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살리기’ 약속 지켜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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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1호 공약…‘빚내서 연명’식은 안 돼

윤석열 대통령 1호 공약은 ‘소상공인 살리기’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가 누적된 소상공인에게 ‘온전한 손실보상’을 약속했다. 정부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전금 지원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이고, 대출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와 같은 금융지원은 진행 중이다. 소상공인들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지금의 지원 방식은 대통령이 약속한 온전한 손실보상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정부 방역조치로 인한 간접적 피해도 고려해 적극적인 재정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소상공인이 평가하는 ‘온전한 손실보상’

“저는 ‘50조원 재원을 마련해서 정부의 방역정책으로 인해 손실을 본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해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일 3차 TV토론에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코로나19 방역지원금을 두고 설전을 벌이던 와중에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의 공약집과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 유세 등에서 약속한 ‘온전한 손실보상’은 크게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상, 저리자금 대출 확대와 만기 연장, 세제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소상공인 지원을 골자로 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손실보상 액수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가 이어졌다. 인수위를 중심으로 경제여건과 물가상승 압력, 이로 인한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해 추경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추경안에는 소상공인 등 모두 371만명에게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는 안이 담겼다. 또 손실보상 보정률은 90%에서 100%로 상향조정하고, 분기별 손실보상금 지급액 하한선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손실보상제도 개선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가 지난 5월 8일 출범 1년을 맞아 내놓은 경제 분야 주요 성과 자료를 보면, 약속한 손실보전금은 373만 소상공인에게 약 23조원이 지급됐다. 1조6000억원 규모의 손실보상제도 개선 비용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손실보상으로 약 24조6000억원이 투입됐다.

소상공인들은 실질적인 손실보상이 약속한 50조원 이상의 절반에 그치고, 손실보상 시행(2021년 7월 7일) 이전 피해를 소급적용하지 않은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한다. 또 당시 영업 제한과 같은 행정조치 대상은 아니지만, 인원 제한 등으로 매출이 줄어든 여행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손실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한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관계자는 “손실보전금 규모도 약속한 바에 미치지 못하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정부의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 대한 피해 보상, 즉 소급적용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크게 아쉬운 대목이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정부는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소급보상은 소상공인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며, 지자체가 과거 방역조치 이행사업체 정보를 전부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소상공인 융자사업 예산이 지난해 4조2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줄어든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소상공인 살리기 약속과는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저금리 정책자금 규모를 늘리면서 관련 예산도 확대됐다. 올해 정책금융 상품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관련 예산 규모도 하향 조정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4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양재센터에서 열린 새출발기금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4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양재센터에서 열린 새출발기금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출발기금, 참여 저조한 까닭

손실보상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새출발기금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기금은 정부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10월 30조원 규모로 마련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지원 대상은 개인사업자 및 소상공인(법인 포함) 중 취약차주로, 수혜 대상은 최대 4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원금조정(원금감면)은 빚 갚을 능력을 상실해 금융채무 불이행자(부실 차주)가 된 연체 90일 이상 차주만 해당된다. 구체적으로 신용·보증채무 중 재산가액을 초과하는 순 부채만 최대 80%까지 원금조정을 해준다.

하지만 기금 참여도는 낮다. 지난 4월 말 기준 기금 채무조정 신청자는 2만3067명, 채무금액은 3조4805억원에 그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기금을 썼을 때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이 크다는 점이다. 원금조정을 받는 부실 차주의 경우 2년간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정보(공공정보)가 전 금융권에 공유된다. 신용점수 하락으로 신규 대출은 물론 금리 산정 등에서 제약이 따를 수 있고, 카드 발급·사용과 같은 금융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문턱이 당사자들의 참여도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소공연 관계자는 “추심 중단 등과 같은 채무자 보호조치를 받는 이점도 있지만, (기금을 썼다가) 자칫 경제활동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빚을 조금씩 성실하게 탕감해 나가면 고비를 넘긴 후에 경영도 회복될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문턱을 조금 낮춰 이런 성실 상환 차주들이 맘 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탕감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현실적으로 폐업하지 않고 3개월 이상 연체가 돼야 원금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소상공인 살리기’는 윤 대통령의 1호 공약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소상공인들이 정부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대단한 특혜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제기되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은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돼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종의 페널티가 없다면 (다른 업종이나 계층의)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수 있다. 개개인의 어려움을 외면한다고 볼 것이 아니라 기금 운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이나 햇살론 등 기존 정책금융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 때문에 새출발기금으로 소상공인들이 몰리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2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새출발기금 참여도가 저조한 것에 대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실하게 버티고 있다는 것이고, 그 앞단에서 정책금융 지원이 잘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고등 켜진 소상공인 대출

정책자금에도 명암은 있다.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결국은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은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지난 5월 9일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 자문위원장인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1년 만에 110조6000억원(12.2%)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4분기(684조9000억원)와 비교해 무려 48.9%나 늘었다. 전체 대출 잔액 중 70% 이상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다. 대출 잔액 중 은행권은 전체의 60.6%(618조5000억원), 비은행권은 39.4%(401조3000억원)다. 1년새 은행권은 5.5% 늘어난 반면 비은행권은 24.3%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생활고와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당국의 지원이 대출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는 방식이다 보니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정부는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 이후 방역조치로 소상공인·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지자 수차례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했다. 지난해 9월엔 대출 만기를 최장 3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했고, 이자 상환 유예는 최장 1년간 다시 미뤘다. 즉 오는 9월이면 이자 상환 유예 대상자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종료된다는 의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가 지난 2월 1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소상공인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가 지난 2월 1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소상공인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들은 고물가·고금리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금융지원이 없어진다면 취약차주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이들의 금융권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3분기 0.19%에서 4분기 0.26%로 3개월 사이 0.07%포인트 올랐다. 0.26%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 0.29%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다. 특히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지난해 3분기 0.7%에서 4분기 1.2%로 0.5%포인트나 높아졌다.

소상공인들은 경기가 빨리 회복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지만, 경기전망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3월 18~22일 소상공인 24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5월 전망 경기지수(BSI)는 전월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88.9를 보였다. 3월 93.9에서 4월 91.3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수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악화했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소상공인은 제조업 등의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34.9%)를 경기전망 악화 사유(복수 응답)로 꼽았다. 경기는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자 상환은 갈수록 버거워지고 부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소공연이 지난 3월 9일부터 14일까지 소상공인 1430명을 대상으로 한 금융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중에 97.4%는 여전히 부채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으며, 부채액은 ‘5000만~1억원’이 27.6%로 가장 많았다.

다중채무자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 연쇄적으로 금융기관 건전성도 나빠질 우려가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실적’ 자료를 보면, 2020년 9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 원금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를 실시한 이후 지난 5월 4일까지 원금이나 이자 납기가 연장된 대출의 잔액은 36조6206억원에 달했다. 이중 대출 만기 연장이 34조8135억원, 원금과 이자 상환 유예는 1조8071억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내 전국소상공인위원회 출범식에서 “600만명에 이르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삶이 토대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자 부담, 원재료 가격, 인건비 상승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제안한 3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의 상당 부분이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다. 정부에서 우리 제안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신속히 정책으로 만들도록 다시 협조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월 31일 서울 명동의 상가 앞에 임대 문의를 알리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 김창길 기자

지난 1월 31일 서울 명동의 상가 앞에 임대 문의를 알리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 김창길 기자

소상공인이 원하는 지원 방식은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소상공인 살리기’ 정책이 빚내서 연명하는 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소공연 관계자는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힘든 겨울을 보낸 소상공인들은 앞으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둔화, 고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 가중,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냉방비 폭탄으로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 1호 공약이 단순히 정책자금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에너지 취약계층에 소상공인을 포함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소상공인 대출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등 비용을 감면해주는 한국형 생산성보호프로그램(PPP·고정비 상환감면 대출제도)의 도입을 주문하는 의견도 있다. PPP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지원 일환으로 추진한 프로그램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최근 경제여건이나 대통령의 약속 등을 고려했을 때 과감한 파산면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은 공적자금으로 소상공인들을 지원한 후 그 자금이 인건비 등으로 쓰여 고용이 유지된다는 것이 입증되면 상환을 면제해주는 한국형 PPP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PPP는 윤 대통령도 과거 공약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한국형 PPP가 도입돼야 한다. 국가는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무거운 짐을 덜어줘야 한다. 전국 소상공인들을 위한 뚜렷한 맞춤형 정책으로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 출범을 앞둔 5월 초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그러나 “국내의 경우 손실보상 산정 시 이미 인건비와 임차료를 반영 중이다. 손실을 추계해 소상공인의 피해를 온전하고 정당하게 보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한국형 PPP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나원준 교수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판단 또는 결정하면서 (도덕적 해이 방지와 같은) 시장 규율만 강조해선 안 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업 제한과 같은 방역조치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이들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도 많다.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사회적 의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상공인 살리기’를 실현하고 싶다면 이러한 직간접 피해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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