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다리]블로그 대소동

“내가 달건이 생활을 열일곱에 시작했다. 그 나이 때 달건이 시작한 놈들이 100명이다치면 지금 나만큼 사는 놈은 나 혼자뿐이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잘난 놈 제치고, 못난 놈 보내고….” 영화 <타짜> 속 등장인물 곽철용의 명대사다. 도박계 큰손이 되기까지 경쟁자를 어떻게 이기고 살아남았는지 요약한 것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경쟁을 흔히 레이스에 비유한다. 곽철용은 자신이 100명 중 혼자 살아남았다고 했지만, 이는 살벌한 어둠의 세계에서의 생존율일 것이고, 나 같은 장삼이사가 달리는 레이스의 완주율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얼마나 제치고 얼마나 보내야 할까? 이러한 맥락에서 흥미롭게 지켜본 것이 지난달 말 네이버가 시작한 ‘블로그 챌린지’였다. 14일 동안 매일 블로그에 ‘#블챌 #오늘일기’ 해시태그를 걸어 글을 작성하면 최종적으로 1만6000원을 주겠다는 이벤트였다.

구도는 이렇다. ‘의지-귀찮음(게으름)’을 양 끝에 놓고 봤을 때 축이 의지보다 귀찮음(게으름) 쪽으로 더 크게 기우는 순간 보상은 날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이때 1만6000원이라는 금액은 과연 참가자가 게으름을 이겨내고 매일매일 블로그에 단 석줄이라도 쓰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유인인가. 그리하여 2주란 기간 동안 과연 얼마나 많은 참가자가 이 레이스를 완주할 것인가였다.

사회실험에 임한단 마음가짐으로 챌린지에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글을 썼던 게 언제인지 까마득한 블로그를 다시 열었다. 첫날엔 사람 구실을 하면서 살기가 너무 어렵다고, 둘째 날엔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미치겠다고, 셋째 날엔 옛 노래를 오랜만에 들으니 좋다고 썼다. 당장 나부터가 귀찮음에 몸을 뒤틀어가며 빠듯하게 그날 치 글을 끝내는 ‘위기의 참가자’였다.

실험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셋째 날에서 넷째 날로 넘어가는 밤 돌연 블로그 챌린지를 중단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네이버가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성의 없는 게시물(어뷰징)이 많았다”지만, 많은 이들은 블로그 챌린지가 예상보다 큰 관심을 받아 재정적으로 부담이 됐으리라 추측했다.

과연 몇명이나 참여했을까? 한 네티즌이 해시태그 개수로 헤아려봤는데, 첫째 날 61만859건, 둘째 날 59만3945건이었다고 한다. 셋째 날은 54만439건으로 중간 집계됐다. 이틀째에 약 2.77%가, 사흘째에 9%가 나가떨어진 것이다. 대략 한건을 한명으로 보고, 나흘째부터 하루에 5%씩만 빠진다고 거칠게 가정해도 61만여명 중 일주일 뒤엔 고작 44만명이 남는다. 마지막 날엔 절반 이하인 27만여명만이 완주하게 된다. 몇퍼센트가 결승선을 통과하는지 실증할 수는 없었지만 대략 가늠은 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웬걸, 시작한 사람 중에 절반도 못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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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도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진 몰라도, 챌린지를 다시 시작한다고 한다. 24일부터 11일간이며 1만5000원을 내걸었다. 참가 자격은 지난번 3일 다 참가했던 사람만으로 제한했다. ‘작심삼일’이란 1차 관문을 일단 통과한 이들이기 때문에 최종 완주율이 높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챌린지가 끝까지 진행될지, 완주하는 이들 속에 나도 있을지 궁금하다.

‘꼬다리’는 어떤 이야기나 사건의 실마리를 하는 꼬투리의 방언이다. 10년차 이하 경향신문 기자들이 겪은 일상의 단상을 전한다. ‘꼬’인 내 마음 ‘다’ 내보이 ‘리’라는 의미도 담았다.

<김서영 정책사회부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