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새해맞이 연하장 빼놓을 수 있나요

창 밖의 스산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올해도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상념에 젖어 있을 때 호주머니 속 휴대전화에서 신호음이 들린다. `올 송년회 12월 1일 XX에서. 참석가능 연락바람.’ 송년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다.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이다.

올해 우정사업본부가 발행한 14종의 연하장.

연말이 되면 직장인들이 싫어도 신경 써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주변 사람들과 이런 저런 송년회를 하는 것과, 새해맞이 연하장을 준비하는 것이다. 언젠가 경제가 어려워지자 삼성전자에서 이 두 가지에 달력 만들기까지 덧붙여 3금(禁)령을 내린 적이 있었으나, 이후 상황이 호전되자 곧바로 풀었다.

두 가지 연말행사는 서로 장단점이 있다. 송년회 모임은 참석자끼리 친밀도는 높아지지만, 과음으로 몸을 망칠 우려가 있다. 연하장은 그런 스킨십이 없는 대신 자기를 후원해준 사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감사의 뜻을 전할 수 있어 좋다. 평소에 전화해서 고맙다고 인사하자니 쑥스럽고 난데없는 것 같아 가슴에 묻어두고 있는 경우 연하장은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우체국 연하장은 우표를 별도로 붙일 필요가 없어 값싸고 편리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 국민이 주고받는 연하장 중 절반 이상이 우체국 연하장이다. 올해 우체국은 14종의 연하장을 발행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시낭송 연하장이란 것을 개발했다. 받아서 펼치면 성우 배한성의 목소리로 황금찬 시인의 시 `‘새 아침에’가 흘러나온다. `‘내게 묻는다/내가 새 아침에/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고/나는 누구도 눈 뜨지 않은/새벽에 소망의 하늘나무 한 그루를/심겠노라고.’ 색다른 맛이 있어 고객들 반응이 좋다는 게 우정사업본부 우표실 전영대 사무관의 말이다.

그래도 연하장이 줄어드는 추세는 어쩔 수 없나보다. 올해 우정사업본부는 연하장을 지난해처럼 1000만 장 발행했다. 가장 발행량이 많았던 2002년(1380만 장)에 비하면 큰 폭으로 준 것이다. 우체국 것을 포함해 지난해 우리 국민이 발송한 연하장 총물량은 2350만 통. 15세 이상 인구 1인당 0.59통에 불과하다. 일본은 연하장 물량이 37억 통이다. 1인당 16통, 우리와는 30배 가량 차이난다. 그런데도 1999년 49억 통을 정점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하는 게 일본이다.

우리가 연하장만 적게 쓰는 것은 아니다. 다른 우편물도 마찬가지다. 1인당 연간 받는 물량이 우리는 110.5통밖에 안 되지만, 일본은 202.5통, 영국은 360.7통, 호주는 219통, 미국은 647통이라고 정보통신백서에 나와 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종탁〉

[우표이야기] 고야의 ‘옷을 입은 마야’

에스파냐의 화가 고야라면 단연 ‘나체의 마야’부터 연상하게 마련이다. 그는 렘브란트 영향을 받았던 화가였다. 주로 초상화를 많이 그렸던 화가로 알려지는데 명화우표에 마야 시리즈는 인기 수집품에 속한다. 1930년에 17종(자화상 포함)의 나체화를 선보였는데 명화우표 수집가에겐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고야는 이솝의 초상화를 그렸던 베라스케스의 화풍을 닮으려 애썼다. 그러니까 인물화에 관심을 가졌던 특성을 지녔다고 하겠다.

스페인은 16세기까지만 해도 ‘에스파냐’로 세계의 해양을 제패했던 나라였다. 저 유명한 ‘아르마다(무적함대)’를 떠올릴 때면 에스파냐를 빼놓을 수는 없다. 고야는 그런 에스파냐의 자존심을 뽐냈던 리얼리즘 화가였던 것이다.

우정이야기 구독

소개한 ‘옷을 입은 마야’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았다는 설도 있다. 1984년에 아프리카의 대서양에 접한 기네-비사우 공화국에서 개최됐던 ‘에스파냐 84’ 우표전시회 기념으로 발행된 작품이다. 고야의 ‘입은 마야’가 그림이라면 ‘벗은 마야’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입은 마야는 소개할 기회가 거의 없어 이렇게 소개한다.

여해룡<시인·칼럼니스트> yhur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