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진상규명 첫 단추도 꿰어지지 않았다

검찰이 발표한 ‘무리한 증축, 과적, 미숙운항’ 반박자료 쏟아져나와

“진상규명? 좋다. 하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상황에서 참사의 진상이 규명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든다.” 한 세월호 유가족의 말이다. 참사 직후, 그는 진상규명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관련 활동을 하지 않는다. 검찰의 발표가 틀렸다는 증거가 하나둘씩 나오고 심지어 그동안 ‘음모론’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외력설까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7년 4월, 전남 목포신항 땅 위로 옮겨진 세월호 선체. / 김영민 기자

2014년 10월 6일, 검찰은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무리한 증축, 과적, 선원의 미숙운항 등이 직접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검찰의 발표를 반박하는 자료가 쏟아져나왔다. 먼저 세월호가 과적을 하지 않았다는 보고서다. 그동안 세월호가 실을 수 있다고 알려진 무게는 987톤 혹은 1077톤이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세월호에는 2215톤의 화물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세월호가 실을 수 있는 무게가 2272톤에 달한다는 대해선박설계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세월호는 과적을 하지 않은 셈이다. 물론 이 보고서만을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값이 나왔기 때문에 따져볼 여지는 있다.

“세월호는 과적하지 않았다”

과적을 했다 해도 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권영빈 1소위원장은 “과적은 세월호 침몰의 핵심이 아니다”라며 “그날은 다른 날보다 화물이 적었다. 과적이 있었다고 해도 검찰이 설명하는 침몰 원인은 틀렸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도 “과적은 침몰의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과적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세월호는 왜 급속하게 기울어졌을까.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복원력과 평형수다. 평형수가 부족해서 기우뚱하던 배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다른 증거가 발견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정도로 복원력이 없었던 배라면 출항 당시 CCTV에서도 같은 값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관묵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 교수는 “출항 직전 배에 짐을 다 싣고 나면 배가 휘청이면서 요동을 친다. 이때 휘청이는 최대 각도와 요동치는 주기를 근거로 복원력을 계산할 수 있다”며 “애초에 복원력이 나빴던 배라면 출항 당시에 각도가 많이 휘었을 것인데 그렇지 않았다. 이건 이론치가 아니라 실측치다”라는 의견을 냈다.

청해진해운 측은 “출항 때부터 복원성이 나빴다면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인 팔미도 부근에서 사고가 났어야 했다”며 “세월호는 팔미도 부근에서 거의 90도 대각도 선회를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 사고가 일어난 동거차도는 오히려 거의 직선 코스다”라는 입장이다. 출항 당시 문제가 없던 복원력이 어느 순간 복원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복원력에서 중요한 것은 평형수다. 청해진해운 측에 따르면 출항 당시 세월호의 평형수는 760톤가량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대해선박설계의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평형수 기준은 370톤이다. 이 수치대로만 본다면 세월호는 기준보다 더 많은 평형수를 가지고 있었고, 복원력 역시 높았어야 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중간에 평형수가 빠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해경 초계기로 촬영된 열적외선 동영상 분석 결과, 복원력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4번 탱크의 평형수가 비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청해진해운 측은 “일부러 배를 넘어뜨리려고 마음 먹지 않는다면 4번 평형수를 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관묵 교수는 “열적외선 동영상 분석 결과 4번 탱크가 비어 있는 건 맞다”며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중간에 누가 평형수를 의도적으로 뺐다고 볼 수는 없다. 배가 기울면서 탱크에 있던 공기배출구를 따라 자연스럽게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이 역시 하나의 가설일 뿐이고 좀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적과 복원력 모두 나쁘지 않았다면, 검찰이 또 하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은 ‘미숙운항’을 봐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2015년 11월 검찰 발표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대법원이 “조타수가 큰 각도로 변침한 게 침몰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확정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조타기에 결함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게다가 올해 초 네델란드 해양연구소에서 진행된 실험은 검찰 수사결과를 전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해양연구소는 세월호를 25분의 1로 축소한 모형에 검찰 수사결과를 적용해 수차례 실험을 진행했는데, 참사 당시 세월호 항적이 보여주는 급격한 회전과 빠른 침몰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김영오씨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검찰 수사결과를 믿을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최근 언급되고 있는 ‘외력설’

최근에는 외력설도 언급되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선조위 중간발표를 보면 145번 프레임부터 165번 프레임까지 변형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변형 면적은 31.2㎡이며 움푹 파인 부분은 최대 46㎝다. 31.2㎡는 가로 5m 세로 6m 정도의 크기다. 해당 발표에는 이 정도 변형이 생기려면 2800톤의 힘이 가해져야 한다고도 쓰여 있다.

이에 대해 선조위는 “연구팀이 가상으로 진행해 본 설명자료를 실례로 오해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주간경향>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발표자료 어디에도 145번부터 165번 프레임 변형과 관련해 ‘임의’나 ‘가상’이라는 단어는 없다. 나아가 13일 오후 열린 선조위 회의에서는 “세월호 좌현 ‘핀 안정기’가 외력에 의해 손상됐을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선조위 조사관은 잠수함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선조위 내부를 잘 아는 관계자는 “145번부터 162번까지 변형이 생긴 부분은 세월호 침몰 이후에 한 번도 땅에 닿지 않은 부분이다. 그래서 선조위 내부에서도 함부로 발표하지 말고 조사가 끝나면 발표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핀 안정기에 외력이 가해졌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만큼 다른 부분 변형에 대해서도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정리하면 세월호 침몰 4년이 되어가지만 ‘왜 침몰했나’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실제 지난 4년 동안 ‘외력설’은 대표적인 음모론으로 취급됐다. “회의감이 든다”고 말한 유가족은 “과적도 안 했다, 평형수도 있었다, 조타수가 잘못한 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그러면 대체 이유가 뭐냐. 무엇에 의한 외력인지를 밝히려면 또 얼마나 많은 과정을 겪어야 할지 상상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두 가지다. ‘왜 침몰했나’와 ‘왜 구조하지 않았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없앨 수 있는 증거는 다 없애고 왜곡하고 은폐했다”며 “진상규명을 간절히 바라지만 100% 진상이 규명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새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전 정부와는 달리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세월호의 첫 단추는 꿰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