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알찬 검증은 면역주사 맞는 것”

후보검증을 둘러싼 내전은 한나라당발 정계개편의 서막이 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당 경선관리의 책임을 맡고 있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당을 맡은 지 7개월여 만에 맞는 최대 위기상황이다. 강 대표는 이번 검증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그는 ‘엠파이어 휘슬’(심판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브로우워(경찰관)’의 역할에 그치고 말 것일까. 2월 22일 국회에서 강 대표를 만나 이런 궁금증을 조목조목 따져 보았다. 인터뷰가 시작되기 직전 박재완 비서실장은 2월 25일 당 대표가 주선한 경선후보 5명의 공동선언문 채택과 관련한 보도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했다. 피로감을 보이던 그의 얼굴은 일순간 환하게 밝아졌다.

- 한나라당의 3월 위기설이 파다하다.

“분열은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분열로 실패했던 경험도 있다. 특정후보 한 사람이 대세를 이뤄 무사안일에 빠져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정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당신이 하세요’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소의 잡음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경쟁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검증을 알차게 하면 면역주사를 맞는 것이고 조기치료하는 것이다. 물론 상처가 남지 않는 적당한 수준이어야 한다.”

- 적당한 수준의 검증이 가능한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당이 나서야 한다. 곧 당에서 검증논쟁을 정책경쟁으로 돌릴 것이다. 또 당이 오는 25일 대선 후보들을 모아서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것이다. 그 내용에는 선의 경쟁과 승복하는 분위기를 담아낼 생각이다. 오늘도 당에서 주선해서 ‘박사모’와 ‘MB연대’가 페어플레이 선언을 했다.”

- 만일의 독자출마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빅2(이명박 전 서울시장·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선참여 선언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빅2가 한나라당 경선에 나서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 또 지난 12월에 경선승복 서약도 이미 했다. 탈당 같은 우둔하고 망측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유불리를 따져 그같은 행동을 한다면 국민에게 ‘난신적자’(亂臣賊子)로 낙인찍힐 각오를 해야 한다.”

- 빅투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지지율이 독자출마 유혹에 하는 게 아닌가.

그런 것은 잘 모른다. 정책·수권정당의 당 대표로서 경쟁력 있는 후보 한 명만 뽑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어느 누구든 당을 떠나는 순간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다 안다.”

- 검증공방에서 당 지도부는 다소 소극적 대처를 했다는 지적이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월 22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책임정치를 위해 당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음모와 배후는 없다고 본다. 음모가 있었다면 정 인봉 변호사가 ‘황당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의 자료를 제출했겠는가. 어떻든 정 변호사에게 ‘그런 거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박 전 대표에게도 그런 입장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했을 때 이미 박 전 대표로부터 정 변호사에게 만류와 경고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예비후보 주변의 사람들이 너무 많은 말을 한다. 이 때문에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집안 싸움이 동네 싸움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한 경고를 하고 있다.”

- 국민참여 검증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너무 포퓰리즘적 행태 같아 보인다.

“국민검증이라는 것은 이론은 좋지만 황당한 얘기다. 공정한 검증기구가 만들어졌다고 이해하기에 때문에 후보 측에도 이의제기가 없는 것이다. 검증기구가 공정하게 할 것이다. 검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책 검증이다. 여의도연구소·정책위원회 혹은 별도 검증기구를 만들어 전국을 순회하면서 사안별 정책 검증을 하려고 한다. 이 기구에 각계 전문가를 포함시켜 국민과 함께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덕성은 수사해봐야 아는 것이다. 수사권도 없는 검증위에서 과거의 행적에 대해 어떻게 조사하겠는가. 다만 청문회 형식으로 제기된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검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경선 심판관’을 자임하고 있는데 그 역할에 대해 평가한다면.

“현재 한나라당 대표는 전대미문의 자리다. 왜냐하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기반을 토대로 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당 총재를 하면서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확실했다. 원초적 힘을 가진 대표들이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때 당 대표(서청원)는 후보와 같은 날 뽑혔다. 그 대표는 후보만 쳐다보고 당을 꾸려가면 됐다. 나의 처지는 어중간하다. 후보 경선 1년 전 당 대표를 맡아 대선후보를 뽑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대표는 처음이다. 내가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당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다. 다하고 있다. 이 얘기로 자평을 대신하고 싶다.”

- 경선이 있기까지 또 하나의 복병이 경선 시기와 방법이다.

전망은 정권쟁취를 위한 조직이다. 같은 목표와 이념을가진 조직원들이 조직 대표를 뽑는 것이다. 요즘 와서 국민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하니 조직원 생각 반, 비조직원 생각 반을 넣은 것이다. 비조직원이 조직대표를 뽑는데 절반을 넘는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내 생각은 그렇다. 뽑는 경선투표 인원은 4만 명 정도로 규정되어 있는데 그 숫자를 늘리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시기도 절충할 수 있는 문제다.”

-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은 결국 한나라당 대(對) 반한나라당 구도를 겨냥한 것 같은데 실현 가능성이 있나.

직격인터뷰

“지난 대선처럼 정몽준 의원과 합치면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때 변화(재통합)도 가능한 것이다. 국민은 열린우리당의 분열을 위장이혼으로 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도 웃기는 것이다. 자기들끼리 꼬리 자르기도 아니고 머리 자르기를 하고 있는 격이다. 범여권의 이해도 달라 결국은 지리멸렬할 것이다.

<글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사진 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