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이야기]우리의 미풍양속 ‘효충도’

유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었다

우리의 풍류도(風流道)는 유불선의 가르침을 모두 담고 있다고 했다. 최치원은 ‘난랑비서’에서 ‘선사(先史)에 담겨 있다’라고 썼다. 지금은 기록이 없어 어림짐작으로 3교의 덕목을 담고 있던 우리의 사상이 뭔지를 말하고 있다. 도덕은 지식이 아니라 행위다. 행위(behavior)는 깨달음의 실천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유불선 3교의 정신적 요소들을 그들의 생활 속에 활현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조상들의 생활에 스며들었던 3교적 요소가 그 후 유·불·선의 전래 수용과정에서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제천의식이나 시조묘를 세워 조상을 받듦이 모두 효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살아 생전의 부모에 대한 효도만이 아니라 사후에도 생시와 같은 지성으로 섬겼다는 의미다. 이런 생활 속의 의식이나 가치관이 예(禮)라는 사상으로 승화되고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행위의 규범이 되었다. 이런 한민족의 예절 밝음이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리게 했다.

중국의 삼국지(三國志) 동이전(東夷傳)에는 “길에서 행인을 만나면 누구나 걸음을 멈추고 길을 양보한다”고 기록했다. 이어 “동이인(東夷人)은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고 제사를 지내므로 중국에서 예를 잃으면 동이에서 구한다”고 했다. 동이는 큰 활을 잘 쏘는 우리 조상들을 일컫는 말이다. 유교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우리의 조상들은 인과 예를 숭상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이것이 중국인에 의한 증언이라는 데 더 의미가 있다.

삼국지 동이전의 증언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씨 곧 ‘홍익인간’의 정신이 한민족의 사상과 정신의 원형이다. 예의란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행위다. 인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깨달음(인식)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예의다. 이것은 조화와 상생이기도 하다. 우리의 놀이문화는 한 사람이 즐기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것이 많다. 이런 놀이를 통해 조화와 상생은 ‘두렛일’과 ‘가래질’이라는 협동정신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권선징악적 사고체계는 ‘8조 법금(法禁)’이 보여주듯 엄격한 법치를 보여준다. “죽인 자는 사형에, 상해를 입힌 자는 곡식으로 변상하라. 도둑질한 자는 노예로 삼는데 용서는 돈으로 하라”는 엄정한 법사상이 핵심이다.

중국의 ‘진서(晋書)’는 엄정했던 법을 전하고 있다. “도둑질한 자는 물건이 크나 작으나 모두 죽였기에 들에 살아도 범하는 일이 없다.” 8조 금법은 중국의 ‘한서지리지’에도 적혀 있다.

국학이야기

빛을 사랑했던 한민족은 어두운 죄악을 멀리했다. 밝음을 즐겨 흰옷을 입어 백의민족이라 했다.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라는 불교정신 역시 이미 우리의 사유체계 속에 있었다. 음양오행 역시 천부경 81자에 담겨 있다. 우리의 미풍양속은 3교와 함께 더욱 풍요로워졌을 뿐이다.

이형래〈세계역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