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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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활동가’ 유진우 노동당 비례 후보 인터뷰

유진우 노동당 비례대표 2번 후보가 지난 4월 2일 서울 영등포구 노동당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유진우 노동당 비례대표 2번 후보가 지난 4월 2일 서울 영등포구 노동당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초등학교 때부터 목사를 꿈꿨다. 신학대학교를 거쳐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전도사가 되기 위해 교회 12곳에 지원서를 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장애인이라는 게 이유였다. 결국 목사의 꿈을 포기하고 2021년 자퇴했다. 이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외치다가 지난해 7월과 올 1월 두 차례 구속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진우 노동당 비례대표 2번 후보(29)의 이야기다. 뇌병변 중증장애인이다. 차별과 억압을 빼고 그의 삶을 설명하긴 어렵다.

유 후보가 이번 4·10 총선에 나선 배경에는 현행 정치가 차별과 혐오를 방지하기는커녕 외려 증폭시킨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그는 “끔찍한 혐오 정치와 이에 기반한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 등을 통해 의석수를 좇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라며 “국회에는 50~60대 부자 남성의 목소리만 가득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혐오와 차별의 정치를 끝장내고 장애인, 여성, 퀴어, 임차인 등 소수자와 약자도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회 밖 당신과 함께, 그게 뭐든 차별 없게’라는 노동당의 총선 슬로건도 강조했다.

지난 4월 2일 서울 영등포구 노동당사에서 유 후보를 만났다. 앞서 서울 지하철 혜화역 대합실에서 진행한 출근길 유세를 마친 뒤였다. 그는 노동당 사회운동 선거대책본부장도 맡고 있다. 노동당은 유 후보를 비롯해 남한나 비례대표 1번 후보, 지역구는 이장우 후보(울산 동구) 등 총 3명의 후보를 냈다.

-목사의 꿈을 접은 뒤 전장연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과거에는 소위 ‘착한 장애인’으로 살아왔습니다. 비장애인의 눈치를 보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행동했죠. 착한 장애인은 장애를 개인의 책임으로 여기고, 따라서 개인의 삶을 사회에 맞춰서 바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반면 ‘나쁜 장애인’은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사회를 변혁하는 주체가 되려 합니다. 장애를 장애로 만드는 원인은 바로 사회 구조에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런 면에서 전장연의 활동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비장애인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버스와 지하철을 장애인은 이용하지 못하는 실태에 문제를 제기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게 와닿은 것이죠. 이렇게 나쁜 장애인이 돼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또 사회의 소수자와 연대하고 투쟁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신학대에 다니면서도 소수자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습니다. 이 사회는 왜 누구를 미워할까, 혐오의 대상을 만들까, 장애인은 왜 길거리에 없을까, 이런 고민을 계속해왔습니다.”

“지금의 정치는 장애인의 삶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미룰 수 없습니다. 장애인은 물론이고 소수자와 함께하는 정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선거에 나왔습니다.”

-총선 출마는 어떻게 결심하게 된 건가요.

“장애인 운동을 정치로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21대 국회를 보면 장애인 권리와 관련한 정치나 정책이 부재했거든요. 예를 들어 장애인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등이 발의되긴 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법이 없어서 코로나19 사태 때 장애인이 가장 먼저 사망했고, 폭우 피해 때도 장애인이 집안에서 피하지 못하고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고 봅니다. 지금의 정치가 장애인의 삶을 앗아간 것입니다. 더 이상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인은 물론이고 소수자와 함께하는 정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선거에 나왔습니다.”

-지난 3월 19일 출마 선언을 혜화역 승강장에서 했는데요, 장소의 의미는요.

“혜화역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시작된 곳입니다. 1998년 이규식 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혜화역에서 리프트를 타다가 추락해 중상을 입었죠. 법원에 소송을 내서 이동권을 인정받은 첫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매일 전장연 활동가들이 출근 시간에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보안관들에게 폭력적으로 퇴거당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외침이 공권력에 의해 저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진우 노동당 비례대표 2번 후보가 지난 4월 2일 서울 영등포구 노동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유진우 노동당 비례대표 2번 후보가 지난 4월 2일 서울 영등포구 노동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여러 정당 가운데 노동당 소속으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22년 6월부터 당원이었습니다. 거대 양당은 선거운동 기간에는 장애인들에게 얼굴을 비치고 장애인을 위한 정책 수립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정작 당선이 되면 무관심해집니다. 화나는 일입니다. 기득권을 타협하는 양당 정치에 신물이 많이 났습니다. 노동당은 다릅니다. 노동자를 중심으로 차별받는 사람들과 함께 이뤄진 정당입니다. 노동자 관련 의제를 다루는 위원회가 여럿 있습니다. 저는 장애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들어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예산이 전액 삭감됐고, 최중증장애인 400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이 사안을 두고 노동당은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노동당이 지향하는 기본 방향은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체제 전환’입니다. 장애인 등 소수자를 향한 차별·혐오를 없애는 것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요.

“일단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치 판단의 주요 기준은 ‘이윤을 추구하는 생산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자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 존재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죠. 그래서 장애인은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합니다. 장애인은 이동하고 노동하고 교육받지 않아도 되고, 지역에서 살 권리조차 없는 게 당연한 것처럼 인식하는 것입니다. 또 자본가가 노동력을 착취해 이윤을 생산하는 구조로 인해서 노동자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동자가 죽으면 다른 사람으로 갈아치우면 된다는 것입니다. 사회주의로의 체제 전환은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현재 한국 정치 상황을 평가한다면요.

“거대 양당이 왜,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의제를 던지려고 하는지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또 위성정당을 만들었습니다. 의석수만 늘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혐오와 차별, 갈라치기 정치를 당연시하는 모습입니다. 위성정당 창당은 소수 진보정당의 의석수를 약탈하고, 나아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짓밟는 행태라고 봅니다. 지금도 국회에 소수자의 목소리가 없지 않습니까. 50~60대 부자 남성들의 목소리만 가득합니다. 이런 정치를 과연 정치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국회의원이 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구상하고 있는지요.

“장애인, 여성, 퀴어, 임차인 등 다양한 존재가 사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로 한 차별과 혐오는 증폭되고 다양성은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자본가에 의해서 쫓겨나는 사람도 많습니다. 기성 정치인의 머릿속에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단적인 예로 차별금지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고,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차별과 혐오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모든 존재가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겠습니다.”

노동당이 이번 총선에 제시한 장애인 관련 정책공약의 기조는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의 주체로 보고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 권리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4%로 보장, 활동지원서비스 공영화 및 24시간 맞춤서비스 제공, 장애인특별교통수단 공영화, 저상버스 전면 도입 등이 있다. 또 장애인도 최저임금 적용, 국가 책임 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시행·확대, 지역사회 자립생활 보장 등도 포함됐다. 국가장애인위원회와 지자체별 위원회를 신설해 당사자 관점에서 정책을 심의하고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담겼다.

-노동당의 장애인 관련 공약은 다른 정당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다른 정당의 장애인 공약은 대다수가 단순히 장애인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공약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노동당은 공영화와 공공성 강화를 말합니다. 장애인 권리는 개인의 책임으로 이루는 게 아닙니다. 장애인의 가족에게 돌봄 등의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국가가 앞서서 공공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른 정당들의 정책을 보면 다시 시설로 가두는 것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다른 공약은요.

“노동당은 ‘시민권력 4법’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이는 노동자 시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직접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데 필요합니다. 우선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소환할 수 있는 ‘국민 직접 대통령 파면권’ 도입입니다. 국회의원도 국민이 파면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국회가 기능을 제대로 못 하면 국민이 직접 해산할 권리도 부여하겠습니다. 국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하고 국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민투표에 부치는 ‘국민발의제’도 추진하겠습니다.”

유 후보는 한국 경제 체제를 ‘공공경제’로 바꾸는 것 또한 주요 공약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저임금 및 비정규 노동 확대와 기후위기, 빈부격차 심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투자은행을 설립해 기후위기 대응 인프라 구축과 국가 책임 일자리 창출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의료, 주거, 돌봄, 교통, 에너지, 통신 등 필수산업을 공영화하는 방안도 있다. 유 후보는 “의료대란을 방지하는 것은 의사 숫자만 늘리면 되는 게 아니라 지역 공공병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라며 “전세사기나 집값 폭등도 공공주택 공급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원은 부자 증세, 정부 재정 투입, 연기금 투자 등으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무지개신학교와 옥바라지선교센터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무지개신학교는 기존 신학교에서 다루지 않는 신학을 공부하고 담론을 만드는 곳입니다. 여성, 생태, 퀴어 등의 신학입니다. 변두리 신학을 공부하는 곳이죠. 옥바라지선교센터는 젠트리피케이션에 저항하는 단체입니다. 자본의 욕심이 투영된 재개발로 사라지거나, 강제집행 당한 가게들과 연대해서 쫓겨남 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기독교 단체입니다.”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2년 정도 됐습니다. 축산업도 자본주의의 착취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도살장이 그렇죠. 동물을 돈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품성을 매겨서 판매하려면 죽여야 하죠. 이런 동물의 삶은 장애인의 삶과 닮았습니다. 죽음을 향한 삶입니다. 장애인은 태어나서 집안이나 시설에 갇혀 죽음을 기다립니다.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인간에 의해서 장애를 갖고, 자본을 증식하는 도구로 이용되다 죽게 되죠. 그래서 비건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비건과 전장연 등 여러 사회운동을 통해 지향하는 가치는 모두 맞닿아 있는 것이죠. 존재에 대한 착취 구조를 부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요.

“노동당은 노동자 중심으로 자본가에 의해 죽는 사람들, 쫓겨난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로서 지지할 가치가 있는 정당입니다. 뜨겁게, 잘살기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동당이 필요합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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