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웹툰 원작인 목포 건달의 국회 입성기

어쩔 수 없이 이 작품은 감독의 전작인 <범죄도시>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규모는 커지고 통쾌함은 작아진 느낌이다.

제목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Long Live the King)

제작연도 2019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18분

장르 액션, 드라마

감독 강윤성

출연 김래원, 원진아, 진선규, 최귀화, 최무성

개봉 2019년 6월 19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늘 새로운 소재에 목마른 영화제작자들에게 웹툰의 영화화는 여러모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일단 예비 관객들이라 할 수 있는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얻고 있으므로 완전히 새로운 작품에 비해 화제를 모으기 수월하다. 독자들의 호응과 인기로 검증된 재미와 완성도는 그만큼 관객들에게도 통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만화와 영화의 매체 차이를 극복하고 원작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원작을 알지 못하는 관객들까지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각색의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신과 함께>(2017), <내부자들>(2015),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이끼>(2010) 등은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작품들이지만 더 많은 작품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관객들의 기억에서 잊히기도 했다. 하지만 당분간 충무로에서 웹툰을 향한 러브콜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형 영화사들은 영화화에 적합한 작품을 선점하기 위해 아예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역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2011년 제1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버드나무숲’(임규빈) 작가의 <롱 리브 더 킹>은 신문 연재 이후 유명 웹툰 플랫폼들을 통해 누적조회 수 1억 뷰를 돌파한 인기작품으로 장기연재 끝에 2019년 4월 현재 시즌3을 종료한 상태다. 웹툰으로서는 흔치 않은 본격 정치드라마라는 부분도 주목받았지만 대구 토박이인 작가가 그린 호남 정치인의 성장기라는 아이러니도 많은 화제를 낳았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목포 건달세계를 평정한 장세출(김래원 분)은 용역을 받아 나간 재개발 반대시위 현장에서 대치하게 된 변호사 강소현(원진아 분)의 당차고 거침없는 모습에 반하고 만다. 이후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던 세출은 건달을 그만두고 좋은 사람이 되라는 소현의 말에 관리하던 나이트클럽을 처분하고 사회운동가 황보윤(최무성 분)을 찾아가 소외계층을 위한 식당 운영을 돕는 데 혼신의 힘을 쏟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난데없는 국회의원 출마까지 하게 된 장세출. 3선을 자신하고 있던 경쟁자 최만수(최귀화 분)는 뜻밖의 라이벌의 등장에 당황하고 세출의 앙숙인 조광춘(진선규 분)을 이용해 본격적인 방해를 계획한다.

이 작품이 영화적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범죄도시>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일 것이다. 개봉 직전까지 누구도 흥행을 예측하지 못했기에 누적관객 688만명을 기록한 <범죄도시>

의 큰 성공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시로 회자되고 있다. 이후 ‘마동석’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진선규’라는 숨은 보석의 발견은 한국영화의 흐름에 새로운 방향을 이끌어 냈다. 이 작품이 강윤성 감독의 늦깎이 데뷔작이란 점은 관계자들에게조차 나름의 충격이었다. 야구 등 주로 스포츠에서 사용되던 용어지만 근래에는 영화계에서도 데뷔작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두 번째 작품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기대의 시선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를 뜻하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지 이 작품을 흥미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이기도 하다.

무난하지만 아쉬운 오락영화

어쩔 수 없이 이 작품은 감독의 전작인 <범죄도시>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규모는 커지고 통쾌함은 작아진 느낌이다. 김래원을 위시한 다양한 배우들의 포진은 요소요소에서 제몫을 해내고, 강윤성 감독의 장기라 할 수 있는 강렬한 액션 신들은 다소 무료해질 수도 있는 드라마 사이에 적절히 배치돼 극의 추진력을 높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의 밀도는 느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시간의 러닝타임은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흐르지만 마지막까지 농밀한 정서적 쾌감이나 이렇다 할 한 방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점은 크게 아쉽다.

방대한 원작의 각색 작업에 있어 감독은 아무래도 만화에서는 매력일 수 있지만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을 걷어내고 최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보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원작의 스토리를 집필한 류경선 작가도 각색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 거세의 방향성이 바른 것이었는지는 조심스럽게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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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장면 곳곳에서 등장하는 <범죄도시> 배우들의 깜짝 출연도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어떤 이는 단번에 알아볼 수밖에 없지만 어떤 이는 순식간에 등장했다 사라지니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롱 리브 더 킹” 언제 쓰이나

<라이온 킹>

<롱 리브 더 킹>에 3주 앞서 개봉한 할리우드 괴수 블록버스터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를 보던 중 계속 귀에 걸리는 대사가 있었다. 고대 거대 괴수들을 이용해 이상을 성취하려던 악당들은 고질라의 위용 앞에 넋이 나간 듯 “Long Live the King”을 연발한다. 영화 속에는 “왕이여, 영원하라”고 번역돼 등장하는데, 뒤이어 개봉할 한국영화를 공짜로 광고해주는 것인가 싶은 생각에 혼자 웃음이 났다.

“롱 리브 더 킹”은 서양 문화권에서는 꽤나 많이 쓰이는 문장인데 당연히 영화제목뿐 아니라 문학, 미술, 음악, 게임 등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초월해 등장해 왔다. 해석은 만수무강의 의미를 떠나 그냥 “국왕 만세” 정도로 이해하는 것도 틀리지 않은데, 기원은 1422년 프랑스 샤를 6세가 죽고 아들 샤를 7세가 즉위할 때 사용된 “Le roi est mort, vive le roi!”(왕이 죽었다, 국왕 만세!)라고 한다. 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경향신문>에 개제된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천세, 구천세, 만세’를 검색해도 확인할 수 있다.

디즈니의 대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에서도 ‘롱 리브 더 킹’은 중요한 주제어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왕위를 탐낸 ‘스카’가 형 ‘무파사’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는 장면에서 의미심장하게 등장한다. 또 조만간 개봉을 앞둔 실사판 리메이크의 예고편에서도 메인 카피로 강렬하게 등장한다.

이번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롱 리브 더 킹>은 원작 웹툰부터 사용된 제목으로 영화는 원작과의 차별을 위해 ‘목포 영웅’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