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추진잠수함까지 건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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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잠수함 첫 공개…북·러 정상회담서 기술 이전 논의한 듯

북한이 지난 9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의 진수식을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9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의 진수식을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 연합뉴스

북한이 처음으로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공개했다. 핵무기 투발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조치의 일환이다. 북한은 나아가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사용하는 ‘핵추진잠수함’ 개발 의지도 재확인했다. 장시간 잠행이 가능한 잠수함에서 핵무기를 발사하는 능력은 핵 억지력 완성을 위한 핵심 요소다.

북·러가 최근 정상회담에서 무기와 관련 기술을 거래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북한이 탄약 등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대신, 러시아가 북한에 핵추진잠수함과 정찰위성 등의 군사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박차 가해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6일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에 참여했다. 북한은 이를 ‘김군옥영웅호’라고 명명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이 잠수함은 각이한(각기 다른) 위력의 핵 투발 수단들을 다량 탑재하고, 임의의 수중에서 적대 국가들에게 선제 및 보복 타격할 수 있는 위협적인 수단”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 잠수함은 3000t급으로 기존 로미오급(1800t급)을 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사일을 쏠 수 있는 발사관 10개를 설치했다. 중거리 및 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해군의 기존 중형 잠수함들을 공격형으로 개조하려는 전술핵잠수함의 표준형”이라며 추가 건조를 시사했다. 이번 공개한 잠수함은 향후 시험운행과 시험발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술핵’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상황에 따라 전략핵을 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대형 발사관 4개에 중거리 SLBM인 북극성을 탑재할 수 있다면 전략핵무기도 운반할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북한이 최근 전술핵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충분한 숫자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군당국은 해당 잠수함의 운용 능력에 의문을 나타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기만하거나 과장하기 위한 징후도 있어 분석 중”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번 전술핵공격잠수함 공개에서 조급함을 엿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추진 중이다. 김 위원장도 이번 연설에서 전술핵공격잠수함과 핵추진잠수함을 구분하며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더 큰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막대한 비용이 든다. 북한이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어려움을 겪자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급히 내놓았다는 얘기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핵추진잠수함은 재래식 디젤잠수함보다 잠항 시간이 월등히 길다. 디젤잠수함은 산소 공급과 배기가스 배출을 위해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해서 핵추진잠수함보다 은밀성이 떨어진다. 핵추진잠수함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 국가만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핵무기 보유국이기도 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개발국의 기술 지원 없이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을 자체 개발하는 건 쉽지 않다. 장기간의 막대한 재정 투여도 필요하다”라며 “당장 저비용의 잠수함 개조, 전술핵 탑재로 대체해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추진잠수함에서 핵무기를 발사하는 것이다. 핵추진잠수함(SSN)은 탄도미사일을 실을 수 있는 잠수함(SSBN)과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SSGN)으로 구분된다. 또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으면 ‘전략핵잠수함’이라고 일컫는다.

북한이 전략핵잠수함 도입에 매달리는 건 상대로부터 선제 핵 공격을 받았을 때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는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이는 핵 억지력 완성의 핵심 요소이다. 상대도 상당한 타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주저하게 만든다. 북한이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액체연료는 주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반면, 고체연료는 발사체 내에 연료를 저장할 수 있다. 신속한 이동과 발사가 가능한 것이다.

북·러 군사기술 거래하나

최근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도 주목 대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개최했다. 두 정상이 회담에서 향후 무기와 기술 등을 거래하는 방안을 두고 큰 틀에서 합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가 북한에서 탄약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를 제공받는 대신 북한에 고급 군사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제공받을 군사기술로는 군사정찰위성, 핵추진잠수함, ICBM 완성의 마지막 단계인 재진입 등이 꼽힌다. 아울러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전투기와 방공망 등을 건네는 방안도 거론된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회담 이후 자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틀 안에서도 북·러의 군사기술 협력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또 회담에 앞서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물음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우주기지)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동선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이후 군사·민간 장비 생산 시설이 있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와 블라디보스토크 등에 들른다. 여기서 러시아 첨단 다목적 전투기를 생산하는 공장과 러시아의 태평양함대사령부를 방문할 것으로 점쳐진다.

북·러의 행보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은 군사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미·일이 협력체계를 한껏 끌어올리는 양상도 북·러엔 부담이다.

북·러 정상회담 전부터 양측의 무기 거래를 경계했던 미국은 재차 경고 메시지를 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9월 13일 브리핑에서 “그들이 일종의 무기 거래를 추진하기로 결정하면 분명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연합훈련을 하는 등 전반적인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심화하면서 한반도 주변의 긴장도 높아지리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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