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롱코비드 시대’ 대책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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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늘어나면서 후유증도 급증세

최근 직장인 정모씨(28)는 오후에 조퇴를 했다. 그는 이달 초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격리 해제된 이후, 체중 감소와 더불어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출근했는데 열이 나는 것 같으면서 몸에 힘이 확 떨어졌다.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워 오후 반차를 썼다”고 했다. 이모씨(34) 역시 코로나19에서 개운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두통, 무기력, 소화부진 및 식후 역류 같은 증상과 함께 기관지에서부터 간질간질한 기침을 이어가고 있다. 이씨는 “기침 때문에 대중교통에서 눈치가 보일 정도다. 독감과 신종플루도 걸려봤지만 이번이 가장 심하다. 폐 사진을 찍어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3월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에서 누적 확진자 수가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3월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에서 누적 확진자 수가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2~3개월 계속되는 고통

이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19 후유증’을 앓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늘어나면서 후유증, 일명 ‘롱코비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롱코비드를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적어도 2개월, 통상 3개월 동안 다른 진단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겪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WHO는 롱코비드 증상으로 피로감, 숨가쁨, 인지장애를 비롯해 일상 활동에 영향을 주는 기타 증상을 포함했다. 이밖에도 연구에 따라 기침, 근육통, 흉통, 후각·미각 상실, 우울·불안, 발열 등 증상이 보고됐다.

롱코비드가 의학적인 진단명은 아니다. 명칭도 다양해 ‘포스트 코비드 컨디션’(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포스트 포비드 증후군’(영국 국립보건서비스), ‘만성 코비드’ 등으로도 불린다. 그럼에도 롱코비드의 의미는 대체로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코로나19를 앓은 이후, 이전에 없던 증상이 생겨 한동안 이어진다면 롱코비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후유증, 즉 롱코비드는 코로나19를 독감(인플루엔자)으로 볼 수 없는 근거 중 하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를 두고 독감의 일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향해 “지코위독”이라고 비판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 즉 거짓으로 농간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에 빗댔다. 김 교수는 “독감은 ‘롱인플루엔자’, ‘만성 독감’ 같은 것이 없지 않나. 그런데 코로나19는 롱코비드가 이제 한국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나온 환자가 전체 확진자의 90% 이상인 만큼 향후 5~7월쯤 되면 롱코비드 또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코로나19가 인체에 작용하는 기전이 인플루엔자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감은 주로 호흡기에 감염을 일으키는 반면 코로나바이러스는 폐를 통과해 혈액을 타고 뇌, 간, 콩팥, 위장, 심장 등 전신으로 퍼진다는 점도 차이”라고 했다.

롱코비드가 발생하는 원리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장기에 바이러스가 직접 침투해 조직을 망가뜨리는 병리효과 또는 바이러스 감염에 따라 생긴 항체가 바이러스가 아닌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일종의 자가면역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흔한 증상은 피로감이 오래 가는, 즉 몸에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생겨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젊은층은 빨리 회복하지만 노인은 오래갈 수 있고 체중 감소, 근육 위축, 불면증, 불안, 우울, 위장장애 등을 수반한다”고 덧붙였다.

다가오는 ‘롱코비드 시대’ 대책이 필요해

더 많은 연구 필요

한국에선 아직 롱코비드에 관한 통계나 실증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의 환자 발생 규모는 미국이나 유럽에 견줘 그리 크지 않았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이후엔 확진자 수가 일간 수십만명 단위로 급증하며 감염 예방과 환자 치료가 방역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되다 보니, 후유증까지 고민할 틈이 없었다.

한국보다 일찍 더 많은 누적확진자가 속출하는 단계에 이르렀던 미국과 유럽에서는 관련 연구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몸에 남기는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저명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는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두통, 피로감 등 신경학적 증상이 뇌조직 자체의 바이러스 감염이 아닌 신체의 광범위한 염증 반응에 따른 혈관 손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숨진 환자들의 뇌를 부검, MRI 스캔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제1저자로 참여한 이명화 박사(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신경장애 및 뇌졸중 연구소 소속 과학자)는 주간경향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브레인포그(뇌 안개·머리에 안개가 낀 듯 멍한 증상)나 두통, 피로감, 우울감 등의 신경학적 후유증은 뇌혈관의 손상과 관련된다. 뇌혈관 손상은 뇌혈관 확장을 유발하는데, 이것이 뇌신경 조직을 압박해 브레인포그와 혼돈감, 두통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이어 “이는 바이러스 감염의 직접적인 결과라기보다는 간접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성과로 꼽히며 연구진은 이 같은 병리의 발병 기전에 관한 후속 연구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명화 박사는 “(후속 연구에서) 이 발병 기전이 급성 코로나19 및 롱코비드의 신경학적 징후 발달에 중요 원인이 된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보훈부는 코로나19 완치자와 감염 이력이 없는 이들을 비교 연구한 결과, 코로나19에서 회복되고 1년이 경과한 이들에게서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심장마비 위험(63%), 뇌졸중 위험(52%), 심부전 위험(72%) 등이 대표적이다. 폐에 혈전이 생길 위험도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연구진은 나이, 성별, 흡연 여부, 당뇨병 같은 기저질환, 경증·위중증 여부와 무관하게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정부 차원의 롱코비드 연구 성과는 좀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코로나19 후유증 모니터링을 위한 학술 용역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의 진행 경과를 묻는 주간경향 질의에 질병청은 “단기간 및 장기간 모니터링과 다각도 분석이 필요하므로 이를 고려한 체계적인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후유증의 종류, 크기 등 전반적인 질병 부담 관련 연구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연계 분석 등 전문가 집단과 연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앞서 2020년 9월 김신우 경북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은 대구지역 코로나19 완치자(15∼70세)를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965명 중 ‘후유증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약 91%(879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다가오는 ‘롱코비드 시대’ 대책이 필요해

‘꾀병’ 아닌 모두의 과제

국내 코로나19 누적확진자 수가 1082만명을 넘었다(3월 23일 기준). 최근에는 신규 확진자가 하루 20만~60만명 발생하고 있다. 이는 빠르면 수개월 뒤 롱코비드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개개인의 롱코비드가 모이면 ‘사회 전체의 롱코비드’가 된다.

일례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5월 ‘의료 및 일터가 롱코비드에 적응해야 한다’ 제하의 기사에서 롱코비드를 겪는 대다수가 노동연령대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롱코비드 전문 치료시설 등 재활치료를 촉진하고, 고용주가 롱코비드 환자의 재택근무를 장려하게끔 정부지원금으로 보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백만명의 노동자가 경제활동인구에서 영구적으로 탈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롱코비드 혹은 코로나19 치료가 길어지면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의료현장을 들여다보면,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나면 코로나19 중환자실 환자를 일반 병실로 옮겨야 하는 현 지침 하에서 이미 일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산소호흡기를 비롯한 의료적 처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면 계속 입원해야 하는데 (일반 병실로 가면) 그때는 치료비에 본인 부담이 부과된다. 감염병 책임을 국가가 지지 않고 환자들에게 일정 부분 떠넘긴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어 “(완치 후) 폐섬유증 여부를 검사하려면 3~6개월 뒤 X레이로는 안 되고 CT를 찍어야 한다. 감염병으로 시작된 합병증임에도 그 치료를 하는 데에 적지 않은 본인 부담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사회적 인식 제고 또한 과제다. 이씨는 “후유증이 양성·음성같이 딱 뭐가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까,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아프지만 직장에 말하기가 애매하다. 꾀병으로 오해받을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이씨는 “확진 후 7일이 지나면 유전자증폭(PCR) 검사 없이 격리 해제되다 보니 이런 증상이 후유증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후유증 정보가 널리 공유되고, 확진 이후의 컨디션에 대해 최소한의 안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 또한 “성별이나 연령대별로 자주 나타나는 부작용을 알려주는 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롱코비드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롱코비드 후유증 센터 병원 설립’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미국·영국의 경우 후유증센터가 있고 연구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은 K방역만 보도하고 정작 후유증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며 “후유증센터를 설립해 백신 및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마음 편히 치료받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우주 교수는 “(롱코비드) 환자들이 최근에 오기 시작한다. 이들이 미열, 호흡곤란, 흉통 같은 증상을 호소하면서도 ‘감기만도 못한데 왜 그러느냐’, ‘꾀병’이란 주변 반응에 더 트라우마를 입는다”고 전했다. 그는 “롱코비드 클리닉 등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재활을 도와야 한다. 특히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계속되면 검사를 받아보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하루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3월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 설치된 스크린에 화장 진행 상태가 띄워져 있다. /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하루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3월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 설치된 스크린에 화장 진행 상태가 띄워져 있다. / 연합뉴스

우리는 터널의 어디쯤

3년째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팬데믹이란 터널의 어디쯤 와 있을까. 방역당국은 유행의 정점에 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지난 3월 22일 방대본 백브리핑에서 “연구진이 종합한 기존 예측보다는 다소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고, 소폭으로 감소하는 중이라 현재 정점 구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엔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변수로 추가됐다. 오미크론 BA.2형은 일반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0% 정도 강하다. 국내 점유율도 3월 13~19일 주간에 41.4%까지 치솟았고, 전 세계 점유율도 60% 수준으로 우세종에 도달했다. 미국·유럽은 누적확진자가 전 국민의 약 20%에 달한 이후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가 BA.2가 퍼지며 다시 신규 확진자 수가 반등하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3월 22일 브리핑에서 “20%라는 것이 절대적인 선은 아니며, 해외에서도 각국의 백신 접종 등에 따라 정점 시기는 다양하다. 스텔스 오미크론이 향후 유행의 정점이나 감소 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가별 백신 접종률 70%’를 팬데믹 종식의 필수조건으로 내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지난 3월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팬데믹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각 국가의 백신 접종률이 인구의 70%를 얼마나 빨리 충족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4.1%가 백신 접종을 한차례 이상 마쳤다(3월 23일·아워월드인데이터). 그러나 국가별로 차이가 커 저소득 국가군에서 한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비율은 14.4%에 불과하다.

결국 한동안 대규모 감염과 롱코비드 문제가 중첩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화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의 가장 큰 실패는 롱코비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대응이 느렸던 것”이라며 “여전히 진단이 불충분하고, 오미크론과 미래의 변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롱코비드 환자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박사는 “후유증 발병을 막연히 염려할 게 아니라 진단적 관점에서 누가 장기적으로 후유증을 앓을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정량화하고, 치료 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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