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로부터 온 편지]일본과 미국은 왜 기지에 집착하는가

주일 미군기지의 70%가 집중되어 있는 오키나와는 미국에 어떤 의미를 띠는가?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오키나와 경제가 미군기지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고 오인한다. 일본의 지자체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오키나와에서 주일 미군까지 철수하게 된다면 ‘기지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오키나와는 파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야마토인’의 편견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오키나와에서 ‘기지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현재 현민 총소득의 4.6~5.4%에 불과하다(오타 마사히데). 반대로, 오키나와의 미군기지가 오키나와인에게 반환된다면, 토지이용 소득이 100배에서 200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현지 경제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내 판단엔 이 주장도 얼마간 과장이다. 한국에서도 나타난 현상이지만, 미군이 활용하고 있는 기지의 토양과 식생은 이미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어, 설사 기지가 반환된다고 하더라도 환경 재생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기지 자체가 오키나와인의 자립과 민주주의를 저해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기지가 초래하는 환경오염은 재앙에 가깝다. 현재 폐쇄 및 이전 문제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기노완시의 후텐마 기지의 경우 심각한 토양오염뿐만 아니라 전투기 이착륙 시, 특히 야간비행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폭음이 주민들의 심신건강과 일상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키나와현의 주일 미군 후텐마 비행장. | 연합뉴스

2002년 기노완시 시민들은 ‘하늘도 찢어버릴 듯한 폭음’ 문제에 대항하기 위해 ‘후텐마 미군기지에서 폭음을 없애기 위한 소송단’(대표 시마다 젠지)이라는 시민단체를 조직했다.

폭음소송단은 2002년 10월 나하 지방재판소 오키나와 지부에 400인의 주민들을 원고로 항공기의 폭음 문제에 대해 비행 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의 1심판결은 2008년에 내려졌다. 비행 금지 요구에 대해서는 각하하고, 폭음피해에 대해서는 하루에 100엔씩의 보상을 하라고 판시했다. 이 재판의 2심은 2010년 7월 29일, 후쿠오카 고등재판소 나하 지부에서 열렸다. 비행금지 요구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기각하고, 폭음 정도에 따라 월정액으로 6000엔에서 1만2000엔을 보상하라고 판시했다.

후텐마 기지의 이전 예정지인 북부 나고시의 헤노코 앞바다 역시 해상기지가 건설될 경우 엄청난 환경피해가 예상된다. 1996년 2월 일본과 미국 양 정부는 SACO(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시설 및 구역에 관한 특별행동위원회) 최종보고에서 헤노코에 대체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탄약창과 해병대가 있는 캠프 슈와부 기지 옆의 해안에 길이 약 2500m, 폭 730m의 광대한 바다가 매립될 예정이다.

미군 군항 건설 매립에 주민들 반발
오키나와의 모든 바다가 그렇듯 헤노코의 바다 역시 아름다운 산호초와 풍요로운 해초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며, 특히 이곳에는 세계적인 멸종보호종인 듀공과 바다거북 등이 서식하고 있다. 동시에 이곳에 미군기지가 건설되면 기지 폭음은 말할 것도 없고,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의 일상이 파괴되는 것도 불문가지다.

때문에 헤노코 주민들은 1997년 1월 27일의 연좌농성을 시작으로 ‘생명을 지키는 모임’을 구성했고, 1997년부터는 ‘나고시민투표추진위원회’, ‘헬리콥터기지건설 반대협의회’와 함께 기지건설 반대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 정부는 2005년 ‘연해안’을 발표해 오히려 미군의 군항 건설을 위한 법적 요건을 마련했고, 2013년 12월 27일에는 나카이마 히로카즈 오키나와현 지사가 헤노코 해안 매립작업을 승인했다.

오키나와인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나카이마 지사가 후텐마 기지 현외 이전을 공약으로 재선되었음을 상기해 보면, 오키나와인에게 이것은 명백한 배신행위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미국과 일본이 왜 이토록 오키나와의 기지 문제에 집착하는가를 물을 필요가 있다. 주일 미군기지의 70%가 집중되어 있는 오키나와는 미국에 어떤 의미를 띠는가? 미국이 오키나와를 점령했을 당시에는 한국과 일본, 대만과 남베트남 같은 ‘자유진영’을 소련과 중국, 북한과 같은 공산진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기지라는 점이 강조됐다.

냉전이 종식되자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성격도 달라졌다. <오키나와 밀약>(2013)의 저자인 니시야마 타키치의 주장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이른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 특히 부시 정권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럼스펠드가 주도한 패권전략의 변화가 오키나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오키나와 헤노코의 바다에는 세계적인 멸종보호종인 듀공과 바다거북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일본의 한 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 듀공은 인어 전설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니시야마의 주장에 따르면, 2006년 5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과 일본이 합의한 ‘일·미 군사재편에 관한 로드맵’이 이 변화를 압축한다. 이 로드맵에서 강조되는 것은 첫째, ‘미·일 군사행동의 일체화’다. 특히 자위대의 활동반경을 ‘주변사태 개입’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럼스펠트는 ‘불안한 활’ 지역인 중동에의 개입과 관리를 염두에 둔 것이다.

둘째, 이를 위해 자위대의 전쟁 개입을 제약하는 각종 법령을 수정했다. ‘주변사태법’이나 ‘집단적 자위권’ 개념의 법제화는 이를 위한 당연한 수순이다. 셋째,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입을 지원함으로써 안보리에 대한 미국 통제의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정치의 우경화에 미국의 이해관계가 개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미·일동맹의 재편과 관련한 로드맵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중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고 니시야마는 말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현재의 아베 정권은 이러한 미국의 의도를 타고 넘으면서, ‘일본의 완전 독립’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는 ‘동상이몽’인 셈인데, 자위대의 국방군화와 주변사태에의 적극적인 군사적 개입, 평화헌법의 수정, 비밀정보보호법의 강행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1951년 연합국에 의해 설계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제를 폐기해 ‘패전 후 체제’에서 탈각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일어나는 와중에 일본은 대규모 자위대 병력을 패전 후 최초로 오키나와의 야에야마와 미야코 지역에 배치했다.

오키나와로부터 온 편지

표면적으로는 ‘영토분쟁’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미국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일본군’ 독자의 힘으로 주변사태에 개입하겠다는 호전적 포석의 시작이다. 오키나와가 분쟁지역화되면 될수록 아베의 군국주의는 더욱 노골화될 전망이다.

<이명원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raca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