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임종국 평전 외

임종국 평전

광복 후 단죄하지 못했던 친일행위를 오늘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를 설립하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철퇴를 가할 수 있었던 데는 임종국 선생의 노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친일에 무관심하고, 오히려 거론하는 것을 불온시하던 그때 선생의 ‘친일문학론’은 큰 충격이었다. 정운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은 선생의 업적과 의외로 소심했던 성격, 가정사 등을 모두 다룬 평전을 출간했다. 친일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선생의 줄기찬 노력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정운현 지음, 시대의창, 1만6500원]

한밤의 사고

르 클레지오와 함께 현대 프랑스문학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파트릭 모디아노가 2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모디아노를 말할 때는 으레 몽롱한 문체, 불분명한 기억, 기시감, 기억의 재구성, 이를 통한 인간 존재의 비밀 탐색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이 작품 역시 모디아노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분위기와 흡사하다. 이 작품에서 모디아노는 한밤중에 일어난 의문의 차 사고를 계기로 한 남자의 쓸쓸하면서도 모호한 기억 속 풍경을 담담하면서도 세심하게 복원해낸다.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윤진 옮김, 문학동네, 8800원]

찰리와 함께한 여행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의 작가이자 196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존 스타인벡의 조국 여행기이다. 58세라는 나이에 스타인벡은 애완견 ‘찰리’와 함께 넓디넓은 미국을 여행한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작가로서 참된 언어와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미국의 본모습을 모른 채 알지도 못하는 것을 써왔다고 자책하는 그는 미처 살피지 못했던 미국의 어둡고 더러운 부분, 미국 서민의 생생한 삶을 확인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것은 작가의 의무이기도 했다.
[존 스타인벡 지음, 이정우 옮김, 궁리, 1만2000원]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건축가 민현식이 한국 현대건축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그가 들여다본 19가지의 한국 현대건축과 건축가의 정신은 이 땅의 우리 현대사를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다. 건축은 단순한 건물이 아닌 시대의 사유와 삶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땅의 건축을 통해 한국 건축계의 현재를 말함과 동시에 지금 이 시대를 진단한다. 때로 저자가 바라보는 한국 현대건축의 현실은 통탄할 정도지만, 저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민현식 지음, 돌베개, 2만3000원]

롱테일 경제학

‘20%의 히트상품이 80%의 매출을 차지한다’는 지난 세기의 ‘80/20법칙(파레토의 법칙)’은 인터넷이 발달한 21세기에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꼬리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틈새시장의 상품이 머리부분이라 할 수 있는 히트상품의 매출을 능가하는 ‘롱테일(Long Tail)’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세기는 히트상품의 시대였지만 21세기는 틈새상품의 시대라고 말하는 저자는 성공적인 롱테일 구현을 위한 법칙을 알려준다. [크리스 앤더슨 지음, 이노무브그룹 외 옮김, 랜덤하우스, 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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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세계의 만남

전 지구적인 동서교류사 연구의 현황을 보여준다. 저자가 쓴 용어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사회적 개종(Social Conversion)’이다. 다른 문명과 만난 사람이 겪는 다양한 변화를 일컫는 말로 정치, 사회, 경제, 종교 등 다른 문화 전통을 받아들이고 채택하는 과정을 뜻한다. 동서교류사는 바로 이 사회적 개종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저자는 인간의 교류가 또 다른 문명을 만들어내고 각각의 문명이 다시 교류를 통해 변화를 겪는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증명한다.
[제리 벤틀리 지음, 김병화 옮김, 학고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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