대선과 선거환경이 많이 다르다.

“여권의 몰락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국민 60% 이상이 진보를 원하지만 대안세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독주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진보정치세력이 부각되지 못한 때문이다. 과거 선거에선 반한나라당 전선이나 비판적 지지가 개혁과 진보 세력을 주도했지만 이젠 진보정치세력이 서민들을 위한 대안정당으로서 자체의 컨텐츠를 심판받을 수 있어야 한다.”

- 당내 경선 경쟁자인 권영길·노회찬 의원과 차별성이 있다면.

“히딩크 감독은 ‘경기 승부보다 경기를 어떻게 주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넣은 골은 중요하지 않다. 대선 레이스를 어떻게 주도하느냐가 중요하다. 진보정당 속에서 보다 깊이 있는 비전과 실천경쟁력을 갖는 정책을 선보이겠다.”

- 이번 대선을 ‘박정희와 김대중의 싸움’이라고 지적했는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선진화’라는 국가운용 방향을 제시했는데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국근대화’를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개발성장주의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탈냉전을 주도했다. 탈냉전의 성과가 있었지만 경제영역에서 신자유주의의 축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이 함께 공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평화경제 비전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 지역대결 구도가 다소 완화될 조짐이 있다. 그런데 왜 계층정당을 지향하고 있는 민노당에 대한 지지도는 답보하고 있나.

“현실적으로 보수정치의 완강한 지배가 계속되고 있다. 지역주의가 완화되고 있지만 이를 계층·계급으로 대체할 진보정당의 성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강한 진보정당의 성장만이 지역구도 해결책이다.”

- 진보진영에서 진행 중인 거대담론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목하고 뿌리를 다시 세우는 출발로 평가한다. 진보 앞에 붙은 수식어는 단호히 거부한다. 진보는 진보다워야 한다. 알맹이가 올곧게 설 때 화려한 수식어는 필요 없다. 중도란 ‘부평초 진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유연한 진보’에서 ‘유연함’이란 신자유주의의 대세에서 유추한 표현에 불과하다. 중도란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양극화의 고통과 정치에 대한 불신에 직면하니까 내놓은 가식적 표현에 불과하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주소를 분명히 해야 한다.”

- 국민들은 경제는 중도, 안보는 보수, 사회는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는게 세련된 민주주의 아닌가.

“국민이 원하는 것을 따르는 게 바로 진보정치다. 중도정치의 실체는 노무현 정부의 실적에서 보지 않았는가. 시장만능주의에 경도된 결과다. 민노당이 실천하려는 정책, 함께 잘 살고 평화공존하는 게 곧 진보다.”

- 노 대통령이 조건부 개헌발의를 제시했다.

“노 대통령의 정략적 개헌에 대해 국민의 평가가 내려졌다. 개헌 발의를 철회하는 게 도리다. 각당 대선후보의 공약을 조건으로 단 것은 후퇴의 명분이거나 또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치를 위한 명분으로 보인다. 후보들은 아직 검증도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흥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 노무현 정부의 ‘실패’ 원인은.

“내가 노 대통령을 감상적 자유주의자라고 얘기한 일이 있다. 노동운동, 인권변호를 하면서 보고 느낀 서민의 아픔에 대해 감상적 수준으로 대처했다. 그러한 감상적 사고가 결국 노동자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의 길을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국제자본의 재벌과 함께 한 것, 관벌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 그 증거다. 관료들이 정치의 지휘를 받아 행정을 집행하는 대통령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관료들이 정치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것을 국회에서 경험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노선과 정책을 실무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결국 노 대통령의 감상적 자유주의의 기조는 수십 년 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수구·보수 시스템의 한 축인 관벌에게 좌절당하고 만 것이다.”

- 강한 정부와 강한 시장은 정말 불가능한가.

“사회의 가치와 인식이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어 어려운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독점되어 온 정치, 독과점되어 온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가 우리를 지배해왔다. 이런 실정에서 건강한 시장경제의 룰조차 시장을 이탈했다. 시장이 왜곡되어 있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최초고용해고법’을 처리할 당시 프랑스 시민은 2년 동안의 해고(노동유연성) 때문이 아니라 직원 해고권한을 기업주에게 부여한 것에 항거한 것이다. 한 사회 속에서 기업의 존립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있다.”

- 범여권이 통합될 것으로 보는가.

직격인터뷰

“파산하는 배에 구명보트도 안전하지 못하다. 과거처럼 반(反)한나라당 전선으로 재결집하기에는 국민의 시선이 너무 따갑다.”

<글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사진 김세구 기자 k39@kyunghya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