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파에톤의 추락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안달한다.

‘파에톤의 추락’(1595년, 패널에 유채, 라이프니치 조형박물관 소장)

‘파에톤의 추락’(1595년, 패널에 유채, 라이프니치 조형박물관 소장)

그리스로마신화의 파에톤은 태양신 아폴론의 아들이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다. 파에톤이 성장하자 어머니 클리메네가 아버지에 대해 말해준다.

파에톤은 자기 아버지가 태양신 아폴론이라고 친구 에파포스에게 말하지만, 친구는 거짓말하지 말라며 놀린다. 파에톤은 친구의 조롱에 분을 참지 못하고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오랜 여행 끝에 아버지를 만난 파에톤은 자신이 아들이 맞냐고 묻는다. 아폴론은 그동안 아들을 돌보지 않은 미안함에 파에톤에게 소원을 말하라고 한다. 파에톤은 아버지의 태양 마차를 한 번 몰게 해달라고 한다. 자신이 아폴론의 아들임을 온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태양 마차는 아폴론만이 몰 수 있다. 그건 제우스신도 어려운 일이다. 곤란했지만 아폴론은 아들과의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태양 마차를 내준다.

다음 날 아침 아폴론은 아들에게 마차를 내주며 절대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마차가 가벼워진 것을 알아챈 말들이 출발하자마자 갑자기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한다.

파에톤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마차가 궤도를 벗어나 하늘 높이 올라갔다. 지구는 참혹한 고통을 겪었다. 숲과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물은 말라버렸다. 아이티오피아(에티오피아) 사람들은 태양열에 피가 끓고 피부가 새까맣게 변했다. 자칫하면 올림포스 신들의 궁전마저 불에 탈 정도였다.

보다 못한 제우스가 번개를 들어 파에톤에게 던졌다. 제우스의 벼락을 맞은 마차는 산산조각이 나고 파에톤은 새카맣게 그을린 채 추락해 에리다노스강으로 떨어졌다. 파에톤은 꿈에 그리던 아버지를 만나 태양신의 마차를 몰았지만, 분에 넘치는 만용을 부리다 결국 최후를 맞았다.

파에톤이 추락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 요제프 하인츠(1564~1609)의 ‘파에톤의 추락’이다. 화면 상단 하늘에서 독수리에 앉아 있는 제우스가 번개를 내리치고 있고, 화면 중앙 파에톤의 머리가 아래를 향하고 있다.

앞발과 뒷발을 들고 있는 말은 놀라서 마차를 몰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땅을 향하고 있는 파에톤의 머리는 그가 추락 중임을 나타낸다. 화면 하단 여인들이 두려운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강물에 누워 있는 노인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하늘을 보며 놀라고 있는 여인들은 아폴론의 딸들이다. 물에 누워 있는 노인은 강의 신 에리다노스다.

화면 중간 어두운 하늘은 파에톤 때문에 일어난 지구의 재앙을 의미한다.
존재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조직이나 인맥의 힘을 자랑한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온갖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게 특징이다.

<박희숙 화가>

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