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아미’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지금의 BTS 있게 한 막강한 팬덤… 충성심 어떤 팬클럽보다 높아

“아미, 이 상을 봐주세요. 바로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12월 4일 일본 나고야돔에서 열린 ‘2019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7관왕에 올랐다. ‘올해의 앨범상’에 이어 ‘월드와이드 아이콘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러 무대에 오른 BTS의 리더 RM은 팬클럽인 ‘아미(A.R.M.Y)’를 향해 뜨거운 지지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어느 대중음악인도 팬들의 사랑과 지원 없이는 꾸준한 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분명하지만 BTS에게 아미는 더욱 각별한 존재다. 국경과 연령대를 넘어 다양한 팬들이 자발적으로 BTS를 알린 결과 지금의 위치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이 6월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콘서트를 열고 있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재 국내·외 아미 사이에서 가장 큰 화제는 단연 BTS의 군복무에 관한 것이다. 지난 11월 21일 대중문화 예술인들에게 대체복무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의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 계획’이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확정됐기 때문이다. BTS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중음악 대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며 해외에 K팝을 알렸다는 점에서 전통예술이나 체육 분야에서 국위를 선양한 병역의무자들처럼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되면서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아미 팬덤에선 실망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내가 대신 가고 싶다”는 말은 아미들 사이에서 BTS 군복무 문제에 관한 대화가 시작될 때마다 되풀이해서 나오는 ‘접두사’와도 같았다. 직장인 서미정씨(29)는 “사실 병역특례 받기 힘들 거라고는 아미들도 다들 예상했고, 그래서 멤버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입대하는 게 좋냐, 아니면 한꺼번에 다 같이 가는 게 좋냐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미 사이에서는 멤버들이 동반입대 등의 방식을 활용해 가급적 비슷한 기간에 다 함께 가는 쪽이 더 좋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동반입대로 같은 부대에 최대한 많이 배치되면 면회를 팬미팅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대학생 이신영씨(23)의 말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BTS의 입대 시기가 언제일지, 육·해·공군과 의무경찰 등 어느 쪽으로 어떻게 입대할지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바로 코앞에 직면한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아미 사이에서도 더 많은 주장이 난무하는 셈이다. 특히 활동을 멈춘 휴식기에는 방송이나 대외활동으로 얼굴을 잘 비추지 않던 이전까지의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BTS는 활동 초기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일상을 영상 등으로 중계하며 친밀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래서 입대 후에는 전처럼 속속들이 소식을 알 수 없게 될 것임을 예상한 팬들이 더 많은 상상력을 쏟아내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BTS의 성공비결은 무엇보다 한번 유입된 사람들이 빠져나갈 출구가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네이버 브이앱으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쉴 새 없이 제공하니까 데뷔 당시인 6년 전만 해도 TV로만 아이돌을 찾던 팬들이 여기 빠져서 중독됐다.” 간호사 이모씨(34)는 다른 아이돌 그룹 팬들과 경쟁하는 가운데 아미들끼리 ‘으쌰으쌰’ 하며 단결력을 다지던 경험도 BTS와 아미 모두를 향한 충성심을 더욱 높였다고 말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활동 초기부터 팬들과 왕성한 소통

국내 아미들이 전하는 해외 아미의 지원 ‘화력’은 더욱 막강하다. 구글 검색량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도시별 BTS 관심도 지표를 봐도 최근 1년간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곳은 태국 방콕과 인도네시아 반둥, 필리핀 케손시티가 최상위에 올랐다. 서울이 11위일 정도로 해외의 관심이 더욱 높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팬들이 앞장서서 BTS 노래 가사와 각종 콘텐츠의 한국어 내용을 현지어로 번역하는 ‘팬 번역가’의 활동이 왕성한 것도 해외 팬들이 많은 아미 특유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광주광역시를 표현한 내용이 나오는 <마 시티>라는 노래 가사에 ‘KIA’ 야구단 이름과 ‘062’(지역번호) ‘518’(광주민주화운동) 같은 키워드가 들어갔지만 해외 아미들이 이해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도 이 덕분이다.

그럼에도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아미를 위한 콘텐츠 번역에 나서지 않는다는 불만도 없지는 않다. 한국의 문화적 배경을 잘 이해하는 재외동포나 소수 한국문화 동호인 정도가 나서서 설명해야 소통이 가능한 모습은 일종의 ‘열정페이’를 감수하게 하는 소속사의 ‘갑질’로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팬 이신영씨는 “국내 아미들은 ‘방탄 보유국이라 다행’이라며 상대적으로 관심을 안 보이지만 분명히 해외에서는 그런 논란이 상당히 크게 나온다고 알고 있다”며 “국내 팬들이 역으로 각 나라 언어에 맞게 번역해주는 재능기부를 해줄 수도 있지만 원칙을 따져보면 이익을 보는 기획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점엔 동의한다”고 말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속사, 해외 아미 지원 힘써야

결과적으로 BTS가 아미 덕분에 K팝의 문화적 특수성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었다는 점은 BTS를 하나의 문화·사회 현상으로 파악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8월 아이돌 그룹을 대상으로는 처음 열린 ‘BTS 인사이트 포럼’을 비롯해 국제학술대회 자리에서도 전문가들은 BTS의 성공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아미의 지원이 있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문화연구자 이지행 박사(영화이론)는 “아미는 BTS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걸 배웠기 때문에 자신들이 기부와 자선, 대의명분을 위해서 활동하는 팬덤이라고 말한다”면서 “이들은 서구사회가 K팝에 대해 가진 편견으로부터 BTS가 해방될 수 있게 ‘K팝이 아니라 BTS 팝’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등 기존 담론을 뒤집거나 새로운 대항 담론을 형성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