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택지개발지구 ‘타운하우스’가 뜬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장점 겸비한 고급주거지…전매제한·대출규제에서도 벗어나 인기

파주 페르만하우스.

‘타운하우스(Town House)’가 인기다. 타운하우스는 공동정원에 연속된 저층으로 건축된 주택이다. 본래는 산업자본주의 태동과 함께 도시로 몰려든 17세기 영국의 시골 귀족들에 의해 형성된 공동주택형 고급주택이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장점을 겸한 것으로, 1~2층의 단독주택이 10~100세대씩 모여 정원과 담을 공유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단독주택의 장점과 방범, 방재, 관리, 커뮤니티 시설 등 아파트의 편리성을 갖추고 있다.

땅값이 비싼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첫선을 보인 이래 수평형보다는 수직형 다층구조를 많이 채택하고 있다. 한 세대가 1, 2층 수직공간을 다 사용하는 게 아니라 한 세대가 수평공간을 다 사용하는 대신 위층은 다른 세대가 사는 형태다.

수평형이든 수직형이든 타운하우스가 아파트와 다른 점은 두 세대가 한쪽 벽만 공유하고 나머지 3면의 벽을 개방하거나 한 세대가 1개 층을 모두 점유해 4면을 개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단독주택과 같은 평면 설계가 가능하다. 아파트에서는 펜트하우스 정도나 되어야 이런 구조가 가능하지만 타운하우스는 최소 3면 이상 벽면을 개방하는 게 기본이다.

이로 인해 집안에 채광과 통풍이 탁월한 장점이 있다. 자연친화적이므로 도시의 번잡함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라는 주거문화에 염증을 느낀 도시민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 안에 조성되는 타운하우스는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이나 백화점, 병원 등 생활편리시설이 잘 돼 있어 호응도가 높다.

용인 동백지구에 들어서는 SK건설의 아펠바움.

내장재도 최고급을 선택하기 때문에 실내가 고급스럽다. 대부분 평수도 40~100여 평에 이른다. 최근 세계적인 유명 건축가들을 내세운 타운하우스가 늘고 있는 것도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소비자 심리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SK건설이 성공적으로 분양한 기흥단지 내 기흥아펠바움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이고, 동백지구 동연재는 모더니즘 건축의 세계적인 거장 후루야 노부아키의 작품이다. 주택공사가 국제 공모로 설계자를 선정한 판교 타운하우스 단지는 미국의 마크 맥, 핀란드의 페카 헬린,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이 설계를 맡았다. SK건설이 시공하는 동백지구 시범단지(동백 아펠바움)는 목조건축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가와건축 최삼영의 작품이다.

최근 타운하우스가 인기를 끄는 데는 정부의 강력한 아파트 규제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전매제한이나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타운하우스는 총부채상환비율(DTI)에서 제외돼 분양금액의 5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그래도 서민들에게 타운하우스는 ‘남의 공간’일 수 있다. 분양가가 10억 원을 웃도는 탓이다. 또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고 냉·난방비가 많이 드는 단점도 있다. 최근 용인 동백지구 등 수도권에서 분양하고 있는 타운하우스는 주택유형에 따라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청약통장 사용방식 등이 다르므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드림사이트코리아 이광훈 대표는 “요즘 타운하우스가 고급주택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연립주택과 구조가 같은 주택을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타운하우스라고 이름 붙이는 경우가 있다”며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타운하우스에 살려면
점찍어놓은 타운하우스가 건축법규상 공동주택인지, 단독주택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과 같이 공동주택으로 지은 타운하우스는 20가구 이상일 때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계약 후 5년간 전매가 금지된다. 반면 19가구 이하인 연립주택형 타운하우스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고 분양권 전매도 할 수 있다. 또 1~2층으로 된 단독주택은 공동주택이 아니므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으며 입주 후 바로 매매할 수 있다.

20가구 이상의 타운하우스 단지는 주택사업승인 대상이므로 청약통장을 사용해야 한다. 단, 20가구 이상이라도 한꺼번에 사업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 20가구가 넘지 않는 단지는 건설업체가 선착순으로 임의 분양할 수 있다.

투자포인트
타운하우스는 주택 분양평수에 비해 최소 120~150%의 대지지분이 주어진다. 땅의 가치가 향후 투자가치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되므로 반드시 입지를 현장 확인하고 토지거치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예술성과 실용성도 투자가치와 직결되는 요소다. 누가 설계했느냐에 따라 주택의 가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시장의 규모를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연립주택이나 빌라가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파트처럼 대단지화되어 있지 않고 소규모로 분산돼 있는 탓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택지개발지구 내 가장 환경이 우수한 곳에 밀집해 있는 블록형 택지는 타운하우스 시장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입주 후 관리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짜여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