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보이 A>, 연극 <겟팅아웃>
촉법소년(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예방과 교화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팽배했으나 최근 들어 관련 사건이 증가하면서 여론은 처벌 강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엄벌에 처해진 소년(소녀) 범죄자의 사회복귀를 다룬 뮤지컬 <보이 A>와 연극 <겟팅아웃>이 때마침 나란히 상연 중이다. <보이 A>는 10세에 동급생을 살해한 소년범 ‘보이 A’가 14년 복역 후 가석방되면서 시작된다. 보호관찰사의 도움으로 이름을 바꾸고 택배 상하차 일을 시작한 24세 잭은 ‘사회 신생아’나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사귄 친구와 조심스레 평범한 삶을 시작하던 중 여행길에 어린이를 구출해 영웅이 되지만, 과거 범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녀사냥에 시달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조나단 트리겔의 2004년 소설이 원작인 한국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잭의 출소와 긴 여정, 새로운 삶, 과거 범행과 죄의식의 망령 등을 작은 공간에 구현하기 위해 회전무대와 LED 패널, 여러 개의 문을 활용했다. 무대 가운데 놓인 거대한 옷장 안엔 여러 개의 문이 숨어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향한 통로인 동시에 여전히 감옥인 잭의 일상을 상징한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유일한 친구와 범행을 저지른 잭의 고독과 죄의식은 이 옷장 안의, 팔만 기형적으로 긴 옷들 사이에 감춰져 있다.
<겟팅아웃>은 매춘·사기·살인으로 복역 중이던 10대 초반에 아이를 출산한 알리가 모범수로 8년 만에 가석방된 뒤 알린으로 개명하고 세상과 조우하는 24시간을 다룬 작품이다.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평범한 일을 하며 헤어진 아이를 만나는 게 소원인 알린은 흑심을 품고 따라다니는 교도관과 여전히 딸을 범죄자로 보는 엄마, 매춘으로 새로운 삶을 살자는 전 ‘남친’의 언어폭력에 시달린다.
마샤 노먼의 1977년 희곡이 원작이다. 제목이 의미하듯 과거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알린의 바람을 과거의 알리와 현재의 알린을 각기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방식으로 담아냈다. 중극장의 넓은 무대 왼쪽과 이층은 과거의 알리가 있는 거대한 감옥이다. 무대 오른쪽은 새로운 삶을 살려는 알린의 허름한 아파트다.
두 작품 모두 소년범의 복잡한 배경과 특징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불우한 가정환경, 주의력 결핍 등은 그들만의 잘못이라 할 수 없다. 창작자들에 의해 미학적으로 은유된 작품임에도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처벌 강화만이 해법일까? 관객들의 무거운 발걸음이야말로 이 작품들의 존재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 A>는 8월 20일까지, <겟팅아웃>은 7월 9일까지 상연된다.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영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