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통 겪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9개월 만에 후보자 전원 탈락… 3분기 중 인가절차 다시 시작

“뭐?”

일요일이었던 지난 5월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키움뱅크 및 토스뱅크 두 곳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자 누군가가 한 말이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더라도 어느 정도 발표 내용이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소 기자간담회에서는 들을 수 없는 취재진의 반응이었다.

지난 5월 26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예비인가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결과발표에서 두 은행 모두에게 은행업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 권도현 기자

취재진보다 놀란 건 정부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본인도 “전혀 예상치 못했고 오전에 (금융감독원과 외부평가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듣고) 당혹스러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청와대도 당일 오후 금융위원회 임시회의에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의 은행업 예비인가 불허안’ 안건이 올라오기 직전에야 금감원과 외평위의 심사 결과를 전해들었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무척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혁신과 자본조달능력 채울 수 있나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은·산 분리 원칙 훼손’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힘썼던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는 9개월 만에 ‘후보자 전원 탈락’으로 1차전을 마감했다. 금융당국은 3분기 중 인가절차를 다시 시작해 2차전에서는 ‘성과’를 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또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사업자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자본 확충과 대주주 변경 방안도 올해 안에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키움증권이 대주주(34%)이고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11번가 등 28개사가 참여한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혁신적인 사업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외평위 위원들은 증권사가 은행업무를 하는 것뿐이라고 결론내렸다고 한다. 또한 키움뱅크 측은 5월 24~26일 2박3일간 진행된 외평위 심사 중 있었던 프레젠테이션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편송금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대주주(60.8%)로 나선 토스뱅크 컨소시엄(주주사 8곳)은 자본확충방안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토스뱅크 측은 자본금 2500억원을 향후 투자 등으로 1조원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외국계 벤처캐피털 업체들과 맺은 투자의향서(LOI)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외평위와 금감원의 판단이었다. 지난해 444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자본총계도 1000억원 수준인 비바리퍼블리카가 너무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당국은 6월 초 양측을 만나 자세한 탈락 사유를 설명하면서 키움뱅크 측은 새로운 사업 모델 제시가, 토스뱅크 측은 장기적·안정적인 투자자 확보와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분율 축소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재도전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당초 금융위는 5월 26일 외평위와 금감원의 보고를 받은 뒤 두 곳 모두 탈락, 보완 요구 후 재심사, 조건부 인가 등 세 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했다고 한다. 이 중 보완 요구 후 재심사나 조건부 인가를 결정하면 키움뱅크나 토스뱅크 측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에 외평위와 금감원 결정을 존중해 두 곳 모두 불허 결정을 하되 올 3분기에 다시 사업자 선정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앞서 참여하지 않았던 곳도 사업자 신청을 할 수 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금감원과 외평위의 결정에 적지 않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핀테크나 규제혁신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학자 출신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성향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얼마나 혁신성이 있다고 과거에 인터넷전문은행에 선정됐겠느냐”면서 “외평위가 자본 문제로 토스뱅크만 떨어뜨리면 문제가 되니 양쪽 다 탈락시킨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은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 계획이 부실해서 탈락한 것이고, 금감원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외평위 결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윤석헌 원장이 수장으로서 자문기구인 외평위가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정책에 힘을 실어줄 수 있게 했어야 했다”면서 “금감원이 ‘외평위 심사에 아무 관여도 안 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2년 전 사업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 1세대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경영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케이뱅크 회원수는 98만명, 카카오뱅크는 891만명이었다. 케이뱅크는 당기순손실 241억원을 기록하며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설립 후 6분기 만에 첫 흑자(66억원)를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9개 시중·지방·국책·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낮은 12.48%를 기록했다.

‘1세대’ 케이뱅크·카카오뱅크는 희비

케이뱅크로서는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KT의 케이뱅크 지분율을 10%에서 34%까지 높여서 자본금을 1조원대로 늘리기 위해 지난 3월 금융위에 대주주 변경 승인안 심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KT를 담합 혐의로 조사 중이라며 4월 17일 대주주 변경 심사를 중단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부터 KT 등 통신사들의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입찰 담합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야 하고 관련된 조사나 검·경 수사, 법원 재판이 진행 중일 경우 심사는 중단된다. 공정위는 지난 4월 KT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차선책으로 3000억원을 추가 증자하고 이 중 1000억원을 현 1대 주주인 우리은행(13.79%)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지분율은 30%에 가까워진다. 지분율이 15% 이상이면 우리은행이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편입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재무적 투자자(FI)일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나 우리은행은 모두 “자본확충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케이뱅크는 이에 앞서 오는 6월 27일 412억원 규모의 증자를 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 법인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대주주 변경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 의장은 계열사 누락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고 있으나 지난 5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금융위가 의뢰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이르면 6월 말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유희곤 경제부 기자 hul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