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토종브랜드 “수입차, 한판 붙자”

현대·기아차, 내수 시장 공략 수입차 맞서 프리미엄 신차 선보여

국내 자동차시장을 두고 현대·기아차와 수입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2011년은 수입차 업계가 좋은 성과를 올린 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88년 수입차에 시장이 전면 개방된 이후 23년 만에 2011년 등록된 수입차가 10만대를 넘어섰고, 국내 승용차시장에서 점유율도 8%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신형 싼타페와 럭셔리 세단 K9 등 프리미엄 신차를 내세워 내수 시장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나섰다.

2011년 BMW, 아우디, 벤츠 등 15개 수입차 업체는 70여개나 되는 신모델을 선보였다. 수입차 업계가 국내 자동차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10만5037대의 수입차를 팔았다. 2012년에도 수입차 업체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11만9000대 정도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수입차를 구매하는 30대 고객이 늘고 있고, 2000cc 이하 수입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신형 싼타페’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차는 한·미 FTA 체결로 인해 관세 인하의 효과를 등에 업고, 가격 인하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여지를 얻었다. 도요타의 캠리와 혼다의 씨빅 등이 미국 생산을 추진하는 이유다. 휘발윳값이 2000원을 넘으면서 하이브리드카와 디젤 승용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수입차 업계에는 호재다.

수입차의 거센 도전에 현대·기아차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내수 시장을 지키기 위해 프리미엄 신차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차가 오랜만에 3세대 모델을 선보인 11년 전통의 신형 싼타페와 2003년 이후 9년 만에 출시하는 기아차의 플래그십(주력) 세단인 K9이 주축이 되고 있다.

싼타페(Santa Fe)는 세계 시장에서 총 250만대가 판매된 한국의 대표적인 SUV(Sport Utility Vehicle)다. 2000년 출시된 이후 국내에서는 60만8000대가 팔렸고, 해외에서는 195만2000대가 판매됐다. 수입차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는 7년 만에 3세대 싼타페 모델을 내놓았다. 정식 출시 전부터 1만8000여대가 사전계약이 될 정도로 오너드라이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차다.

싼타페, 첨단장비·연비향상 특징
4년 4개월의 연구 기간 중 총 4300억원의 재원이 투입된 만큼 다양한 신기술이 장착되어 있다. 연비도 높아졌고,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최첨단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블루링크’(Blue Link)도 싼타페의 자랑이다.

싼타페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대담하고 볼륨감 있는 표면 위에 정제된 라인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싼타페는 저압 배기가스 재순환장치(LP-EGR) 등 연비 효율을 높여주는 각종 기술을 적용해 연비를 높였다. 친환경 배기규제인 유로-5 배기규제도 만족시켰다. 2.0 디젤엔진 장착 모델은 리터당 17㎞, 2.2 디젤엔진 장착 모델은 리터당 16.1㎞를 운행할 수 있다. 기존 모델에 비해 연비가 13%나 향상됐다.

운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싼타페에 장착된 첨단장비들이다. SUV 모델 중 처음으로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7에어백 시스템’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차량사고가 날 때는 시트벨트가 신속하게 조여져 몸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하체상해저감장치’를 적용했다. 급제동, 급선회, 급가속 등의 상황에서 차량의 자세를 안정되게 유지시켜주는 장치도 운전자의 안전을 높여준다. 주차 가능영역을 탐지해 스티어링 휠을 자동으로 제어해 평행주차를 도와주는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 간단한 스위치 조작으로 파킹 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등의 첨단장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첨단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블루링크’도 내놓았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 없이 내비게이션을 통해 차량을 열고 닫고, 시동을 걸 수 있다.

기아자동차 ‘K9’

기아차는 오피러스 이후 9년 만에 플래그십 세단인 K9을 선보였다. 대형 세단 수입차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적 디자인과 최첨단 사양 등 최고급 세단의 요소를 내세우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고 수준의 K9이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칠 정도다.

2008년부터 ‘KH’라는 프로젝트로 연구개발을 시작해 총 5200억원이 투입되어 완성됐다. 차 이름인 ‘K9’의 숫자 ‘9’는 최상위 라인업을 의미하고, 기아차 K시리즈의 완성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K9의 디자인은 입체감 있는 볼륨감과 간결한 선의 조화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역동적이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비는 수입 경쟁 모델을 뛰어넘는다. 람다 V6 3.3 GDi 엔진을 장착해 10.7㎞/ℓ의 엔진 성능을 구현했다.

최고급 세단 표방한 기아 K9

K9에 국내 최초로 차량 전면 유리에 다양한 주행정보가 뜨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장착되어 있다.

국내 최초로 K9에 부착된 최첨단장비는 화제를 불러왔다. 국내 최초로 차량 전면 유리에 다양한 주행정보가 뜨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갖춰져 있어 운전할 때 시선을 전방에 고정시킬 수 있어 안전성을 높였다. 주행조건에 따라 빔의 각도와 패턴이 다양하게 변하는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 역시 국내 최초로 차량에 탑재했다. 전자통신을 통해 변속을 제어할 수 있는 ‘전자식 변속 레버’도 국내 최초로 적용된 기술이다. 차량 외부에 탑재된 카메라로 차량 주변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은 운전자가 주행이나 주차를 할 때 안전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처음으로 탑재된 최첨단 텔레매틱스 서비스 유보(UVO)도 시선을 끈다. UVO를 이용하면 차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고, 차량 도난을 당한 경우 차량 추적을 할 수 있다. 9.2인치 LCD 화면과 통합 조작키를 채택한 내비게이션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급 세단에서나 볼 수 있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타이어 공기압 경보 시스템,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카드 타입 스마트키 등도 K9의 자랑이다. 차량 구입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K9 멤버십’도 선보였다. 기아차는 올해 국내에서 1만8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12년에는 최고의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싼타페와 K9으로 국내 안방을 사수하고,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