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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뒤죽박죽 조각난 이야기와 사건들

▲연극 |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일시 10월 9일~27일 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관람료 3만원

제20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장강명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무대로 옮겼다. 일반적인 시간 법칙을 뒤집으며 전개된 소설의 구성을 이 연극에선 다시 한 번 재구성한다. 남자와 여자, 아주머니 세 인물의 서사는 잘라냈다가 뒤죽박죽 이어 붙인 책처럼 과거·현재·미래가 뒤얽힌 채로 전개된다. 극 중 남자는 고교 시절 동급생을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간 뒤 소설을 써 과거 자신의 연인이었던 여자가 일하는 출판사에 보낸다. 여자는 소설의 내용이 자신의 이야기인 것을 알고 남자를 찾아간다. 한편 자신의 아들을 죽인 남자를 쫓는 아주머니는 재회한 두 사람의 주변을 맴돌고, 남자는 본인이 저지른 살인이 세상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었는지 깨닫는다. 조각난 이야기와 사건들이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떠도는 듯이 표현되지만 작품은 관객들의 시각에서 이 모든 장면들이 모두 한 사람, 남자의 인생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엮어낸다. 현재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다시 해석하고 새롭게 만들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나가려는 연출의도를 읽을 수 있다.

소설을 바탕으로 작품을 새롭게 연극화하면서 ‘계속되는 현재’를 무대에서 표현하기 위해 극단의 연기 메소드인 ‘신체행동연기’를 작품에 집약시킨 점도 관심을 끈다. 감정이나 심리의 표현보다 행동의 나열을 통해 인물과 장면을 전달하는 연기를 통해 관객은 저마다의 다양한 해석으로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또한 기울어진 원형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균형이 무너진 채로 끊임없이 돌고 도는 몸짓으로 각자의 세계를 표현하는 모습 역시 고유한 분위기를 살린다. 02-758-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