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메스를 잡다/조선에 반하다 外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본 수술사

<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1만9800원

수술은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두 발로 걸으면서 손으로 직접 치료해야만 하는 질병들은 인류의 첫 발자국과 함께 시작됐다. 일상적으로 싸움과 사냥, 이주를 했고 뿌리를 파내거나 나무 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늘상 다칠 위험에 노출된 채로 살았고 이로 인한 상처를 보살피는 것이 외과적 수술과 치료였다. 중세에는 상식이 전통에 가려졌다. 사회적·문화적 암흑기가 된 것은 의학계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 그러했다는 이유만으로 상처에 끓는 기름을 붓는 식의 치료가 이뤄졌다.

19세기 들어 인류의 수명이 갑자기 길어진 것은 현대외과 수술에서의 비약적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위생관념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복강경 수술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역사적 인물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수술사의 변곡점들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루이 16세가 포피 문제 때문에 마리 앙트아네트와 7년 넘게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없었던 사연 등은 보통의 역사책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조선에 반하다 | 조윤민 지음·글항아리·1만7000원

조선의 외부자들이 낮은 곳에서 펼치는 분투와 저항의 기록이다. 푸줏간 주인, 목수, 화전민, 관노, 그리고 도둑까지 역사의 주요 무대 뒤안길에서 서성거린 이들이 주류 지배층에 맞서 자신만의 목소리와 공간을 만들어냈다. 1811년 평안도에서 일어난 홍경래의 난을 위시해 백성들의 봉기와 임오군란, 동학농민전쟁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항쟁들도 다룬다. 지배와 저항으로 보는 조선사 4부작의 세 번째 권이다.

▲금융의 모험 | 미히르 데사이 지음 김홍식 옮김·부키·1만8000원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가 인문학의 눈으로 금융을 통찰했다. 금융은 인간미 없고 누군가 가진 것을 빼앗아가는 사악한 것이라는 태도는 무지한 통념이라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다. 그래프나 수식 없이 문학과 철학,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로 금융의 매력을 발견한다.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 권보드래 외 12인 지음·민음사·1만6000원

한국 근·현대문학을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3부로 나눈 이 책은 기존의 문학적 분류 대신 근대문학, 신여성, 사회주의, 위안부, 남성성, 독재, 민주화 등 저마다의 문제의식과 관심사로 문학작품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 김연수 외 지음·문학동네·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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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작가 134인이 읽은 불멸의 세계문학 150선을 엮었다. 2013년 출간본의 증보판이다. 독자들의 읽기 작업을 더욱 풍요롭게 도와줄 이 책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소설가와 시인, 문학평론가뿐 아니라 서평가 이현우, 가수 루시드폴, 라디오 PD 정혜윤 등 다양한 필자가 참여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