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이원반도와 충북선 기차여행

1. 태안 이원반도

원북면 소재지의 반계삼거리에 이르면 길이 두 갈래. 왼쪽으로 가면 신두리 해변과 학암포해수욕장 해변으로 가게 된다. 여기서 계속 직진, 북쪽으로 북쪽으로 오르면 이원면소재지를 지나고 사목해수욕장 입구와 꾸지나무골 해수욕장 입구도 지난다. 두 군데 해변 모두 찾는 이들이 없어 조용히 거닐기에 좋다. 군데군데 억새와 해국이 무리지어 피어나 향수를 자극한다.

마침내 도착하는 이원반도 최북단의 만대마을. '가다가다 만디...'라고 해서 만대마을이다. 태안읍내에서 만대마을까지는 장장 37㎞. 교통편도 좋지 않았고 도로 사정도 엉망이었을 당시 이곳 주민은 가도가도 길이 끝날 것 같지 않아 그같은 지명을 지었다. 지금 와서는 배롱나무가 가로수로 자라고 조금만 길에서 벗어나면 서해와 가로림만의 깨끗한 바다 하며 갯것들 풍부한 개펄이 펼쳐지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만대포구로 들어가기 직전 버스정류장 표지판에서 왼쪽 마을 길로 접어들어 산길을 하나 넘으면 이원반도 북단의 정점인 큰구메 해변에 닿는다. 둥근 자갈로만 뒤덮인 땅끝 해변이다.

파도와 자갈이 연주해내는 자연의 화음을 감상하면서 바다 건너를 응시하면 서산시 대산읍 대산산업단지의 황금산(129.7m)이 망망대해 가운데 불쑥 솟아난 섬처럼 가슴으로 달려든다. 이곳 해변 역시 혼자만의 사색에 잠겨들기 좋은 장소이다. 다시 돌아나와 만대포구로 들어서면 덩치 작은 고깃배와 갈매기가 외로운 여행객의 어깨를 다독거려준다. 운영수산횟집((041)675-3048)이라는 식당이 문을 열어 놀래미-우럭 등 활어회를 비교적 싼 값에 맛볼 수 있다. 주인 정운의씨는 낚싯배도 운영한다. 만대바다횟집(675-8897)도 낚싯배를 대여해주고 민박을 받는다.

여행메모 (지역번호 041)

이원반도로 들어가는 길목인 원북면 소재지에는 박속밀국낙지탕의 원조인 원풍식당(672-5057)이 자리한다. 시원한 박 속을 무처럼 반듯반듯하게 잘라 펄펄 끓인 다음 가로림만 개펄에서 잡은 싱싱한 세발낙지를 넣고 데쳐 먹는다. 낙지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이 제 맛을 낸다. 살짝 데친 낙지는 간장소스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그런 뒤 다시 밀칼국수나 수제비를 넣고 한 소끔 더 끓여서 먹는데 그 맛이 기막히다. 박 속의 시원함과 낙지의 달콤함이 칼국수와 수제비에 깊숙이 배어 있어 그 어떤 칼국수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을 창출한다. 식당주인 목예균씨는 '밀국낙지'아니라 '박속낙지'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값은 1인분에 1만2천원. 박속은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소변 배출을 시원하게 도와준다. 이밖에 우럭젓국(5,000원)과 자연산 굴물회(1만원)도 놓칠 수 없는 별밋거리이다. 원풍식당과 그리 멀지 않은 원이식관(672-5052)에서도 박속낙지를 내놓는다. 원풍식당 곁에는 남원장여관(672-5065)이라는 숙박시설이 있다. 사목해수욕장 입구에는 사목민박(675-6540)이, 꾸지나무골 입구에는 사계절민박(675-8477)이 있다.

2. 충북선 기차여행

122.1㎞에 이르는 구간 중에서 여행자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구간은 충주에서부터 목행-삼탄-공전역을 거쳐 봉양역((043)647-7788)에 이르는 곳이다. 기차는 충주호에 갇혔던 남한강 물줄기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가 하면 4㎞를 넘는 긴긴 인등터널도 지난다. 잠시 삼탄역에 정차하면서 가쁜 숨을 고른 다음 영화 〈박하사탕〉의 무대가 되었던 진소마을 철교도 통과하면서 주포천 물줄기와 만났다 헤어졌다 하면서 봉양읍으로, 제천으로 달려간다. 충주에서 제천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분 정도.

삼탄역((043)852-7786)에 내리면 삼탄유원지로 갈 수 있다. 삼탄역과 유원지 입구에 '삼탄'의 유래를 밝히는 안내문이 서 있어 외지인의 이해를 돕는다. 삼탄, 즉 3개의 여울이 있는 곳이라는 지명으로 여름철이면 지역 주민의 물놀이 장소로 애용된다. 유원지는 강변을 따라 잘 정비돼 있어 잠시 머리를 식히기에 좋다. 민물고기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서너 개 영업 중이다.

여행메모 (지역번호 043)

삼탄유원지에서는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 방대마을을 통과, 제천시 청풍면 장선리를 거쳐 중앙고속도로 남제천나들목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산길이 있다. 방대마을 1.4㎞ 구간만 비포장이고 나머지는 포장도로이다. 남제천나들목으로 가기 전 제천시 금성면 소재지에서 들를 만한 별미집으로 청풍골순두부(652-4748) 식당이 있다. 주인 최옥선씨가 평양식으로 조리하는 콩비지백반(4천원)을 특히 추천한다. 돼지등뼈로 국물을 우려낸 다음 콩비지를 끓이는데 그 중간에 잘 말렸다가 삶아낸 열무 우거지를 넣는다. 신김치 등을 넣는 다른 지방의 콩비지찌개와는 조리법이 전혀 다른 것이다. 백운면소재지와 봉양읍 중간에는 박달재자연휴양림과 박달재 옛길이 있어 나들이의 다양성을 보태준다. 박달재 옛길에는 박달재휴게소민속가든(652-9477) 등에서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대로 도토리묵을 팔고 있다. 골패묵-채묵-묵밥-도토리탕평채-청포탕평채 등이 허기를 달래준다.

글-사진 유연태〈여행작가-'포인트 주말여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