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7개 역으로 꾸민 ‘우표, 세상을 만나다’

1945년 광복 직후 일본과 소련 우표에 가쇄해서 찍은 ‘조선우표(첫 번째)’와 백두산을 디자인한 우표(두 번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발행한 우표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추정되는 ‘UN군 6·25사변 참가기념 우표’.

우정사업본부는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에서 ‘2018 대한민국 우표전시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제59회를 맞이했다. 주제는 ‘우표, 세상을 만나다’였다. 전시관은 전시회 장소가 구 서울역임을 고려해서 평화역, 미래역, 중앙역 등 7개의 역으로 꾸몄다. 특히 이번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북한우표다. 백두산과 천지, 금강산, 세계문화유산 개성 등 북한에서 발행한 실물 우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남한우표와 북한우표의 차이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표를 통해 남북한 간의 분단으로 인한 사회적 이질감을 느낄 법하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다. 우표를 통한 동질성 확인 역시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의 일단이다. 하루라도 빨리 남북통일을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되길 기대해 본다.

평화역 전시관 북한이 최초로 발행한 우표가 전시됐다. 1945년 해방된 이후 새로운 우표 발행이 어려웠던 북한은 일본 우표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일본 우표와 소련 우표에 ‘조선우표’라는 이름을 가쇄해 사용했다. 1946년 3월 12일 최초로 자체 우표를 발행했다. 최초 우표의 디자인으로 무궁화와 우리 민족의 자랑인 금강산 삼선암을 사용했다. 당시만 해도 무궁화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북한 국화는 목란꽃이다.

1948년 7월 3일 발행한 최초의 북한 우편엽서 디자인에는 태극기가 걸린 건물과 태극문양이 있다. 1953년 개성에서 임시우표로 사용되어 북한우표 중 가장 희귀한 우표와 도안상의 실수로 US(미국)를 SU(소비에트유니온)로 인쇄한 우표, 20K 도금이 된 금박우표 등 북한의 특이우표 10점과 백두산, 세계문화유산 개성과 평양의 사계, 북한의 명절을 담은 우표 등 500여장을 이번 우표 전시회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중앙역 전시관 우리나라에서 발행한 우표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추정되는 ‘UN군 6·25사변 참가기념 우표’를 선보였다. 이 우표는 1951년 6·25전쟁으로 정부가 부산으로 옮겨진 상황에서 발행돼 참전용사들에게는 인기리에 판매됐다. 이 우표는 당시 부산에서만 1개월 사용되어 우리나라 우표 중 가장 수집하기 어려운 우표로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3년간 전국토가 전쟁으로 초토화되었기에 우표 자료도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철도 이야기’를 담은 우표도 선보인다. 1969년 발행된 철도 창설 70주년 기념우표부터 기차의 외형, 레일, 선로 보수장비와 철도교까지 우표로 철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미래역 전시관 2018년 대한민국 우표디자인 공모대전 AI 디자인 부문(김홍도 프로젝트) 수상작을 선보이고 ‘김홍도 프로젝트’에 활용했던 스타일 변환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웹페이지에 사진을 업로드하면 김홍도 화풍으로 디자인이 변환된 후 메일로 자동 전송된다.

문화역·체험역·아트역·기록역 문화역에서는 디자인 심사에서 탈락해 우표로 발행되지 못했던 ‘비하인드 우표’, 2018년 대한민국 우표디자인 공모대전 일반부문 수상작, 지역문화를 대표하는 관광우편 날짜도장 작품 등 평소 볼 수 없었던 우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체험역에서는 한글 캘리그라피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 기념품을 받았다.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 우표를 미디어 기술로 재구성한 영상을 볼 수 있는 아트역도 있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