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반성 없는 카카오 쇄신안, 진정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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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 지회장 인터뷰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의 서승욱 지회장이 12월 7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아지트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주영재 기자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의 서승욱 지회장이 12월 7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아지트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주영재 기자

카카오가 내우외환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재계 순위 15위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독과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는데, 최근 사법리스크까지 불거졌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지난 10월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고,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도 금감원에 출석해야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분식 회계 논란도 이어졌다. 최근엔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의 욕설 논란과 사내 비리 의혹 공방이 벌어졌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불거졌다. 대표적으로 올해 9월 카카오 재무그룹장을 맡았던 김모 부사장은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가 적발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4개 자회사에서 경영난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는 상황에서 터진 경영진의 일탈 행위였다. 한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가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다른 임원들과 함께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올해 상반기 카카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중에도 스톡옵션을 매각해 약 94억원의 차익을 실현하고 떠났다.

안팎의 위기가 커지면서 김범수 센터장이 전면에 나섰다. 지난 10월 30일 김 센터장과 홍은택 카카오대표를 비롯해 주요 공동체(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하는 ‘경영쇄신위원회’(쇄신위)를 만들어 매주 월요일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있다. 외부 독립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를 설립해 쪼개기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독과점,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 등 사회적으로 지적받은 여러 문제에 대한 관리 감독과 조사를 맡겼다.

카카오의 위기는 스스로 초래한 면이 크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카카오톡의 영향력으로 이익을 늘리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지면서 초심이나 사명감을 잃었다. 여러 회사를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초기의 기업 문화가 무너졌고, 독점으로 얻는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의 편익을 조화시키는 고민을 소홀히 했다. 백년기업을 만들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은 경영쇄신 논의에 직원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인카드 남용 사건 당사자를 솜방망이 처벌하면서 공동체 경영진은 자정 능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크루유니언의 조합원 수는 4000명을 넘고, 주요 공동체 가입률은 30% 이상이다. 크루유니언을 이끄는 서승욱 지회장은 지난 12월 7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경영진이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 쇄신을 위한 논의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플랫폼 기업의 공적 가치를 보장할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지난 12월 5일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온라인 게시물 게시와 건물 내 피켓 시위에 대해 사전협의를 요청했다. 노조 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도 피켓 시위를 했는데 회사가 이렇게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 김범수 센터장 등 경영진과 관련된 문제라 그런 듯하다. 여러 번 전달했는데도 우리가 요구한 인적 쇄신과 직원 참여에는 아무 답변이 없다. 지난해 불거진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이나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논의한 적이 별로 없다. 다음 주 월요일(12월 11일) 간담회를 연다고 하는데 어떤 걸 논의하겠다는 건지 전혀 알려진 게 없다. 4곳의 공동체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상당히 많은 사람이 희망퇴직으로 고통을 분담했는데, 이런 문제도 전혀 이야기되고 있지 않다.”

“현재의 문제에 발을 담가서 같이 논의할 주체가 많아져야 한다. 기존처럼 소수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로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백의종군해야 한다.”

-쇄신위에 직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인가.

“꼭 쇄신위 직접 참여는 아니라도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과거 카카오페이 블록딜 논란 때 ‘신뢰회복협의체’를 만들어서 노사가 1년 가까이 협의를 벌였다. 그 정도의 노력도 이번에는 하지 않고 있다.”

-계열사 희망퇴직은 어떻게 진행됐나.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제일 컸다. 전체 1200명 정도였던 인력이 500명대로 줄었다. 계열사 간 이동도 있지만 반 정도는 희망퇴직이다. 카카오VX(스크린 골프 등을 서비스하는 스포츠 전문 계열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도 희망퇴직을 받았다. 엑스엘게임즈의 경우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비판할 부분이 크다. 심지어 수익이 좋은 부서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상황에서 한쪽에선 희망퇴직을 받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우 불과 지난해 400명 넘게 신규채용했는데, 올해 600명 넘게 내보냈다.”

-경영진 책임을 강조했다.

“왜 회사가 어려워졌는지 알아야 그에 맞는 해법이 나오는데 지금은 원인이 명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책임을 져야 할 백상엽 전 대표를 고문으로 선임했다. 류영진 전 카카오페이 대표도 블록딜 이후에도 고문 자리를 거의 1년 넘게 유지하다 퇴사했다. 카카오페이 블록딜이나 남궁훈 전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 등 회사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 경영진이 비일비재했다. 이들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 경영진의 문제가 큰데, 회사가 이를 인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쇄신안을 발표하는 게 진정성이 있을까.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지난해 적자가 1406억원에 달했다. 회사 자체의 본질적 경쟁력보다 재무적 관점에서의 투자라든가 상장을 통해 기업 규모를 확대하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심지어 그렇게 확대된 기업의 가치가 내부로 돌아오지 않고, 소수의 경영진 또는 투자자들의 이익으로만 돌아갔다.”

-12월 11일 김범수 창업자 간담회 때 본사 직원만 참여할 수 있다는데.

“정치개혁을 논의한다면서 여당만 발표하면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심지어 쇄신의 중요한 어젠다가 카카오모빌리티이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인데 그곳 직원들이 빠진 채 논의하면 뭘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카카오에서 분사한 지 3년밖에 안 됐는데 이 회사가 어려워진 건 내부의 문제라고만 볼 수 없다. 당시 김범수 의장과 가까운 지인인 백상엽 전 대표가 분사를 이끌었고, 김 의장도 전망을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된 것에 유감 표명이나 사과가 전혀 없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지분 80% 이상을 가진 대주주인 카카오 이사회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경영진 감사를 요구했지만 거부했다. 카카오도 김범수 의장도 계열사 문제에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이 12월 4일 카카오아지트에서 인적 쇄신과 크루(직원)의 경영쇄신 참여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이 12월 4일 카카오아지트에서 인적 쇄신과 크루(직원)의 경영쇄신 참여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의 요구로 임원의 스톡옵션 매도를 제한했다.

“회사가 쇄신의 의지가 있다면 스톡옵션 문제부터 내려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카카오 계열사 한곳은 대표가 가진 스톡옵션이 전체 직원이 가진 양의 절반에 달한다. 한명이 회사 일의 절반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경영진에게 어드밴티지를 인정해준다고 해도 과도하다. 과도하게 스톡옵션을 주는 것 자체가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경영진은 그 이익을 실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 모두의 편익이 증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까. 경영진의 의도가 악했다거나 개인의 일탈로 봐선 안 된다. 애초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다. 경영진에게 엄청난 물량의 스톡옵션으로 보상을 약속하고 일정 이상의 수익이 나는 걸 조건으로 건다면 당연히 수익에만 올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구성원과의 대화나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까.”

-카카오의 수평적 문화가 기업 확대 과정에서 약해진 것인가.

“소수 경영진에 너무 권한이 집중돼 있다. 의사 결정 단계가 개방적이어야 하고 정보의 격차가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수평적 구조를 말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문제의 원인을 보지 않고 갑자기 사람을 바꾼다거나 단기적인 대안이나 기구를 만들어놓고, 결과 없이 끝난다. 경영진의 글을 점점 사내 게시판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오프라인에서도 만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의사결정이 어디서 결정됐는지 명확하지 않다.”

-경영진 보상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보나.

“노조가 고민할 문제는 아니지만 전체 이익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개인이 특출나게 높은 비율로 이익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전체 이익과 어느 정도 동기화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IT 기술을 이용해 얻는 이익을 전체 사회와 어떻게 나눌지도 이야기해야 한다. 가뜩이나 이해관계자가 많은 사업을 하면서 정작 노동조합 같은 이해관계자와 대화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김정호 총괄은 ‘100 대 0 원칙’을 어겼다고 스스로 징계를 요청했다.

“카카오 내부에선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100%) 외부에 유출하지 않는다는 건데, 보안을 강조했다기보다 정보 공유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걸 강조한 원칙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토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경영진은 내부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선 안 된다고 하는데, 앞뒤가 바뀐 말이다. 전 CFO의 게임 아이템 결제 문제도 내부에서 논의가 안 되고 조치가 없으니까 외부로 나간 것이다. 내부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아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부 시스템적으로 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비상경영회의를 6차까지 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혀 공개가 안 된다. 공개되면 경영에 부담이 되고 주주에게 피해가 간다고 하지만 전형적으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가리키는 행태다.”

-회사가 노조의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데.

“IT 창업 1세대가 가진 엘리트주의 인식이라고 본다. 나의 능력, 한 사람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다수의 힘을 체험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카카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판교 IT 경영진을 보면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한 느낌이다. 재벌과는 조금 다르다. 재벌은 혈연관계인데 여긴 혈연보다 학연이 더 크다. 노조도 그렇고, 직원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깊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로 보지 않는 느낌이다.”

-준신위 활동을 전망하면.

“일단 지켜봐야 한다. 권한을 많이 부여했지만 그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내부 조직이긴 했지만 준신위와 비슷한 조직은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대표가 바뀌면 결과적으로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김범수 센터장이 전면에 나와 그런 위험성은 줄었다고 보지만 어떻든 현재의 문제에 발을 담가서 같이 논의할 주체가 많아져야 한다. 그 관계가 긴장감 있게 유지돼야 문제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처럼 소수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로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 심지어 그들은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 사내에서 홍은택 대표의 연임 여부가 화제인데, 상식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홍 대표가 연임한다면 책임을 졌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책임을 진다는 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백의종군한다는 것이다. 남궁훈 전 대표처럼 문제가 터지니 사퇴하고 나가서 스톡옵션을 쓰고, 해결은 남은 사람이 하는 건 아니다.”

-전 CFO 징계가 가벼웠다고 보나.

“일반 직원의 경우 사회적 기준보다 훨씬 높게 처벌한다. 예를 들어 최근 카카오게임즈 정보 유출은 다 해고였다. 성적 괴롭힘이나 직장내 괴롭힘도 무겁게 처벌해 고용노동부가 모범사례로 칭찬할 정도였다. 대상이 경영진이면 완전히 달라진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일순위가 경영진이다. 이 문제가 중요한 건 플랫폼 서비스나 IT 기업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내부 구조가 제대로 잡히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도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모빌리티를 사모펀드에 넘긴다면 공공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플랫폼 기업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데 그 방법 중 하나가 노조다. 기업에만 맡기거나 반대로 정부에서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될 것이다. 플랫폼과 관계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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