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강의석, 군대 거부로 또 주목받나

학내 종교자유 문제로 세간에 알려진 후 평범치 않은 그의 ‘운동’에 진정성 논란 불러

"도착하셨다고요? 그러면 4층으로 올라오세요.”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빌라. 층을 올라갈수록 계단은 가팔라진다. 문 앞에서 다시 휴대전화를 걸었다. 안에서 들리는 전화벨 소리. 강의석(22)씨가 문을 열어준다.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다. 티셔츠에는 “군대가 꼭 필요해?”라는 글씨와 함께 그가 싸이월드에 개설한 카페 ‘군대?’의 주소가 적혀 있다.

50㎡ 내외의 이 집을 강씨는 회의실 겸 작업실 겸 잠자는 거주공간이라고 말했다. 케이블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를 본 어떤 분이 “활동을 응원한다”며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거주하라고 집을 내줬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은 거다. 휴학한 뒤 집에서 나왔고, 지난 반 년을 스스로 돈을 벌어가며 독립생활을 했다. 아직까지 집에 손 벌릴 일은 거의 없었다.

지난 8월 말, 강씨는 ‘태환아, 너도 군대가’라는 제목의 글을 한 대학생매체에 기고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에게 사적인 편지 형식으로 쓴 글이다. 강씨는 마치 국가가 특혜라도 하사하는 것처럼 메달리스트에게 ‘병역특례혜택’을 주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며, 박씨가 그 ‘특혜’를 거부하고 군대거부운동에 나서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는 글이었다. 어찌 됐든 글이 불러일으킨 ‘반향’은 상당했다. 글은 주요 포털과 크고 작은 커뮤니티에서 찬반 양론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논란이 조금 엉뚱한 방향이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철부지 휴학생 강의석을 군대에 보냅시다’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졌다. 서울대 학내 게시판에는 전 법대 학생회장이 ‘강의석의 주장과 행동은 폭력적이다’라고 비판하는 공개편지를 올렸다. 인터넷의 여러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그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행적부터 “서울대 법대 입학 당시 그의 수능 점수가 몇 점이었더라”라는 식의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논란이 이어졌다. 언제부터인가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에는 아예 ‘강의석’이라는 항목이 만들어져 있다. 그가 제기한 ‘군대’ 이슈보다 논란은 강의석 개인의 사적 영역에 맞춰지는 형국이다.

학내 종교 자유 문제는 현재진행형
강씨가 처음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내 종교 자유 문제를 제기하며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다. 강씨의 싸움은 점점 더 고행의 길에 들어섰다. 학교 측은 그를 제적했고, 강씨는 단식으로 맞섰다. 그가 학교를 상대로 낸 퇴학무효소송은 2005년 1월 승소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그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해 10월, 강씨는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종교 활동 강요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2007년 10월, 법원은 학교 측이 종교 자유를 침해했다고 인정하며 일부승소 판정을 내리는 한편, 서울시교육청에 낸 손해배상 청구는 고의성이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그리고 올해 5월 열린 항소심에서는 다시 학교 측의 손배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 걸로 뒤집혔다.

그는 “7월에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냈습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해봐야지요”라고 말했다.
그나저나 군대거부운동은 어떤 계기로 했는지 궁금했다. 오히려 그는 ‘딱 부러지는 것을 좋아하고, 언행일치를 추구하는 성격상’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받았고, 그 자신도 그런 길을 꿈꿔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고3 시절, 단식투쟁을 할 때 반전평화단체에서 그를 찾아와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때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체검사를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사법시험이든 뭐든 일단 공부하고 문제 해결은 나중에’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는 종교자유운동을 하면서 군대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생각하고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군대거부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역시 군대가 자기 문제가 된 뒤다. ‘침묵하면 그냥 끌려가게 되니 자신의 목소리를 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대화도 해보고, 평화와 인권 문제 수업도 청강하면서 생각이 심화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군대 문제를 영화로, 프로파간다(선동)를 목적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자. 기왕이면 재미있게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란다.

“어쨌든 일을 벌였으니 마무리까지는 책임진다는 생각입니다. 계속해서 활동하고 병역·군대를 거부하면 감옥에 가는 걸로 귀결됩니다. 언제 감옥에 갈지는 제가 정할 수는 없겠죠. 일단 위헌신청을 내볼 생각입니다. 또 얼마가 걸릴진 알 수 없죠.”

누드 시위 계획도 그렇게 나왔다. 국군의 날 퍼레이드가 펼쳐질 강남 테헤란로에서 그는 ‘동지’를 모아 누드 시위를 펼칠 계획이다. 팬티도 안 입는 올 누드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국군의 날 누드시위는 평화 상징”
“사실 저는 과거 국군의 날에 군사 퍼레이드가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영상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군사주의 문화에 너무 무감각해져 있어요. 그날 국방부 계획을 보면 탱크·장갑차·군악대가 행진도 하고 인기가수도 나와 소비주의적 이벤트도 열게 되어 있는데, 고민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큰돈 들여 맞대항할 것인가. 생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오히려 미니멀하고, 정신적인 것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플래시 몹을 한다든가, 예술로 이야기해보는 거.”

찌개를 끓여 먹거나 춤을 추고, 인디밴드가 공연하는 것도 강씨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그리고 누드 시위. 그는 “옷을 벗는 것 자체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에겐 무기를 숨길 공간이 없다, 벌거벗는다는 것은 평화 자체를 상징하는 행위라는 의미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달’(군대 반대) 대신 그것을 가리키는 ‘손가락’(누드)만 관심 대상일 수도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드 시위에 대해서는 지금도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선정적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형태가 아니라 예술로 승화시켜 다같이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누드가 정말 방해가 된다면 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겠지요.”

다른 길도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공부를 더해 사법시험에 합격, 인권변호사가 되어 ‘군대제도 개선’에 기여할 수도 있지 않나.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결국 미래에 바꾸겠다는 것인데, 학교 공부도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아예 공부하거나 활동을 접거나. 스스로 저 자신을 볼 때 그렇게 큰 그릇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나서나 몇 년 뒤에 나서는 거나 결과가 같다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은 접어두고 지금 활동에 뛰어드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운동이 ‘우리 운동에 누가 된다면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우리’의 반경은 어디까지일까. 강씨는 미니홈피에 자신의 하루를 일기 형식으로 올리고 있다. ‘의외로’ 그는 많은 인권시민단체 행사에 참여하고 있고, 또 관련 토론회나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 쪽 활동가는 ‘강의석’과 자신들은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 평화단체 활동가는 그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왼쪽부터) 2004년 6월, 당시 서울 대광고 3학년이던 강의석군이 학내 종교 자유를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오랜 단식으로 탈진한 강의석군이 하굣길에 기자와 필담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대학 진학 후, 한국권투위원회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강의석군이 기자의 요청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학교 종교 자유를 위해 또다시 1인시위에 나선 강의석군.

“아무래도 단체 활동가의 경우는 바닥에서부터 많은 사람과 만나면서 주위 사람을 변화시키는 형태로 활동을 오래한 사람들인 반면, 강의석군의 경우 처음부터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았고, 또 그런 식으로 권력을 획득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어온 것 같다.” 이 활동가는 또 “우리의 운동이 단지 군대만 없애자는 것이 아닌데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버리는, 군사주의적 위계질서를 닮아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씨가 아직 그런 우려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더 큰 것은 강씨 운동의 진정성을 두고 벌어지는 의심이다. 서울대 법대의 모 교수는 “청년에게 모험과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100% 동의하지만 현재 강군의 행보는 이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 당시 논란이 있었지만 향후 훌륭한 법률가가 되기 위한 용기를 보여준 점이 높이 평가됐고, 이때까지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면서 “그런데 입학 후 강군의 행보는 특이하다 못해 아끼는 사람들의 우려를 자아냈다”고 덧붙였다. 강씨가 보여준 특이한 행보란 무엇일까.

2005년 9월, 강씨는 한국권투위원회의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권투선수가 되었다. 그 뒤 “사법고시를 보겠다”고 휴대전화도 없애고 공부에 뛰어들었던 그는 올해 1학기, 돌연 휴학했다. 그리고 택시운전기사, 호스트바 등의 일을 전전했다. 그리고 그 방황은 잠시였다. 여기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뿐 아니라 군대반대운동 등 그의 관심사는 다방면으로 뻗쳐 있었다. 이 교수는 “공부건 활동이건 간에,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한 적이 없었고 그래서 동료 교수가 그를 불러 진중히 타일렀지만 통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오고가는 ‘뒷담화’도 대동소이하다. 강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권투선수, 택시운전 그리고 호스트바까지
그는 “권투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했어요. 그걸 대학 들어와서 계속 한 거고… 그만두게 된 건 사연이 있습니다”고 말했다. 강씨가 말하는 사연은 이렇다. 자신의 생일, 여자친구도 데려와도 괜찮다고 해서 여자친구가 구경하는 가운데 스파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상대방에게 묘한 투지를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강씨는 엄청 세게 맞아 녹다운이 되었다. 머리가 엄청 아팠는데, 원래 맞으면 아픈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가 한 달 뒤에 병원엘 갔다. 뇌출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원래 머리가 약하게 태어났다는 거예요. 두개골과 뼈 사이에 지주막이 얇아, 헤딩 같은 걸 하면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는 머리라는 겁니다. 하고 싶은 건데, 결국 못하게 되서….”

근본적인 가치관 차이도 있다. 그는 인생에서 ‘일관성’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하고 싶으면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요”라고 말했다. 택시운전을 하거나 호스트 바에 나간 것이 적어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택시운전은 한 달을 했고, 호스트 바는 1주일 만에 그만뒀다. 택시운전은 사회 경험이라고 치고, 호스트 바는?

“두 군데를 나갔는데 처음 간 곳은 손님이 없었어요. 그래서 옮겼는데 소위 ‘선수’도 많았습니다. 한 40명쯤? 선택 안 되면 다른 룸에서 대기하는데, 그때는 우리끼리 노래하고 놀거나 이야기도 하고… 그 ‘선수’들과 많이 친해졌어요.”

이렇게 대답하는 그를 보며 얼마나 벌었는지 궁금했다. 택시는 하루에 10만 원에서 15만 원을 벌었는데, 사납금으로 8만8000원을 내고 남은 돈을 모아보면 얼추 한 달에 90만 원 정도 벌었다. 1주일 동안 호스트 바에서 번 돈은 12만 원 정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싸이월드 일기에 따르면 그가 개발한 소개 멘트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섹시한 엉덩이 의석이에요”였다. 그 1주일 동안, 그를 알아보는 손님은 없었다. “즉흥적이다” “진정성이 없다”는 비난에 대해 그도 이렇게 고민을 토로한다.

걷는다고 어긋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예정했던 삶과 다르게 살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저도 고민이에요. 그래도 ‘즐겁고, 유쾌하게 살자’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주위에서 저에 대한 어떤 기대가 있는 것은 알지만 꼭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는 대학 입학 후 한동안 자신이 죽거나 다치거나 망가지면 자신을 비난하거나 시기·질투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런 ‘엉뚱한’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그는 군대거부운동과 관련해 대학을 자퇴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386세대와 강의석씨의 차이는
“같이 운동하는 분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솔직히 나는 네가 이것 그만두고 군대갈 것 같기도 해’라고요. 같이하는 사람이 믿지 못한다는 것은 큰 상처입니다. 제가 군대 대신 감옥가자는 제안을 했는데, 어쩌면 이것이 평화운동에 누가 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내가 활동하지 않는 것이 보탬이 되는 걸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겠다는 마음이 더 커요. 보탬이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강씨는 수시로 인터넷에서 자신에 대해 올라온 글을 찾아 읽고, 답글도 단다. 그에게 ‘영악한 처세가’ ‘언론노출증 환자’와 같은 비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해명했다.

“사실 미니홈피에 제 휴대전화번호나 이메일을 다 공개해놨어요. 제일 아쉬운 건 저를 만날 수도 있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는데 왜 만나보지도 않고 저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펴냐는 거예요. 그와 동시에 생각이나 행동을 전달하는 제 표현력에 문제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말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글도 더 잘 쓰려고 연습하는데 한계가 큰 것 같아요.”

10년, 그리고 20년 후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386세대들이 강씨 나이 또래에 수없이 되뇌었다 지금은 번복한, 이를테면 “자본의 개는 되지 않겠다”라든가 “부도덕한 정권의 하수인이 되지는 않겠다”와 같은 다짐을 그도 하고 있을까. 그는 신중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들어온 원칙은 적어도 거짓말은 안 한다, 남에게 폐를 안 끼친다, 그리고 약속을 하면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또는 적어도 어떻게 살진 않겠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ksg@kyunghyn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