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등판·이준석 탈당…누가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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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법까지 상정

세밑 슈퍼위크 향배에 촉각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착각이다. 그가 놓인 상황은 공격수가 아니다.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꿈꾸는 대타로 불려나온 것이 아니다. 수비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불려나온 구원투수다.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야구로 비유한다면 1년 8개월째다. 9회가 아닌 3회말이나 4회초다. 경기 초반부터 온갖 실책으로 무너진 셈이다. 아마추어 경기라면 콜드게임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정권의 지지기반인 보수매체 칼럼니스트들도 경고한다. 2024년 총선에서 지면 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세밑 슈퍼위크였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국민의힘 당사에서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취임식이 열렸다. 이튿날, 이준석 전 대표는 지역구인 노원구의 숯불갈빗집에서 탈당과 신당창당계획 기자회견을 열었다. 12월 27일은 12년 전, 그가 현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에 입당한 날이다. 그리고 다시 국회. 김건희 특검법이 상정됐다. 원내 1당인 민주당과 정의당, 야권의 시간이었다. 4월 총선을 넘어 윤석열 정권의 남은 정치적 시간과 구도를 정초(定礎)하는 세밑 ‘슈퍼위크’였다. 누가 결국 살아남아 승자가 될까.

9회말 투아웃 대타…한동훈의 착각?

“묻고 싶다. 586을 척결하면 나라가 흥하나. 제2의 윤석열은 될 수도 없고 성공할 수 없다. 윤석열은 지난 대선 때 정치 문외한으로 나타나 반문재인·반이재명으로 대선을 치렀다. 반민주당·반이재명으로 총선을 치르려 하면 안 된다. 1년 8개월 국정을 운영했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주의 국정운영으로 빨간불이 켜져 실망감과 분노·허탈이 자리 잡았는데 답을 줘야 할 사람이 그에 대해서는 하나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은 대통령의 길, 당은 당의 길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가면 지난 총선보다 국민의힘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말이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최적의 선택이었나”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차라리 원희룡이 나았다고 본다. 당 사정도 알고 당내 소장개혁파 경력도 있다. 최고위원으로 지도부 활동도 해봤고, 단체장·장관도 해봤다. 부동산 문제 심각성도 알고 있고, 김건희 여사 양평 특혜 논란은 국토부 장관을 맡아 온몸으로 겪었다. 비대위원장이나 공관위원장은 당을 잘 알면서도 이미지가 망가지지 않은 사람이 맡았어야 했다.”

정치권 주변 국민의힘 쪽에서 한동훈의 등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의 추측은 그러나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니라 공동 선대위원장이었다. 원희룡이나 박민식 같은 장관 출신 정치권 인사가 비대위를 맡고, 공천관리위원장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맡은 다음 한동훈 등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참여하는 수순으로 내다봤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불과 2~3주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힘 안팎에서 유력한 안이 아니었다. ‘비상상황’은 표면적으로는 김기현 대표가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라는 용산의 외압에 견디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벌어졌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이대로라면 “4월 총선에서 서울은 6석밖에 못 건질 것”이라는 당 내부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터져나왔다. 4월 총선의 승부처인 서울·수도권 참패는 총체적인 패배를 뜻한다. 지금대로라면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심판선거를 넘어 탄핵 선거가 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김기현 대표체제의 갑작스러운 붕괴

지난해 12월 26일 취임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역구로도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동시에 승리를 위해서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희생하라는 메시지로 읽혔다. “공직을 방탄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들, 특권 의식이 없는 분들만을 국민에게 제시하겠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사법리스크를 안고도 당대표 자리를 내려놓지 않고 있는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공격이지만, 동시에 자당 출마자들에게도 승리를 위한 ‘용기와 헌신’을 보이라는 압박이다. 한동훈은 과연 국민의힘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특권세력’의 폭주와 같은 생경한 용어를 동원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런데 이 표현이 등장하는 책이 있다. ‘국내 최초 한동훈 분석서’라는 표식을 붙인 <73년생 한동훈>이라는 책이다. 한 위원장이 직접 인용은 하지 않았지만 책을 읽어보면 한 장관이 수락 연설에서 밝힌 많은 내용이 중첩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라는 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시내각 수상 처칠이 ‘됭케르크 철수’ 직후 하원연설에서 내놓은 표현이다. “상륙지점에서, 들판과 거리에서, 언덕에서 싸울 것이고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처칠의 격정적인 연설에 등장하는 장소는 호남을 필두로 한 전국 일곱 군데 지역으로 대체됐다. 처칠에 대한 언급이나 한 장관이 인용한 서태지와 아이들(한 위원장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곡 ‘난 알아요’가 나온 1992년에 대학에 입학한 92학번이다)에 대한 이야기가 책에 언급돼 있다. 한 위원장도 자신을 분석대상으로 삼은 저 책을 읽은 것일까. “저도 한 위원장에게 많은 영감을 받아 책을 썼지만 레퍼런스가 됐을 수는 있다. 책에서 서태지 세대의 성장과 퇴행을 언급했는데 한 위원장이 서태지를 좋아하는지는 몰랐다. 저는 세대감성으로 썼는데 한 위원장과 일면식은 없지만 분석을 틀리게 하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책 저자인 심규진 스페인 IE대학 조교수의 말이다. 그에게 물었다.

- 책이 나올 때까지 김기현 대표체제가 무너지고 한동훈이 ‘조기 등판’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탄핵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지역 토호가 산재해 있지만 각자도생하는 정당이 됐다. 더 이상 계파정치가 가능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는 허허벌판, 만주벌판과 같은 상황이다. 김기현은 계파정치가 무너진 상황에서 자신을 지역 토호로 생각했기 때문에 정치거래가 틀어진 것이다.”

- 당대표 김기현이 그동안 보여준 것이 용산의 신임에 자신 있다는 것 아니었나.

“정치 리소스(resource)를 당원으로 볼 때 당원들은 윤석열을 보고 김기현을 찍어준 것이었다. 그런데 김기현은 생각이 달랐던 거로 보인다. 본인은 대권까지 꿈꾸면서 용산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동업자 관계로 생각한 것이다. 당원들 입장에서는 용산이 책임지고 뭘 할 수 없으니까 김기현을 대통령의 대리인이자 동반책임을 져주는 관계로 생각했는데, 그는 이른바 윤심을 등에 업고 그 자리를 얻은 것 아닌가. 김기현 본인은 ‘내가 대통령보다 더 못할 것이 뭐가 있나, 나는 할 도리를 다했다, 내가 왜 대통령 대신 매를 맞아야 하는가’라고 지역 토호로서 영토를 지키겠다고 하니 정치적 합의가 깨져버렸다. 대통령도 멘붕이 왔고. 김기현 체제는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계파가 없기에 붕괴됐다.”

- 수직적 당·정 관계를 바꾸는데 한동훈이 적임자라고 보나.

“기자들 질문·답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각자의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과도 검찰에서 일로 만난 관계다. 프로젝트를 같이하는 관계로 리더십과 팔로워십에서 역할분담을 인정하는 관계다. 이 사람은 비대위원장으로 자기 역할을 하고, 책임지고 결단하는 역할은 대통령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주도권을 잡아서 뒤통수를 치거나 말을 듣게 하는 그런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일종의 실용주의적 파트너십인 셈이다.”

그는 ‘눈물 젖은 빵을 먹고 노력해 자수성가했기 때문에 대중의 고통을 잘 안다”는 이명박이나 이재명의 성공스토리와는 다른 엘리트 한동훈의 능력주의 서사가 오히려 2030세대, MZ세대에는 더 먹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30세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들어설 때부터 경제적 풍요를 누린 세대로 주눅 들지 않는다. 한 위원장이 살아온 삶,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취를 이룬 것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다. 감정적으로 합리화하거나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구사하는 행위 자체를 촌스럽게 느끼는 것이다. 예컨대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를 보면서 MZ세대가 마동석에게 기대하는 것은 자기 이야기를 구질구질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나 퍼포먼스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에게 투표한 MZ세대도 마찬가지다. 페스트 행정이라는 능력을 보고 뽑은 것이지 소년공 이야기에 감화된 것이 아니다. 윗세대는 이념 같은 걸 중시하지만 MZ세대는 그런 점에서 다르다.”

MZ세대와 한동훈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취임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총선 불출마 등 여권 내부 메시지는 당분간 2인자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지금 떠버리면 권력서열이 바뀔 수 있다. 지금 윤 대통령은 인기도 없고 지지율도 낮은데 굳이 나서서 대립각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4월 총선은 한동훈 대 이재명, 미래 대 과거, 586 특권 대 재기발랄할 X세대로 치르겠다는 전략을 설정했다. 이 두 가지를 천명했다고 보면 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진단이다. 그는 “세밑 슈퍼위크의 승자는 한동훈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분명 민주당 지지층에는 반감을 샀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중도층 일부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선거프레임에서도 2030남성을 타깃으로 삼아 이준석 신당 이슈를 쪼그라뜨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음식점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음식점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그는 이준석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신당 추진과정에서 이준석이 추진 중인 ‘(가칭) 개혁신당’이 어느 세대, 어느 지역을 대상으로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를 구체화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반윤석열 TK신당 영남신당을 설정했다가 중간에는 비윤석열 영남·보수신당으로 갔다가 12월 27일 기자회견에서는 3지대로 완전하게 이동하는 듯보였다. 한마디로 모호한 정체성을 드러냈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등장이 이준석의 탈당으로 나타날 국민의힘 2030지지층의 공백을 100% 메우기는 어렵지만 70~80%는 회복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쪽에서 ‘민주당의 4월 필승 카드’로 보고 잔뜩 경계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 특검은 단기 이슈다. 예정된 거부권 행사를 두고 비판 여론이 일겠지만 파장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당장 민주당에 호재처럼 보일지 몰라도 한동훈만큼의 파괴력은 아니다. 윤 대통령이 장고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수락 직전인 일요일(12월 24일) 고위 당·정·대 회의를 통해 특검법에 대한 방침을 정하면서 한동훈 위원장의 부담감을 줄여준 전략과 유사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민주당이 밀고 있는 프레임처럼 한동훈은 ‘윤석열 아바타’, ‘김건희 호위무사’라는 식으로 일관했을 때 자칫하면 실기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초대 청년소통정책관을 지낸 여선웅씨는 “저쪽이 설정하고 있는 ‘86 대 97세대 프레임’으로 볼 때 국민이 민주당을 올드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며 “우리에게는 안 좋은 프레임인데 그걸 깨는 카드를 내놓지 못한 채 ‘한나땡’(한동훈이 나오면 땡큐)만 외친다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동훈 위원장의 취임 일성이나 그에 대한 민주당 주변의 반응을 보면 양당이 서로 지지층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층이 보수 결집하고 민주당이 민주 결집으로 치닫는다면 사실 민주당으로서는 보수층이 훨씬 더 두텁기 때문에 불리하다. 게다가 저쪽은 여당이다. 위기는 오히려 국면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에 닥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인물과 정책변화 기대할 수 있을까

그는 상대방이 당대표·비대위원장·대선후보 간판까지 교체할 태세인 반면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인물과 정책에서마저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월 중순까지 기다려본다고 하지만 강서보궐선거 이후 4개월을 그냥 허송세월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불출마카드를 던졌는데 정권심판 여론이 높다고 민주당은 안주하거나 부자 몸 사리기로 비친다.” 문제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지금의 ‘시스템 공천’을 유지하는 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20% 컷오프를 하는데 민주당은 컷오프도 없이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고 한다. 민주당만 놓고 보면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03명의 현역 의원이 공천 신청을 해서 그중 93명이 공천을 받았다. 90%가 살아남았다. 시스템 공천이라는 것이 완벽히 현역한테 특혜를 주는 공천 시스템이다. 민주당 서울 국회의원이 49개 지역구 중 40명인데 선수를 세어보니 89선이다. 이분들이 사실상 내년에 거의 다 된다고 하면 선수만 120~130선이 되는 거다. 서울에만 평균 선수가 3선이 넘는 중진 의원이 40여명 되는 셈이다. 국민이 볼 때 인적 쇄신이 미흡하지 않겠는가. 임종석 대통령실장도 다시 출마한다고 하는데 비유하자면 2002년 월드컵 영웅이던 황선홍·홍명보 같은 선수들이 또 뛰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강인이나 손흥민 같은 선수들은 못 나오고.”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2월 말 정립된 구도가 오는 4월 총선을 넘어 이후로도 쭉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돌발변수가 있어 김건희 특검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안 한다면 모르겠지만 한동훈은 비례도 안 맡고 지역도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역구를 포기하고 비례 맡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알려진 이재명 대표와 변별력이 커져 버렸다. 문제는 한동훈 효과가 크면 클수록, 또 이준석과 한동훈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재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민주당으로선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4월 총선의 최우선 화두는 정권 심판 구도가 되리라는 점 또한 지금으로선 명확한 사실이다. 이런 총선 프레임을 민주당 심판론으로 바꿔보려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시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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