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풍운아인가, 대중의 관심을 좇는 기회주의자인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11년 정계에 입문한 뒤 달고 다니는 꼬리표다. 보수정당에 기반을 두고 정치를 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보수, 진보 내부에서부터 엇갈린다. 그를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폭넓게 나타나고, 그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 역시 진영을 초월해 포진해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진영과 무관하게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듣는 보기 드문 인물인 셈이다.
이 전 대표를 향해 붙는 또 다른 꼬리표 중에는 이른바 ‘싸가지’가 있다. 주로 “나이도 어린데 예의가 없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주요 언론사 칼럼 제목에서도 ‘이준석 싸가지’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 정치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능력’인지, ‘싸가지’인지 헷갈릴 정도다. 정치인이 ‘싸가지 있는 말과 행동’을 한다고 국민들이 직면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의 초점은 그곳에 맞춰진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이 전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가 툭툭 내뱉는 말 속에 포함된 날 선 단어, 말싸움을 하면서도 꼭 들고나오는 통계자료 등은 국민감정에만 편승하려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과 현실의 차이를 ‘꼬박꼬박’, ‘따지듯’ 지적하는 그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정치 입문 이후 늘 논란의 중심에 서온 이 전 대표는 이제 그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예의를 숭상한다는 한국 정치에서 감히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싸움을 걸었다.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제3지대 신당 추진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당과 대통령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언론 보도의 중심에도 섰다.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으론 미래가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주간경향은 지난 11월 15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났다. 더욱 자극적인 발언을 찾는데 집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치인 이준석이 꿈꾸는 ‘신당이 과연 무엇인지’를 더 듣고자 했다. 윤 대통령, 국민의힘을 향한 비난이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진 몰라도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각종 문제까지 해결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신당 관련 추측성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능성을 매일 퍼센트(%) 단위로까지 따지는데.
“신당 가능성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12월 말’이라는 시간 조건을 못 박았다. 그 시점이 지나면 100% 신당으로 간다. 그전까지는 60%든 70%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정도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유리한 곳 공천? 지금 국민의힘이 유리한 곳이 전국 어디에 있다고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언급한 적도 없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다. 다들 자기들 상식선에서만 이야기하니까 틀리는 것이다.”
-12월 말까지 여지를 두는 것은 왜인가. ‘허장성세’다. ‘대구처럼 당선에 더 유리한 곳에서 공천받기 위한 전략이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금 국민의힘이 유리한 곳이 전국 어디에 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유불리를 따졌다면 여러 조건을 제시했을 것이다. ‘이 시점 이후론 끝이다’는 시간 조건 외에 어떤 요구 사항도 밝힌 것이 없다. 단순 폄훼가 목적이 아니라면 무슨 맥락에서 그런 추측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요구 사항을 건 적도 없고, 그런 전략을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 총선 전 국민의힘을 개혁할 수 있는 마지노 시점과 신당이 필요한 최소한의 리드 타임(설계 이후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되기까지의 시간)이 겹치는 때가 딱 12월 말이다. 그래서 기다리는 것이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고려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도 선택지에 있나.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언급한 적도 없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다. 신당 관련해서 평론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정치권 언저리에 머물며 추측성 발언을 한다. 그런데 역사가 그렇게 움직였나. 자기들 상식선에서만 이야기하니까 자꾸 예측이 엇나가는 거다.”
-정치인은 대권이 목표가 아닌가. 탈당보다 신당 창당 후 복당이 더 어렵다, 그래서 대권을 생각하는 이준석이 신당보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대표를 하며,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봤다. 그만큼 당의 취약점도 잘 알고 있다. 이미 당의 개성, 특징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은 검찰조직의 원칙까지 이식된 듯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윤석열 대통령을 따르는 거수기 노릇만 한다면 다음 총선 결과가 100석 밑으로 나올 수도 있다. 사실상 영남당이 된다는 말이다. TK나 PK 지역에서도 극보수인 지역에서만 당선자를 배출한다는 것인데 이후 당의 진로는 뻔하지 않나. 더욱 오른쪽으로만 가려고 할 것이다. 이런 스펙트럼으로는 도저히 전국, 수도권을 아우르는 선거를 감당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선주자가 등장하든 탄핵 직후 자유한국당 시절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당이 개혁하면 어떤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계속 기다리고 있다. 들어와서 함께 고치자’고 한다.
“인요한 위원장은 문제 해결보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역할만 하는 것 같다. 인 위원장에게 정치에 대해 조언을 듣거나 지령을 받을 입장이 아니다. 무엇보다 인 위원장이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도 모르겠고, 말하고 있는 것이 본인 생각인지조차 의문이다. 강서구청장선거에서 성적이 안 나와 혁신위 체제로 갔으면 누구 때문에 결과가 안 좋은지 진단해야 할 것 아닌가.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까지 알려줬지만 ‘영남 중진 의원 수도권 출마 혹은 불출마’를 처방이라고 내놓았다. 콧물이 흐르는데 다리를 고치겠다는 격이다. 이게 무슨 진단과 처방인가. 주호영 의원이 불출마하면,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가 수습되나.”
-인 위원장과 협상할 여지는 없나.
“다시 말하지만, 인 위원장이 하는 말의 의미나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 굉장히 위험한 발언만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이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는데 그럼 윤 대통령 지령을 받고 있단 말인가. 또 요즘은 저와 ‘밀실’에서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고 한다. 이분은 한국어에서 밀실이라는 단어가 갖는 뉘앙스도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 무슨 음침한 대화를 할 것이 있다고 밀실에서 만나나. 생소한 인물을 내세워 호기심을 자극할 때가 있고, 엄중한 상황에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의해야 할 때가 있다. 적어도 지금 상황이 인 위원장을 내세워 정치적 호기심을 끌 단계는 아니지 않나. 의미 없는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복귀 가능성은 없나. 이 정도면 돌아갈 만하다는 조건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오해 사는 것이 싫어서 시간 외에 조건은 하나도 걸지 않았다. 내가 조건을 제시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본인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면 신당의 동력은 자연히 사그라들 것이다. 대통령이 어떤 것을 제안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무얼 하든 윤 대통령을 믿지 않는다. 옆구리 찔러서 절 받고 싶지도 않다. 앞으로도 조건을 걸거나 이렇게 해달라고 할 생각이 전혀 없다. 12월 말까지 대통령이 변할 것이란 기대도 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혁신도 어렵다고 보나.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윤 대통령의 변화된 태도와 상황을 이렇게 만든 윤핵관들이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인 위원장이 ‘제발 윤핵관분들 좀 물러나 달라’고 요청하는 모양새다. 과거 하나회 척결 때를 생각해보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물러나 달라고 요청했나.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모두 척결됐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이런 과감함과 전격성이다. 인 위원장처럼 해서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오히려 윤핵관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구국의 영웅처럼 띄워줄 분위기 아닌가. 대체 뭐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모든 갈등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의 문제는 뭐라고 보나.
“두려움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명목상의 권력을 휘두르며 두렵지 않은 척한다. 당장 국민이 이상함을 느끼지 않나. 집권 1년 반이 지나도록 아직도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교육정책이 무엇인지, 통일정책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통치의 기회가 왔는데 윤 대통령은 아무런 통치도 하지 않았다. 이 치명적 약점을 국민이 알아채기 시작하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다. 본인이 검사 시절에 전직 대통령 2명을 잡아넣지 않았나. 지금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이 됐지만, 절대권력을 장악하지 않으면 나중에 자신을 배신하고 칼을 들이댈 것을 아는 것이다. 그러니 지난 1년 반 동안 정적 제거만 하고 있다. 보수 정당을 기반으로 한 대통령이 이준석, 유승민, 홍준표, 안철수, 나경원 누구 하나하고도 잘 어울리지를 못한다. 한 사람과 다섯 사람 이상이 반목하면 확률적으로 그 한 명이 별난 것 아니겠나. 더 큰 문제는 이제 두려움을 넘어 외로움의 단계까지 보인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재 기용이다. 대통령 스스로 ‘이제 내가 모르는 사람도 써야겠다’고 한다.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 아는 사람만 기용했는데 더 쓸 사람도 없다는 것 아닌가. 대부분 잊고 있지만,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후속 인사가 아직도 발표가 안 되고 있다. 청문회 하나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두렵다는 것과 기용할 만한 사람이 없는 외로운 상황임을 직·간접적으로 잘 보여준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통령이 두려움과 외로움을 느낄 때 상식 밖의 통치행위를 보이는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더욱 걱정된다. 대통령 스스로 자존심과 무오류성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극복될 텐데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신당으로 간다고 해도 기존 보수정당과 차별점이 있나. 대구를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 하나가 더 생긴다거나 이준석 개인 당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신당의 시대정신이 뭔가.
“신당의 기치는 출범과 함께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다. 아직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은 신당이 어떤 구성원과 함께하느냐를 통해 방향성이 확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합리적 토론이 가능하다면 정의당 계열과도 함께할 수 있다고 이미 말했다. 신당이 가진 기대치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로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지 보고 이에 맞춰서 강령, 정강, 정책 같은 것을 구성할 것이다. 그래야만 총선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착할 수 있다. 신당에 합류하려고 본인 생각을 바꾸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과거 당대표 시절부터 강조해온 것이 공존이다.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면 조직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어떤 방향성 하나를 정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 바른미래당, 국민의당 시도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방적인 이야기만 한다는 점이었다. 그런 걸 탈피해 보려고 한다. 신당에서는 주요 사안에 대해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해서 결정할 것이다.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고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고 수가 적다고 틀린 것도 아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와서 자유롭게 토론해 결과를 만들어갈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완벽한 합의에 이르긴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에게 우리가 토론과정을 통해 정반합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줄 순 있다. 그게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정당 운영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면 조직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어떤 방향성 하나를 정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신당에서는 주요 사안에 대해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해서 결정할 것이다.”
-진보·보수·중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물을 모은다는 것이 약점이 될 수도 있지 않나. 명확한 ‘합류 기준’이 있나.
“토론을 할 수 있는 능력, 즐길 수 있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함께할 수 있다. 구호에 매몰되거나 본인만의 독선에 빠진 사람들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한다. 토론할 가치가 있는 것들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공개토론을 할 것이다. 정치인도 논리를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제공하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당사자성에 집착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듣기만 하는 정치는 그만하려고 한다. 토론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 국민들도 정치가 바뀌었다고 느낄 수 있다.”
-진보·보수로 대표되는 이념의 정치에서 능력주의 정치로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굳이 보수를 표방할 필요가 있나.
“패러다임 전환을 꿈꾸는 것이 맞다. 과거 정의당이 제시한 어젠다 중에 수용자 인권 문제처럼 관심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보수, 진보의 문제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보수든 진보든 이런 담론의제를 피하면 안 된다. 이를 위해 안보 보수, 수구 보수와는 결별하겠다. 북한, 전쟁이라는 공포를 이용해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보수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정책적인 면에서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지난 선거에서부터 애착을 가진 공약이 양육비 미지급 사태 해결 방향이다. 국가가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지급하고 이후 비양육 배우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정치권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싸우는 대신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한국형 보수는 종말을 고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으로 통용되는 한국형 보수에 갇힐까봐 불안할 때도 있다.”
-문제는 총선에서 살아남아야 뜻을 펼칠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장 국민의힘 현역의원들의 동조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
“국민의힘 현역의원들은 특징이 있다. 의외로 이분들이 선거에서 떨어지거나 져본 적이 없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이나 민주당에 내주며 졌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 국민의힘 현역의원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대부분 지지기반이 탄탄한 영남이 지역구거나 비례의원이다. 이들은 기여도와는 별개로 자기 선거, 오세훈 서울시장의 보궐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 다 승리 경험뿐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공천도 마찬가지다. 초선 위주다 보니 공천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공천을 떨어뜨리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방법을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 현실을 직시하라고 여러 차례 조언해도 여전히 판단을 못 하는 분이 많다. 그런 맥락에서 이분들이 빠르게 신당에 합류하거나 동조 움직임을 보이기는 어려우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냄비 안 개구리라도 주변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분명 느낄 것이다. 그때는 여러 사람이 뛰쳐나오리라고 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어떤가. 교감하는 것 없나.
“모른다. 특별히 교감하거나 하는 것은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비명계의 합류 여부는 어떤가.
“누군지는 밝힐 수 없지만 비명계로 분류되는 분들과 소통하고 있다. 만나서 이야기도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꼭 물어보는 것이 ‘의원님, 새로 만들 당에서 끝까지 버텨서 대통령선거까지 함께 치를 수 있겠느냐’다. 그 정도로 진정성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당장 공천이 불리해졌다고 민주당 정체성은 버리지도 않고, 신당에 합류하는 것은 서로 불편한 일밖에 안 된다. 저부터 기존의 ‘안보 보수’, ‘수구 보수’와는 결별할 뜻을 분명히 하지 않았나. 과거의 정체성과 결별하지 못한 채 새로운 담론에 뛰어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갈라치기, 혐오의 정치를 했기 때문에 이준석 신당에 참여하기 어렵단 지적도 있다.
“깊은 고민이나 토론도 없이 무조건 혐오로 규정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먼저, 장애인 혐오를 했다고 하는데 지금껏 장애인 관련 이야기를 한 것은 전장연이 지하철을 막아세우는 시위 방식을 지적한 것이 전부다. 그 외엔 장애인에 대해 어떤 말도 한 게 없다. 이게 혐오인가. 이런 방식의 낙인찍기는 진보 진영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배울 것이 없어서 보수의 ‘종북 담론’을 배우나. 과거 통일 정책에 대해 조금만 다른 의견을 말하면 ‘너 종북이지’라며 말문을 막지 않았나. 그걸 그대로 배워 장애인 단체의 행동을 비판하면 ‘너 장애인 혐오하지’라며 정체성 문제로 치환한다. 북파공작원 동지회가 지하철을 점거하는 방식의 시위를 했더라도 똑같이 ‘비문명적 시위’라고 비판했을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한민국 정치인 대다수는 사회적 이슈에 관한 토론을 진행할 역량이 안 된다. 국민생활과 관련된 실질적 문제를 형이상학적 담론으로 바꾸고 대화조차 하지 않는 분이라면 나 역시 함께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관련 논란도 있지 않나.
“여성혐오를 했다고 하려면 적어도 내가 했다는 혐오 발언이 문장 형태로 존재해야 할 것 아닌가. 지금까지 그런 지적을 하는 사람을 많이 봤지만 혐오발언을 인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실제로 없으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여성 할당제에 대한 정책적 의견을 제시한 것 외에 페미니즘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다뤄야 할 정치권은 논란이 될 것 같으니 아예 회피해 버리지 않나. 사회에 꼭 필요한 담론이라면 설사 욕을 먹더라도 정치인들이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만 반발이 나오면 비겁하게 도망가는 게 맞는 일인가. 만약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여성 경력단절’에 관해 토론하자고 하면 얼마든지 나설 것이다. 그런데 ‘여자라서 죽었다’에 관해 토론하자고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건 정책의 관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전개를 보면, 정책적으로 무엇인가를 하자는 것보다 공감해 달라는 구호가 많다. 가장 현실적이어야 할 정치권부터 정책보다 철학이나 신념으로 페미니즘을 소비한다. ‘여성이 걷기 안전한 거리를 만들어보자’고 외치면 얼마든지 정책적으로 논의가 가능하다. 단순히 ‘여자라서 죽었다’,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다’고 외치면 그때부턴 개인적 신념이다. 따지고 보면, 사실 이 문제는 젠더 문제도 아니다. 치안을 강화하자는 것 아닌가.”
-문제는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꼭 필요한 인물을 영입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금태섭 전 의원 등 중도세력과의 관계가 그렇지 않나.
“정치를 하려면 본인이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젠더, 장애인 담론에 있어서 혐오라고 지적하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진지한 고민을 해왔는지 모르겠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는 식의 두리뭉술한 통합은 반드시 폐해가 남는다. 비겁하게 회피하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금 전 의원이 했던 말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언론이나 전언을 통한 이야기로 평가할 것은 아니고, 실제로 만나서 들어보고 접근 방법이 어떤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페미니즘도 구체성을 갖고 정책 중심으로 토론한다면 언제든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
-그럼에도 신당에 대한 의구심은 많다.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양대 정당에 흡수되지 않았나.
“우리 국민이 제3지대에 대한 시도를 볼 때 안철수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안철수 의원은 지금보다 제3지대를 추진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제3지대를 지킬 동기, 능력, 인물 등이 갖춰져 있었다. 그런데 그걸 스스로 포기했다. 제3지대라는 개념이 안철수 의원과 결부돼 평가받는 것이 안타깝다.”
-12월 말, 국민의힘을 떠난다면 돌아갈 다리는 완전히 끊고 나온다고 이해하면 되나.
“그때가 되면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