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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전망-글로벌 경기 따라 ‘느린 회복’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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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외의 단기적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3개 축은 ‘성장, 인플레이션 그리고 정책’이다. 이 틀에서 볼 때 2022년은 경제성장은 둔화되기 시작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유례없이 급등하는 환경에서 초긴축정책이 주식시장을 압박했던 한해였다. 상반기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 위험마저 고조되며 3000포인트 부근에서 시작했던 코스피가 20% 넘게 단기에 급락하기도 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물가가 고점을 지날 수 있다는 기대가 어긋나며 산발적 반발시도가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해를 넘겨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식시장의 반등 조짐 때마다 팔자 매물을 불러왔다.

1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3 신년하례식 및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참석자들이 개장신호식을 하고 있다. 2023년 첫 거래일인 이날 코스피 지수는 2249.95에서 출발했다. / 연합뉴스

1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3 신년하례식 및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참석자들이 개장신호식을 하고 있다. 2023년 첫 거래일인 이날 코스피 지수는 2249.95에서 출발했다. / 연합뉴스

글로벌 주요 증시에 비해 지난해 한국은 더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신흥시장(MSCI EM 지수 기준)이 22.4% 하락했던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4.9%, 34.3%나 떨어졌다. 반도체 공급과잉, 플랫폼 주식 고평가 우려가 악재로 작용했다. 이들 산업은 금리 인상기에 취약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2022년 코스피의 하락에 영향을 미친 상위 5개 종목은 삼성전자(-28.1%), SK하이닉스(-42.2%), 네이버(-52.9%), 카카오(-52.8%), 카카오뱅크(-58.8%) 등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11조원, 기관투자자들은 13조6000억원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

주식시장 ‘반전’ 어디서 찾아야 하나 올 상반기 중 최대 불확실성은 글로벌 경기 연착륙 여부다.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상반기 중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빠르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정책금리 동결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지난해 강력한 긴축으로 인한 금융여건 악화가 시차를 두고 올해 실물경기의 후퇴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금리 인상에 의한 주식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의 추가 하락은 제한될 것이나,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실적악화의 영향은 아직 반영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는 지난해 코스피 기업의 순이익을 170조원으로 잠정 추정하는데, 올해는 보수적으로는 144조원, 낙관적으로는 165조원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반기 중 논점은 연준의 피봇(금리 인하) 여부다. 올해 상반기 중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최종금리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금리 인상 기조는 마무리될 것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준은 올해 연말 기준으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4%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나, 이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과거 10여년에 비해 여전히 높은 물가수준이기 때문이다. 즉 1960년대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흐름을 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고 평균적으로 6개월 이후부터는 금리 인하가 시작됐는데,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 이는 통화정책이 아닌 경기에서 주식시장 반전의 계기를 찾아야 함을 의미한다. 위 사례에 의할 때 경기둔화가 시작된 이후 8개월경에 주식시장은 바닥을 기록했다. 만약 ‘경기둔화 시작-기준금리 인상 중단-경기둔화 본격화-기준금리 인하-주식시장 저점 확인’ 순의 경험법칙에서 ‘기준금리 인하’라는 고리가 빠지면, 주식시장의 반등이 시도될 때 그 속도는 느릴 수 있다.

현안 중에는 첫째 올해 연내 출범이 예상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칩4(Chip4) 등 진영화 이슈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미국은 새로운 국제규범의 수립과 진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기존 규범, 질서가 중국 등 도전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했다는 인식이 바탕이다.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통해 권위주의 중국의 도전을 물리치고, 자국의 국익과 가치 증진에 도움되는 글로벌 규칙과 관행의 수립을 시도하고 있다. 연말쯤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IPEF가 좋은 예다. IPEF는 일반적인 FTA와 달리 ‘경제안보 플랫폼’의 성격을 지향한다. 중국도 이에 맞서 반미 진영화를 추구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양 진영의 반발과 갈등이 점차 표면화되고, 반대진영에 대한 규제와 압박이 본격화될 수 있다. 기업들은 시장 축소에 직면하고 반대진영 소비자들의 보이콧, 자원민족주의 발흥에 따른 원자재 조달의 어려움 등과 같은 기타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금융시장에서는 경제 이외 변수의 영향력 확대로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변동성 확대를 감내해야 한다.

미·중 기술패권, 북한 도발 등 주시해야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첨단기술 통제와 공급망 재편의 움직임도 주의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유사 이래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군사력과 무기체계 발전의 핵심적인 동력이었다. 패권국가는 군사력을 향상시키는 최첨단 무기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또한 국제적인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기술권력’을 이용해왔다. 미국은 기술 분야에서 전방위적 견제로 중국이 패권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억제하고 중국을 거대한 소비시장으로만 전락시킬 수 있다고 본다. 중국도 미국에 대항해 기술자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차보즈(목을 조르는 핵심기술)’ 문제라고 지칭하며 이에 저항해 반도체의 기술자립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인수합병(M&A), 해외 인재 유치 등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존 전략이 미국의 견제로 제동이 걸리자 중국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술자립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중국으로서는 유일한 선택지다. 기술패권 경쟁은 공급망 분리로 이어지고 있다. 당초 미국의 공급망 재편 목적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특정국에 과도하게 집중된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위험 분산이었으나, 패권전략과 맞물리며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hip4’는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협의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중국으로 첨단반도체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동맹 간의 카르텔이다. 이는 향후 진영 간 기술, 인력, 자본의 이동이 제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세계화 시대에 혜택을 받은 한국과 같은 신흥국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인 변수다.

북한이 군사도발의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군사적으로 전략무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고 있다. 향후 도발은 핵실험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행동은 한국과 미국이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는 점에서 적극적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금융시장도 그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일정한 내성을 갖춰가고 있어 핵실험 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확전 우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국지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위험성에는 대비해야 한다. 단순한 전략무기실험이 아닌, 국지분쟁이 반복된다면 북한 이슈에 대한 금융시장의 민감도는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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