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스포츠도 ‘몸살’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기침이 두 달여 만에 온 세상을 흔들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설레던 스포츠도 큰 충격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중국을 넘어 세계 전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탓이다.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2월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찬물을 끼얹을까 몹시 걱정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2월 4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의 훈련 과정을 보러 온 일반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문진표를 작성한 뒤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신종 코로나에 한숨을 내쉬는 것은 사람의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염되는 특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 이벤트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올림픽 기간 선수촌에는 1만1000명 안팎의 선수가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중단 혹은 연기… 스포츠는 힘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을 취소할 계획이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중국을 살펴보면 도쿄올림픽에 대한 우려가 이해된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제검사기구(ITA)가 2월 4일 중국에선 도핑 검사를 중단하는 예외를 인정했다. 스포츠 공정성이 중요하지만 선수와 검사관들의 보호가 우선이었다. 중국은 스포츠 강국이면서 도핑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수영스타 쑨양이 2014년 도핑 양성 반응으로 3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도핑 검사를 포기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대회 개최는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은 도쿄올림픽 종목별 예선 개최권을 확보했지만, 이번 사태로 대부분 취소되거나 장소가 변경됐다. 로이터통신은 육상과 축구, 배드민턴 등 10개 종목 14개 대회가 취소 또는 연기되거나 개최지를 바꿨다고 전했다.

2월 6일 중국 광둥성 포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여자농구 최종예선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옮겨진 것이 시작이었다. 2월 3일 우한에서 예정된 여자축구 최종 B조 예선도 난징으로 변경됐다가 다시 호주 시드니로 바뀌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중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미드필더 왕슈앙을 비롯한 4명이 신종 코로나 감염이 우려돼 출국이 금지됐다. 나머지 선수들도 호주 브리즈번에서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 채 호텔 복도와 방에서 몸을 풀다가 경기 당일에나 시드니로 넘어가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월 중순 우한에서 열릴 예정인 복싱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도 요르단 암만으로 개최지가 바뀌었고, 일정도 3월로 미뤄졌다. 3월 12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대회는 아예 취소됐다. 올림픽 출전에 영향을 주는 랭킹포인트가 걸린 대회지만 선수 보호가 우선이었다. 비슷한 시기인 3월 중순 개막하는 난징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토너먼트가 아닌 정규리그는 파장이 더욱 크다. 축구와 배구리그가 모두 무기한 중단됐다. 먼저 중국 슈퍼리그가 2월 22일 개막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고, 남녀배구도 2월 2일 2라운드가 중단된 뒤 재개 시점을 확정하지 않은 채 훈련까지 중단했다.

국내 스포츠계도 신종 코로나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현재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방역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부와 차단된 실내에서 많은 관중이 모여드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배구연맹, 한국농구연맹는 지난 2월 4일 한자리에 모여 방역대책 회의를 열었다. 경기장마다 마스크 지급, 손 소독제 비치, 위생 예방 안전 영상을 통한 홍보는 기본이다. 열감지기 3대를 관중 출입구와 매표소에 설치해 관중의 발열 상황을 체크한다. 만약 두 종목을 관람하던 팬이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리그가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스포츠도 신음

개막을 앞둔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도 대책을 고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봄날’을 누린 프로축구 K리그는 2월 29일 개막을 앞두고 갖가지 변수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거나 훈련 계획을 갖고 있던 팀들이 모두 국내로 돌아온 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K리그보다 먼저 열리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가 중국에서 열리는 홈경기 문제로 조별리그 개최 시기를 2월 초에서 4월 말로 바꿨다. ACL 일정이 바뀌면서 K리그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선 K리그 연기 문제가 제기된다. K리그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확산 속도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찾는 프로야구 리그는 3월 28일 막을 올린다.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하지는 않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그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차 감염을 넘어 무증상 감염까지 나왔기에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일단 KBO리그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될 당시를 되짚으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당시에도 KBO리그는 리그 중단에 대한 의견이 나왔지만 예정대로 시즌을 소화했다. 물론, 신종 코로나가 더 빠르게 확산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 속도가 빨라진다면, 한 경기를 보기 위해 수천에서 수만 명이 모이는 야구장은 감염의 주요 경로가 될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실외종목은 실내보다 환기가 잘되기는 하지만, 관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다면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잘 확산된다”고 말했다. 개막을 미루거나 축소하는 방안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가 예정대로 운영되더라도 관중 감소는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가 확산됐던 2015년 5~7월 잠실야구장 입장 관중은 전년보다 줄었다. 두산의 홈경기에는 경기당 평균 1만5405명, LG 홈경기에는 1만4077명이 찾았다. 이는 2014년 5~7월의 1만7894명, 1만7998명보다 줄어든 수치다.

프로배구와 프로농구는 당장 관중 추락이 눈에 띈다. 2월 2일 프로배구 V리그 선두를 다투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맞대결은 주말 빅매치였는데도 빈자리가 눈에 곳곳에 보였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평소 주말 관중을 고려하면 약 20% 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프로농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월 29일 서울 삼성과 부산 KT의 맞대결은 입장객 전원에게 마스크를 제공했지만 평소보다 70%에 밑도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 데 그쳤다. 모든 종목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황민국 스포츠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